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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앱 삭제하고 전화주문 하면 착한소비?"…누가 웃을까

온라인 중심으로 '배달의민족 앱 삭제' 운동 확산…후기 쏟아져
점주, 앱 이용률 저하로 매출 줄까 '전전긍긍'…"확실한 대안 필요"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0-04-10 06:15 송고 | 2020-04-10 14:23 최종수정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 방문자 센터의 모습. 2019.12.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 방문자 센터의 모습. 2019.12.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배달의민족 진짜 못됐네요. 말도 안 되는 수수료 정책에 소비자인 저도 우롱당하는 기분입니다. 오늘 바로 앱 삭제합니다. 여러분 이제 배달할 때 전화로 주문합시다."

배달의민족이 새로운 수수료 정책 '오픈서비스'를 도입해 자영업자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일부 누리꾼이 배민 애플리케이션(앱) 삭제 운동에 나섰다. 모바일 앱이 아닌 매장에 직접 전화로 주문해 '착한소비'를 해보자는 것.
이를 지지하는 의견도 있지만 결국 불편은 이용자의 몫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점주도 앱 이용률 저조로 매출이 줄어들까 우려한다.

◇"배민, 독점적 지위 이용해 소상공인에 갑질"…앱 삭제운동 ↑

국내 포털과 소셜미디어에서는 배민 앱을 삭제하자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누리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아한형제들이 점주들에게 이중으로 부담을 주는 수수료 정책을 도입했다고 비판한다.
대구 지역에 거주한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소상공인의 수수료를 갈취하는 배민 앱을 삭제하고 전화주문을 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게시물에는 "간편결제가 편해서 자주 이용했지만 불편해도 전화주문을 이용하겠다", "퀵 배송업체를 써서 배달을 시켜먹어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동참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점주들은 전화주문량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주문을 선호하게 되면서 이전보다 주문량이 2배 증가했는데 앱 주문이 하루 20건의 정도라면 전화주문은 2건 정도였다"며 "요 며칠 전화주문 활성화 분위기가 형성되며 일 5건까지 늘었고, 주변 매장도 이런 현상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여론은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을 결정하면서 국내 배달 앱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 가운데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점주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인수합병 절차를 마무리하면 국내 배달 앱 시장의 98.7%를 장악하게 된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도 배민 수수료 개편 결정이 합병에 따른 독점적 시장지배력에서 비롯된 것인지 판단해보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소비자 권익과 경제적 효과를 따져보겠다"고 강조했다.

◇앱으로 원스톱 주문하고 이벤트 혜택받는데 익숙해진 고객들은?

배달산업이 '앱' 중심으로 성장했고 모바일 앱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이용자는 '전화주문' 이용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소상공인에 도움이 되고자 치킨을 전화로 주문했는데 주소와 곁들임 메뉴까지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클릭 몇 번만으로 메뉴 확인과 결제, 배달 현황까지 알 수 있는 앱의 편리함을 포기하는 건 고문"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배민 삭제, 자영업자께 요청'이라는 공개 게시물을 올렸다. 이 누리꾼은 "소상공인도 살리고 할인혜택이 있을까 해서 전화주문을 하고 직접 음식을 받곤 했는데 앱을 안 쓰는 내가 바보가 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같은 가격을 내고 먹는데 (배달 앱에서 진행하는)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는 고객에겐 서비스를 더 주고 정작 직접 주문을 한 내겐 아무런 혜택이 없었다"며 "점점 전화주문을 하는 내가 뒷순위로 밀리는 느낌이 들었고 음식 품질에서도 차이가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화주문하고 마음으로 리뷰 쓰는 본인보다 외부 리뷰가 노출되는 앱을 신경 쓰는 점주들이 이를 개선해주길 바란다"며 "배민 앱은 지웠다. 배민처럼 독과점 횡포를 펼치는 앱이 활개치지 않고 점주와 고객이 모두 웃을 수 있는 배달문화가 생활화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앱 주문 줄면 우리 매장 괜찮을까?"…마냥 웃지 못하는 점주들

전화주문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점주도 마찬가지다. 국내 소상공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배민 앱 삭제 운동에 대한 우려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한 점주는 "정치계가 지난 1일 이후 배민을 언급하면서 앱 삭제운동이 일어났으나 결론적으로 손해를 입는 건 누군지 진심으로 걱정된다"며 "확실한 대안이 아닌 국민감정에 호소하는 정치인들의 발언에 오히려 배달업체가 피해를 볼까 걱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화주문이 증가로 점주의 금전적 부담이 증가한다는 주장도 있다. 4년째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힌 한 자영업자는 "현재 불만과 비판의 초점이 배민 수수료가 얼마나 높은지에 맞춰 있다"며 "수수료에 어떤 비용이 포함됐나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달책자가 전성기엔 맨 앞에 노출되기 위해 최소 40만~50만원을 내야했고, 사람들이 안 보는 부분도 최대 20만원까지 내야 했다. 인건비까지 합치면 30만원은 기본이었다"며 "한 중식전문점 점주는 월 500만원을 전단지와 책자로 썼기에 앱에 300만~400만원 내는 건 아깝지도 않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리·포장만으로 정신없는 작은 매장의 경우 건당 1분 정도 되는 주문전화를 받고 정리하려면 시간과 비용(인건비)이 든다"며 "배달 앱 수수료 안에 광고와 전화 응대 인원 1명의 인건비가 포함됐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점주는 "수수료는 시장 논리에 따라 차후 오를 수도 있지만 낮아질 수도 있는 것"이라며 "자영업의 생리가 '경쟁'이듯 배민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조치였으나 독점을 막을 장치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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