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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프랜차이즈]①봉구비어 이어 'ㄷ자 식탁' 감성으로 대박난 '오공복이'

오세형 대표 "고객·점주 눈으로 봤더니 성공 보였죠"
맛·감성 공략하니 골목길도 '문전성시'…'출점 제한' 이색경영도 눈길

(부산=뉴스1) 최동현 기자 | 2020-04-15 06:23 송고 | 2020-04-16 09:49 최종수정
편집자주 프랜차이즈는 '마지막 전쟁터'라고 불린다. 거리에 널리고 널린 것이 프랜차이즈 간판이지만, 누군가에는 인생을 걸어야 하는 '마지막 생계수단'이다. 그만큼 경쟁도 살벌하다. 한 해에 100곳의 음식점이 문을 열고 92곳은 망한다. 프랜차이즈 세계에도 발길이 몰리는 '알짜'는 따로 있다는 뜻이다. SNS와 입소문을 타고 뜨고 있는 그곳, 떡잎이 '파란' 프랜차이즈를 찾아봤다.
오세형 남쪽나라 프랜차이즈 브랜딩 컴퍼니 대표(40)가 부산 전포동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오세형 남쪽나라 프랜차이즈 브랜딩 컴퍼니 대표(40)가 부산 전포동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 해가 저물자 식당에는 조명이 켜졌다. 퇴근한 직장인, 취업준비생, 마감에 쫓기는 프리랜서. 몸도 마음도 허기진 '혼자'들이 하나둘 식당에 둘러앉았다. 밥 한 그릇과 술 한잔을 곁들이던 이들은 어느새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부산에서 꼭 닮은 식당을 찾았다. 손님들은 익숙한 듯 벽에 옷을 걸고 'ㄷ자'로 둘린 식탁에 앉았다. 주인장은 한 바퀴 빙글 돌며 주문을 받더니 덮밥 한 그릇을 내왔다.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해서일까. 한켠에서는 반주(飯酒)를 홀짝이기 시작했다. 부산을 중심으로 '뜨고' 있는 감성식당 '오공복이'다.
지난 13일 부산 전포동에서 만난 오세형 남쪽나라 프랜차이즈 브랜딩 컴퍼니 대표(40)는 "느낌이 어땠냐"고 물었다. 유명 프랜차이즈 '봉구비어'를 설립했다가 '오공복이'로 제2 전성기를 연 오 대표의 인생을 들어봤다.

오공복이 대연못골점(남쪽나라 프랜차이즈 브랜딩 컴퍼니 제공)© 뉴스1
오공복이 대연못골점(남쪽나라 프랜차이즈 브랜딩 컴퍼니 제공)© 뉴스1

◇혼자와도 녹아드는 'ㄷ자' 식탁… "혼술족 단골집 됐죠"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혼술·혼밥이 뜨고 있죠. 하지만 막상 혼술·혼밥족이 식당에 오는 일은 드물어요. 혼자 덩그러니 식탁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할 수가 없거든요"
오공복이는 지난 2015년 11월 부산 전포동에서 작은 식당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카페거리'로 유명해졌지만, 당시에는 공구상가가 모여있던 '우범지대'였다. 손바닥만 한 12평짜리 매장, 16개 좌석이 전부였던 골목식당은 3년 만에 서울까지 지점을 낸 '유명 프랜차이즈' 반열에 올랐다.

'ㄷ자' 식탁은 오공복이의 시그니처다. 식당 안에 들어서면 딱 적당하게 은은한 조명 아래 놓인 큰 식탁이 눈에 들어온다. 생판 처음 보는 손님 옆에 앉아 대표 메뉴인 '대창 덮밥'을 주문했다. 덮밥 그릇에 노릇노릇 구워진 대창이 한가득 들었다. 날계란을 톡 터뜨린 뒤 와사비 소스를 쓱쓱 비벼 먹으니 술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여기에서 'ㄷ자' 식탁의 진면목이 발휘된다. 오 대표는 "모든 사람이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니까 누가 혼자 왔는지, 누가 누구의 일행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며 "자연스럽게 식탁 안에 녹아들 수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혼술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을 나갈 땐 자연스럽게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에 남이 시킨 음식을 덩달아 시키는 효과도 톡톡하다.

실제로 오공복이를 찾는 전체 고객 중에서 혼밥·혼술족은 30~40%에 달한다. 경기도 부천의 한 오피스텔 상가에서 오공복이를 운영 중인 점주는 "저녁 손님은 대부분 혼술족으로 채워진다"며 "직장인이나 취준생, 프리랜서 등 밥 동무가 없는 분들이 자주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

오공복이 대창덮밥(왼쪽)과 명란계란버터밥/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오공복이 대창덮밥(왼쪽)과 명란계란버터밥/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봉구비어' 만든 노하우로 '제2 전성기'…SNS서 먼저 떴다

"혼밥·혼술을 노리고 만든 식당은 아니에요. 점주가 가장 효율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구조는 뭘까 고민하다 'ㄷ자' 식탁이 나왔고, '안주가 먹고 싶다'는 손님에게 술상을 내어드리다 보니 저녁엔 주점도 하게 됐죠"

오공복이의 인테리어와 밥·술 '이모작' 운영은 치밀한 계산과 시행착오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오 대표는 "사시사철 시즌을 타지 않고, 최악의 상황에도 영업을 할 수 있는 '스몰 식당'을 만들고 싶었다"며 오공복이의 탄생 비화를 설명했다.

사실 오 대표는 국내 '스몰 비어'(small beer)의 원조 격인 '봉구비어'를 만든 장본인이다. 2012년 2월 전포동에 9.8평짜리 빈 점포를 사들여 '봉구비어 1호점'을 열었다. '봉구'도 오 대표의 모친이 작명소에서 받아온 이름에서 따왔다.

봉구비어의 성공은 혁신적이었다. 값싸고 맛있는 맥주맛을 찾아 온 손님들로 1년 내내 가게가 미어터졌다. 아예 가게 앞 노상에서 주저앉아 술을 마시는 광경까지 연출됐다. 후미진 공구거리에서 봉구비어만 연일 늦은 밤까지 문전성시를 이뤘다. 오 대표가 '작은 골목가게'의 가능성을 엿본 계기였다.

오 대표는 봉구비어 사업권을 동업자에게 넘기고 분식집 '은하수 식당'과 덮밥집 '오공복이'를 차렸다. 그는 "봉구비어를 하기 전에 100평대 호프집을 운영하다가 쓰라린 실패를 맛봤다"며 "식당 형편이 어려워져도 영업을 이어가려면 '작은 가게'여야 했고, 점주 혼자서도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데는 'ㄷ자' 식탁이 가장 적합했다"고 말했다.

치밀한 계산 끝에 만들어졌지만, 오공복이는 뜻밖에도 '감성'에서 터졌다. 봉구비어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감성적인 인테리어와 조명을 달고, '안주는 없느냐'는 요청에 점심에 우렸던 육수로 안주를 내어놓았더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맛집'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오세형 남쪽나라 프랜차이즈 브랜딩 컴퍼니 대표(40)가 부산 전포동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한 뒤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오세형 남쪽나라 프랜차이즈 브랜딩 컴퍼니 대표(40)가 부산 전포동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한 뒤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출점 제한' 두는 이상한 프랜차이즈…"고객·점주 상생이 정체성"

"오공복이의 모토는 '배고픔의 공복만 채우는 게 아니라 마음의 공복도 채운다'거든요. 잘 된다고 100개, 200개 출점해서 서로 갉아먹고 싶지 않아요. 한 브랜드당 30~50개만 출점하고 서로의 영업권을 존중하는, 상생하는 외식기업이 남쪽나라의 방향성입니다"

프랜차이즈 법인 설립 3년 만에 20호점을 낸 오공복이는 현재 부산·경북을 넘어 △서울 문정점 △인천 구월점 △수원 망포점 △부천 중동점 등 수도권까지 진출했다. 가맹점 연평균 매출도 업계 평균(2억8000만원)보다 약 20% 높은 3억36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오 대표는 향후 사업 계획을 묻는 말에 "출점 제한제를 둘 생각"이라고 답했다. 가맹점 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프랜차이즈 본사 대표로서는 이례적인 답변이다.

그는 "브랜드가 잘 돼서 100호점, 200호점이 나오면 좋겠다"면서도 "서로서로 갉아먹는 출혈 경쟁은 남쪽나라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매장 수를 조절해 점주의 영업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오 대표는 '매장 늘리기'보다는 '브랜드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 여름이 끝나는 대로 커피와 분식 브랜드를 시작할 계획이다. 오공복이 메뉴에서 술만 뺀 '오공복이 라이트'(Lite) 의 아울렛·백화점 입점도 추진 중이다.

오 대표는 '공복을 채우다'라고 적힌 슬로건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공복이는 가격을 먼저 정하고 비용을 책정합니다.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어야 하거든요. 점주를 위해서 물류비도 낮췄어요. 애초에 '최악의 상황에도 영업을 할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좋은 브랜드를 많이 만들어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가게를 내주고 '영업권'을 지켜주는 것. 남쪽나라가 가고자 하는 길입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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