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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 추가되는 인물소개…'부부'·'슬의생' 대세 드라마의 슬기로운 디테일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0-04-25 05:55 송고
JTBC, tvN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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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드라마들의 섬세한 디테일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요즘 화제작으로 꼽히는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와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바로 그 예다. 

두 드라마만의 특별한 디테일은 극이 전개되면서 '인물소개'를 추가한다는 점이다. '부부의 세계 측은 극 중 이태오(박해준 분)가 여다경(한소희 분)과 재혼 후 딸 제니를 낳고 고산으로 돌아온 후 본격적인 2막이 시작되자 인물소개를 업데이트 했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주인공 이태오에 대한 인물소개가 업데이트 됐다는 점이다. 이태오 인물소개란에는 "결혼 이후에 찾아온 사랑이 이토록 잔인한 형벌을 받을 만큼 죄악인가? 아내가 이렇게까지 날 망가뜨리지 않았더라면 적당한 선에서 멈췄을 거다. 모든 건 아내가 자초한 일이다.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새 여자를 찾아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는 아들인 자신마저 저버렸지만 아버지처럼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자신이 겪은 아픔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아들을 포기하지 않겠다 결심한 것이 더 큰 불행을 자초할 줄은 몰랐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로써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가 고산으로 돌아온 이유가 더욱 명확해졌다.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다"는 게 가장 큰 단서였다. 이 모든 것은 전 아내 지선우(김희애 분)가 자초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점, 이에 지선우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고산으로 돌아오게 됐다는 점이 더욱 뚜렷해졌다. 동시에 아들 이준영(전진서 분)에 대한 큰 애착도 엿볼 수 있었다. 그간 이태오는 여다경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이준영에 대한 양육권만큼은 포기하지 않아 아들에게 그렇게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어릴 적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아들에게 똑같은 아픔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이준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JTBC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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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다경에 대한 인물소개도 업데이트됐다. 여다경에게는 "끊어내지 못하는 전처와의 연결고리가 못내 짜증스럽다. 파탄 난 관계를 부여잡고 질척대는 지선우를 미쳤다고 생각했다. 같은 처지가 되고 난 후에야 지선우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는 소개가 더해졌다. 

'같은 처지'라는 대목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여다경 또한 지선우와 같은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이 아닌지, 이태오가 또 다른 불륜을 저지르게 되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너도 나처럼 되지 말란 법 없으니까"라고 말했던 지선우의 대사가 또 다른 갈등을 암시한 것인지 궁금증을 더한다. 
특히 아들 이준영에 대한 인물소개가 지난 23일 업데이트 되면서 그가 후반부 키를 쥔 인물이 된 것인지 이목이 집중됐다. 이준영은 이태오가 고산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이태오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지선우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태오는 여다경과 사는 집에 이준영의 방까지 만들어주는 등 아들의 마음을 돌리려 애썼다. 

이준영의 인물 소개란에는 "불행히도 부모의 이혼과 그의 사춘기가 맞물려버렸다. 온 동네가 떠들썩하도록 알려진 아버지의 외도와 폭력은 상처였다. 가족을 배신한 아빠 대신 엄마를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괜찮은 척했지만 내면의 한구석은 부러져버렸다. 혼란을 혼자 감당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 엄마는 여전히 불안정했고, 아빠는 멀리 있었다. 세상에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자신을 두고 다투는 부모의 모습에서 발견한 것은 자식을 향한 사랑이 아니라 증오에 찬 악다구니였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이외에도 손제혁(김영민 분)의 아내이자 지선우의 이웃인 고예림(박선영 분)의 추가된 인물소개도 그간 그의 행동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줬다. 고예림은 지선우와 친한 친구로 지냈지만, 그에게는 이태오와 여다경의 불륜을 숨기고 남편 손제혁과 함께 커플여행을 다녀온 바 있다. 지선우는 믿었던 친구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고, 고예림은 이를 숨기면서도 여다경에게는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등 이해하지 못할 행보로 궁금증을 자아냈다. "태오의 외도 사실을 알았지만, 선우의 행복을 지켜주고 싶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모른 채 지나가는 게 그녀를 위해 좋은 일이라 판단했다"는 소개는 그가 왜 친구인 지선우에게 이태오와 여다경의 불륜을 알리지 않았는지 설명해준다. 
tvN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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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도 매주 인물소개가 새롭게 업데이트 되고 있다. 앞서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전작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도 극 중 변화에 맞춰 인물소개가 추가돼 흥미를 더한 바 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캐릭터의 새로운 서사가 더해질 때마다 홈페이지의 인물소개란 업데이트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김준완(정경호 분)의 인물소개였다. 그간 채송화(전미도 분)를 무심하게 챙겨오던 김준완에게 변화가 생기면서 인물소개도 추가된 것. 홈페이지에는 "만사가 귀찮고, 재미없어지던 찰나, 준완의 마음속으로 익순이라는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새어 나오고, 목소리만 들어도 입꼬리가 씰룩댄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만 봐도, 느낌상 심박수 300은 찍을 듯, 심장이 쿵쾅이며 들썩인다"며 "아무래도 심장에 큰 무리가 온 것 같다!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명의는, 이 세상에 익순이 하나뿐인 것 같다"는 내용으로 친구 이익준(조정석 분)의 동생 이익순(곽선영 분)과의 로맨스를 예고했다. 
tvN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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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인물소개가 더해지는 것은 그만큼 캐릭터도 입체적으로 구축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경우 99즈로 등장하는 다섯 명의 절친들의 과거와 이들의 숨겨진 비화를 하나씩 꺼내놓는 과정을 통해 디테일한 서사를 쌓아가고 있다. 그 서사가 점차 누적되면서 99즈의 캐릭터도 더욱 입체적으로 구현됐고, 그간 좀처럼 이해가 어려웠던 각 인물들의 말과 행동, 혹은 감독과 작가가 곳곳에 깔아둔 복선에 대한 궁금증을 점차 해소해갈 수 있었다. 

매회 시청률 상승세를 이뤄내고 있는 '부부의 세계'(최고 20.1%)와 '슬기로운 의사생활'(최고 12.1%)이 공교롭게도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다수 드라마 관계자들은 이 같은 인물소개 추가 방식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두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런 지점들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르물이나 관계 및 감정선이 중요한 드라마는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초반 인물의 세부 정보를 감춰야 하고, 초반에는 인물의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후반부의 내용까지 소개에 다 담을 수 없는 만큼, 추후 인물소개 업데이트를 통해 유의미한 정보를 주기도 한다는 것.

다른 관계자는 "인기가 많은 드라마의 경우 앞으로의 서사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작은 디테일들이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흥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캐릭터가 더욱 확장돼 가기 때문에 이에 따라 소개를 추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게 하는 재미를 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두 드라마의 인물소개가 더해지면서 드라마가 방송되는 날 외에도 이슈가 되는 등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더 유발했다. 각 인물들의 변화되는 시점을 짚어주고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는 디테일도 인기 드라마의 화제성을 꾸준히 이어가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향후 인물소개에 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제작진이 새롭게 보여줄 디테일이 주목된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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