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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 "의료로봇 사업 속도낸다"…1600억 출자해 중간지주사 설립

외자유치·추가 사업확장 포석…대표에 김현준 이사 선임
美 FDA 승인에 의료기기사업 탄력…"글로벌 시장부터 진출"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20-04-27 06:30 송고 | 2020-06-02 23:43 최종수정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회장© 뉴스1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회장© 뉴스1

한국야쿠르트가 의료기기·수술로봇 사업을 전담하는 중간지주회사 'HYSG PTE LTD'를 설립했다.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계열사 '씽크써지컬'(Think Surgical)과 '큐렉소'를 필두로 글로벌 의료기기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의료로봇사업은 한국야쿠르트가 10년 가까이 품어온 '숙원'이자 '아픈 손가락'이다. 한국야쿠르트는 2011년 미국 수술로봇 기업 큐렉소와 씽크써지컬을 인수한 후 투자를 지속해 왔다. 하지만 두 계열사는 9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로봇을 팔아 얻은 수익보다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이 더 많았다.
한국야쿠르트가 사업 축소 대신 중간지주사까지 세워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의료로봇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지난해 주력 제품인 인공관절 수술로봇 '티솔루션원'(TSolution One)이 미국에서 두 번째 FDA 승인을 받은 것도 계기가 됐다. 해외시장 진출을 서둘러 '의료기기 블루오션'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중간지주사 'HYSG' 설립…대표에 김현준 투자자문 이사 선임

27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12월6일 씽크써지컬 지분 2454만7468주 전량과 현금, 대여금을 출자해 중간지주사 'HYSG PTE LTD'(한국야쿠르트 싱가포르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씽크써지컬 지분 현물출자액 522억8000만원, 대여금 출자액 1077억원, 지분법이익잉여금변동금 1억4000만원 등 총 1600억원이 투입됐다.
HYSG의 대표이사에는 김현준 한국야쿠르트 투자자문 이사(51)가 선임됐다. 김 대표는 지난해 한국야쿠르트가 영입한 글로벌 투자 전문가다. 네덜란드 로테르담경영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하고 2012년부터 이랜드 그룹에서 △이랜드 차이나 홀딩스 자금부서장 △이랜드월드 국제금융팀장 △이랜드 아시아 사업부 자금본부장을 지냈다.

한국야쿠르트의 종속회사였던 씽크써지컬은 HYSG의 지배를 받는 자회사로 편입됐다. 김 대표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중간지주사를 운영하면서 의료로봇 영업과 연구개발, 투자 등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사업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외자유치 등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를 위해 싱가포르에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야쿠르트가 의료로봇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는 셈법이 사뭇 복잡하다. 한국야쿠르트는 1969년 '한국야쿠르트유업'이라는 이름으로 발효유 사업을 시작한 이래 꾸준한 인수합병을 거듭하며 성장한 종합식품기업이다.

한국야쿠르트는 1982년 팔도라면을 시작으로 △비락 △파스퇴르 △플러스자산운용 △능률교육 등을 차례로 인수, 사업 영역을 식품·금융·교육까지 다각화했다. 주력 사업에만 기대기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미래성장동력을 찾는 경영전략이다.

한국야쿠르트가 의료로봇사업에 승부수를 띄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료기기 산업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떠오르는 블루오션 중 하나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2015년 3243억달러(400조5105억원)에서 2020년 4358억달러(538조 2130억원)으로 연평균 6.1%씩 성장하고 있다. 수술로봇 시장규모도 2016년 42억달러(5조원)에서 2022년 130억달러(16조원)로 3배 이상 커졌다. 씽크써지컬과 큐렉소가 10년째 적자를 내며 투자금을 전부 까먹고 자본잠식에 빠졌는데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씽크써지컬은 지난해 영업손실 656억원, 당기순손실 695억원을 기록해 자본잠식 상태를 지속했다. 매출은 11억원으로 전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반면 자산은 마이너스 1475억원으로 2 배 불었다. 큐렉소도 지난해 영업손실액이 4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 악화했다. 당기순손실은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259억원이 넘는 적자다.

이재준 큐렉소 대표와 인공관절 수술로봇 '티솔루션원'(TSolution One) News1
이재준 큐렉소 대표와 인공관절 수술로봇 '티솔루션원'(TSolution One) News1

◇美 FDA 승인에 사업 탄력…"해외 의료시장 진출"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야쿠르트가 중간지주사까지 설립한 것은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주력 의료로봇인 '티솔루션원'의 엉덩이 관절(고관절)과 무릎 관절(슬관절) 부문에 대해 모두 승인했다. 세계 의료기기·수술로봇 시장에서 마음껏 영업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티솔루션원'은 세계 최초의 인공관절 수술로봇 '로보닥'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통해 스스로 수술 계획을 짜고 진행하는 '완전자동수술'을 수행한다. 씽크써지컬은 2014년 고관절에 이어 지난해 10월 슬관절 부문까지 미국 FDA 승인을 획득했다. 2015년과 2017년에는 슬관절·고관절 대한 유럽통합규격(CE) 인증을 받았다.

의료기기 판매·유통을 담당하는 큐렉소는 올해 1월 서송재활요양병원에 상·하지 재활로봇 2대를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영업망을 넓히고 있다. 지난 2월과 3월에는 미국 INOV8 수술센터, 헤켄섹 대학병원 등 3곳에 연달아 티솔루션원을 판매했다.

한국야쿠르트는 당분간 'HYSG'를 필두로 해외 의료시장 공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기 규제가 엄격한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이 사업 확장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미국이 49.1%로 가장 크다. 이어 서유럽 23.4%, 아시아·태평양 20.2% 수준이다. 한국의 비중은 중동·아프리카(3%)의 절반 수준인 1.7%에 불과하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의료기기 연구개발과 생산을 맡고 있는 씽크써지컬이 지난해 10월 미국 FDA 승인을 추가로 받으면서 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한 연구개발 가속화와 해외 의료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중간지주사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는 한국야쿠르트가 의료로봇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염두하고 중간지주사를 설립한 것으로 풀이한다. 향후 의료로봇사업이 커져 추가 인수합병이나 인적·물적 분할이 진행될 경우 중간지주사 체제가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까지 씽크써지컬은 지주사인 '팔도'의 손자회사였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씽크서지컬이 계열사를 가지려면 '완전자회사'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증손회사 이상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점이다.

하지만 중간지주사가 끼면 한결 수월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야쿠르트가 의료로봇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확장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며 "중간지주사 체제가 신규사업 확대나 외부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야쿠르트는 "향후 해외 투자 유치 및 사업확장 등은 기업 운영에 관한 중대한 사안으로 답할 수 없다"며 "인수합병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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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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