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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 韓 고양이 영화는 왜 고발만 하냐고? '고양이 집사'의 바람

조은성 PD·이희섭 감독의 영화 '고양이 집사' 최근 개봉…"교감 영화 찍고파"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0-05-17 06:00 송고
'고양이 집사' 스틸 컷 © 뉴스1
'고양이 집사' 스틸 컷 © 뉴스1
'고양이 영화'라는 장르가 딱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나 굳이 분류를 해보자면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고양이는 비슷한 계통의 반려 동물인 개와 함께 종종 영화에 등장하고는 한다. 한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양이를 죽음이나 마녀를 상징하는 동물로 보는 미신적인 시각도 존재했지만, 요즘의 고양이는 개 못지 않게 사랑받는 반려동물이다.

인식이 달라졌다고 해도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우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에 버려진 고양이들을 '도둑고양이'라 부르며 구박했다.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불길하게 여겨졌고, 관절염에 좋다는 속설 때문에 불법으로 포획돼 약의 재료가 되기도 했다. 고양이에 대한 이처럼 부정적인 인식은 종종 학대로 이어졌다.
영화 '고양이 집사'(감독 이희섭)는 이처럼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은 환경 속에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삶과, 이들을 돌보는 집사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낸 영화다. 이번 영화의 제작자 조은성PD는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연출자기도 하다. 그는 독립영화 '대관람차'의 공동 연출자였던 이희섭 감독을 우연히 만나 그 역시 고양이 집사인 것을 알았고, '고양이 집사'의 연출을 맡겼다.

'고양이 집사'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사랑스럽지만, 연민을 자극하기도 한다. 대부분 '캣맘' '캣대디'가 챙겨주는 먹이로 하루를 연명하는 이들은 먹이를 챙겨주는 이들에게 애교를 부린다. 한쪽에서는 위험한 공사 현장을 돌아다니다 부상을 입어 고통받는 고양이들도 있다.

'캣맘'과 '캣대디'들의 삶도 길고양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고양이에게 먹이를 준다는 이유로 동네 사람들에게 구박을 받고, 싸움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풍족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와중에도 자신이 돌보는 고양이들을 끝까지 책임지려고 노력한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고양이 집사'의 언론배급시사회 자리에서는 일본의 고양이 영화와 한국의 고양이 영화를 비교하며 '왜 한국의 고양이 영화는 고발성 다큐멘터리 영화만 나오느냐'는 취지의 질문이 나왔다.

실제 한국에서 그간 나온 고양이 영화는 많지 않지만 비슷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2017)부터 '고양이 춤'(2011) 같은 영화들이 있었고, 사실상 두 영화 모두 한국 길고양이의 팍팍한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였다. '고양이 집사' 역시 같은 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반면 일본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극영화의 비중도 높은 편인데 '구구는 고양이다'(2008),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2012),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2016) 등이다. 고양이와의 교감이 영화의 주요 소재로 채택된 작품들이다.

'고양이 집사'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조은성 PD는 "일본은 고양이 콘텐츠 시장이 두텁고, 투자가 일어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작은 다큐멘터리도 투자 한 푼을 못 받고 제작지원도 못 받았다"며 "내가 개인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영화 연출을 완성했다"고 한국에서의 고양이 영화가 고발성 다큐멘터리 일색인 이유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큐멘터리도 그런데 고양이 극영화를 투자할 사람이 있을까? 답이 없을까 생각해서 안 나온 것 같다. 고양이 소재로 한 상업 영화가 있나 한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조은성 PD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부터 함께 했던 고양이 사진 작가 김하연 역시 "전세계 유일하게 지자체에서 고양이 급식소 사업을 하는 곳은 대한민국"이라며 "고양이에게 밥 주는 것 조차 못 하게 한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그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고양이가 오늘 죽어도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게 대한민국이다. 교감까지 가려면 이 아이들이 살아남아야지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조은성 PD와 이희섭 감독은 최근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계속해 고양이 영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알렸다. 언젠가는 '묘통령' 나응식, 김명철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동네 고양이들과 대화하는 내용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조 PD의 바람이다. 그는 이 '교감 영화'를 자신이 고양이와 함께 찍는 '마지막 영화'로 생각하고 있다. 그 때까지 그가 만드는 고양이 영화들은 어쩌면 비슷한 그림이 많을지 모른다. 고양이가 쫓기고 구박받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벗어난 후에야 또 다른 단계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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