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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약인줄 알았던 렘데시비르 '게임체인저'되나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20-04-17 15:30 송고 | 2020-04-17 23:23 최종수정
길리어드의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 AFP=뉴스1
길리어드의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 AFP=뉴스1

미국의 바이오기업 길리어드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실험중인 약인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관련 의약계를 획기적으로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하다 중단했지만 정작 이 병 아닌 코로나19 치료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 렘데시비르 투약한 중환자 68%가 회복 : 17일 의학전문사이트 웹엠디(WebMD)에 따르면 지난 10일 출간된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는 '코로나19 중증환자에 대한 렘데시비르의 사용'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과 일본의 연구자들이 코로나19 환자 53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를 투약하는 실험을 실시했는데 약 68%에 해당하는 36명이 산소 지지(oxygen-support) 수준이 좋아지며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공호흡기를 사용했던 30명 중 17명(57%)은 이를 벗을 수 있었다.

지난 13일에 국제학술지인 '생물화학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는 렘데시비르가 효소의 일부인 것처럼 바이러스를 속이면서 복제를 막는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렘데시비르는 코로나바이러스 폴리메라아제(중합효소)의 매우 강력한 억제제"라면서 이를 이용하면 바이러스는 확산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덴버 시내에서 한 여성이 복싱 장갑과 천사 날개,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인을 묘사한 벽화 앞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촬영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14일(현지시간) 미국 덴버 시내에서 한 여성이 복싱 장갑과 천사 날개,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인을 묘사한 벽화 앞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촬영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폴리메라아제는 중합효소, 즉 DNA와 RNA 같은 핵산 형성의 촉매가 되는 효소를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렘데시비르는 느슨한 코로나 폴리메라아제 조직에 마치 조직 일부인 듯이 섞여들어가 바이러스를 속인 후 RNA 복제를 막는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바이러스에 속한다.

◇ 시카고대 연구 "1주일만에 코로나 완치" : 정식 논문이 아니라 토론 영상 속 정보가 사전 유출된 경우긴 하지만 시카고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도 렘데시비르의 약효가 뚜렷했다.

16일 미국 현지 메디컬매체인 '스탯 뉴스'는 이번주 시카고 의료진들이 임상실험 결과를 토론한 영상을 입수해 내용을 분석해 보도했다. 3단계 임상실험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들 대부분은 렘데시비르 치료 이후 열과 호흡기 증상이 크게 완화해 1주일도 되지 않아 퇴원했다는 것이다.

시카고대는 상태가 위중한 113명의 환자를 포함해 코로나19 환자 125명을 모집해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모든 환자들은 매일 렘데시비르를 투약받았다.

시카고대 연구진은 고열로 고통받던 환자들이 약을 투약하자 열이 급속도로 내렸고,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던 일부 환자는 투약 하루만에 자가호흡이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그 결과 대부분이 6일째 퇴원했으며 3명만이 그 이상의 치료 기간이 필요했다. 사망자는 두명이었다.

렘데시비르  © AFP=뉴스1
렘데시비르  © AFP=뉴스1

◇ 실패작인줄 알았던 약품의 성공…속단은 금물 : 렘데시비르는 뉴클레오타이드 유사체 항바이러스 제제로 RNA 복제를 막아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원래 에볼라바이러스 치료를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었으나 MSD와 존슨앤드존슨 등 경쟁사에서 개발한 약물 정도의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개발이 중단됐다.

그러나 전임상 단계에서 진행했던 동물실험에서 간염바이러스와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CoV·메르스)에 효능을 보이며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많은 성공 사례들에도 그 효과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길리어드측은 이메일을 통해 "렘데시비르 관련 자료에 대한 관심을 이해하고 있으나, 시험에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선 전체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카고대학 또한 "연구자들간 내부 포럼 정보가 허가 없이 공개됐다"며 "진행 중인 임상 시험의 일부 데이터는 불완전한 데이터로 결론을 내리는 데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임상적으로는 이 약이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연구에 필수적인 비교 대조군이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약물이 없었더라도 비슷한 속도로 회복했을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또 치료 대상 환자수가 너무 적다는 점도 문제다.

길리어드 측은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연구 자료는 이달 말쯤, 그리고 추가 정보는 5월 중 공개할 예정이다.


ungaung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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