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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만 들을 바에야" 온라인 개학에 학원·사설인강 찾는 고3

고3 수업 대부분 EBS 강의로 채워져
입시 준비 바빠 사교육에 눈 돌려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2020-04-13 13:44 송고
지난달 16일 서울 시내 학원가의 모습.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지난달 16일 서울 시내 학원가의 모습.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전국 중·고교 3학년이 지난 9일 첫 타자로 '온라인 개학'을 맞은 가운데 고3 수험생의 경우 수업 대부분이 EBS 강의로 채워진 탓에 학원이나 사설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에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A군(18)은 평소 학원에 다니지 않았지만, 이번 주부터 국어·화학 등 2개 과목을 단과학원에서 수강하기로 했다. 교사의 지도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EBS 강의만 들어서는 입시 준비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A군이 다니는 학교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실시간 쌍방항형' 수업이 전혀 없다. 교사가 미리 강의를 녹화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듣게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전무하다. 모든 수업을 EBS 강의로만 진행하는 상황이다.

A군은 "수험생 입장에서는 어차피 학교에 가지 않을 바에야 학원에 가거나 이투스 같은 사설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상위권의 경우 집에서 EBS 강의로 공부하는 학생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수험생 B양(18)의 학교도 원격수업 기간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 개학 첫날 각 반 담임이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EBS 온라인 클래스' 활용법을 설명해 준 것이 전부다. 교사가 직접 만든 교육 콘텐츠를 활용하는 일도 가물에 콩 나듯 해서 사실상 'EBS 온리(only)'라고 봐도 무방하다.
B양은 "한문 선생님이 직접 수업 영상을 촬영해 올려 주신 것을 빼면 모든 수업을 EBS로 한다"며 "스마트폰으로 EBS 강의 틀어 놓고 노트북으로 다른 인터넷 강의를 듣는 친구도 있고, 학원에 다니면서 EBS 강의로는 출석 체크만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적지 않은 학원이 학교 정규 교육이 이뤄지는 시간에도 강의를 개설해 대면 수업을 진행하거나 생활 습관 관리를 명목으로 학생들을 학원에 불러 모아 지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도 학교보다 학원 일정을 우선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EBS 온라인 클래스'에 올라온 강의는 1주일 안에 듣고서 출석 확인만 하면 정상적으로 수업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이뤄지는 학원을 더 중시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같은 학원 운영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히는 한편,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학원·교습소의 휴원이나 원격수업 전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휴원하거나 원격강의로 전환한 학원·교습소는 전국 12만6619곳 가운데 4만657곳으로 휴원율이 32.1%에 불과했다. 교육열이 높은 서울의 경우 더 낮아서 같은날 기준 휴원율이 18.7%에 그쳤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3학년의 경우 원격수업이 대부분 EBS 강의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 교육 환경 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 10일 신학기개학준비추진단 영상회의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 고등학교 3학년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현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초·중학교가 개학하면 쌍방향 수업 등 수업이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C씨는 "원격수업 준비 시간이 촉박했고, 수업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EBS를 주로 쓸 수밖에 없다"면서도 "교사들이 다양한 수업 보조자료를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준다면 학생들이 사교육에 손 벌리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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