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사회 > 여성가족

[김경록의 욜로은퇴] 은퇴전선 이상 있다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2020-05-22 16:23 송고 | 2020-05-26 18:17 최종수정
편집자주 100세 시대, 누구나 그리는 행복한 노후! 베이비 부머들을 위한 욜로은퇴 노하우를 전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뉴스1
'서부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레마르크가 쓴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1차 대전에 참전한 주인공은 치열한 전투 속에서도 용케 살아 남았지만 어느 날 결국 전사합니다. 전선은 여전히 교착 상태에 빠져 있고 후방의 독일군 사령부는 그날에 대해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기록을 남깁니다. 작가는 고요해 보이는 서부전선에 전쟁의 숱한 참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코로나19로 베이비부머의 은퇴전선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평온한 듯 보이지만 예상치 못한 균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선, 베이비부머의 일자리가 위협 받고 있습니다. 경제가 급속하게 위축되면서 기존 직장에서 빨리 나갈 가능성이 커졌고, 주된 직장을 퇴직하고 제2의 직장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일자리가 크게 줄었습니다. 청년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운데 은퇴자들이 구하긴 쉽지 않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단순하게 할 수 있는 일자리도 줄었습니다.

둘째, 저금리로 인해 노후를 위해 모아 둔 자산의 수익률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근로소득 대신 금융소득을 얻어야 하는데 낮은 수익률로 금융소득이 뚝 떨어진 것입니다. 금리는 앞으로 더 낮아져 제로금리로 갈 것으로 보여 형편이 당장 좋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투자자산 비중을 늘리려 해도 코로나19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쉽게 행동하기도 어렵습니다. 가만 있으면 제로금리로 생활이 어렵고 투자를 하자니 손실을 볼까 걱정됩니다. 진퇴양난입니다.

셋째, 당사자 일자리만이 아니라 자녀의 일자리도 걱정입니다. 베이비부머는 자녀들이 30대 이하가 많을 텐데 이들은 취업을 해야 하는 때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신규 채용이 크게 줄었습니다. 우리나라 고용시장은 때 맞추어 취업을 못하면 괜찮은 직장에 평생 진입하기 어렵습니다. 자녀가 취업을 못하게 되면 부모가 그 부담을 일정 부분 나눠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죠. 일본의 버블이 꺼지면서 장기 저성장기에 접어드는 1990년대에 취업을 못한 젊은이들은 20~30년이 지난 지금 비정규직이나 일용직으로 살아가며 부모 집에 거주하며 연금을 나눠 쓰기도 합니다.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열심히 하면 길이 열린다'는 말처럼 허망한 말도 없습니다. 해법을 찾기가 당장 쉽지는 않은 듯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의 취업 문제를 부모가 열심히 돕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금융자산의 낮은 수익률이 투자를 한다고 해서 바로 높아지지 않습니다. 퇴직 후에 일자리를 찾으면 되지만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것 역시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세요'보다는 관점을 바꾸어서 '무엇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로 접근해볼까 합니다. 최소한 더 안 좋은 길로 가는 건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서두르지 말아야 합니다. 서두르면 길이 더 보이지 않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웅덩이가 흙탕물이 됩니다. 이때 물을 맑게 하려면 흙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수 밖입니다. 답답한 상황에 직면할 때는 길이 보일 때까지 서두르지 말아야 합니다. 비틀스가 부른 'let it be' 노래가 있죠. 그냥 내버려 두라는 말입니다. 이 노래는 폴 매카트니가 작사 작곡을 했는데 비틀스가 멤버들 간 불화로 해체 될 시기입니다. 폴 매카트니는 번뇌와 고민을 하던 차에 꿈에 어머니(혹은 성모 마리아)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1절 가사가 ‘내가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 어머니 메리가 나타나서 지혜로운 말을 해주었어요. 그냥 내버려 두라고’입니다.

그리고, 퇴직 후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소자본 창업을 덜컥 해서는 안 됩니다. 소자본 창업이란 특별한 자기만의 기술이 없어도 자본만 조금 있으면 창업할 수 있습니다. 치킨 집 등이 해당되겠죠. 남이 나를 고용해주지 않으니 내가 내 돈으로 나를 고용하는 격입니다. 사장님 소리를 듣지만 결과는 좋지 않습니다. 3년 내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절반이 넘는 주식을 사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지만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합니다. 경기가 회복되어 일자리가 생길 때를 기다리며 기술을 익히고 자격증을 따서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는 게 낫습니다.

제로금리가 왔다고 해서 ‘대박’을 노리는 투자를 해서는 안 됩니다.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한 뒤 다시 급속하게 회복하면서 사람들은 이런 기회에 과감하게 투자하여 노후자산을 단 한 번에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퇴직 후의 투자는 위험하지 않은 게 좋습니다. 노후에는 돈을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근로소득이 없으므로 줄어든 자산을 저축을 통해서 늘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축구에서 후반 5분을 남기고 골을 먹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여 노후 돈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투자자산으로 옮겨 오되 기대수익 즉 욕심을 줄이고 전략적 자산배분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자녀의 취업 문제로 이는 정말 어려운 부분입니다. 우선 직장에 들어가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취업 재수, 삼수를 하다가 어느 순간 취업 기회 자체를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면 평생 안정된 직장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이전에 고시원에 있을 때 고시 몇 번 떨어지고 나니 나이가 들어 취업 할 곳이 없어 결국 습관적으로 고시원에서 고시 공부하면서 삶을 보내는 사람들을 종종 봤습니다. 자녀에게 ‘너 자존심에 그런 회사를 가겠느냐, 아빠가 도와줄 테니 걱정 말고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원하는 곳에 들어가봐라’는 말을 하면 자녀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취업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알려주는 게 좋습니다. 다른 집의 자녀들은 어렵지만 내 자식만은 잘 될 것이라는 생각도 편향된 생각입니다.

권투 선수 마이크 타이슨은 ‘링에 오르기 전 아무리 멋진 계획을 세웠더라도 얼굴에 펀치 한 방 맞으면 아무 생각도 안 날 거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베이비부머의 은퇴전선에 이상 기류가 발생했습니다. 자신의 일자리, 성인자녀의 일자리, 모아 둔 자산의 낮은 수익률 등입니다. 당장 묘수를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우선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면, 흙이 가라 앉으면서 물이 맑아져 잘 보이듯 좋은 길이 나타나리라 봅니다.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