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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산불 1년] "한 해가 갔지만 잠이 안와"…끝나지 않은 고통

피해입은 1524명 중 947명 여전히 조립·임대주택 생활
산림 곳곳 화마 상흔…이재민 "빚 걱정·보상문제 속타"

(속초·고성=뉴스1) 이찬우 기자, 고재교 기자 | 2020-04-04 07:00 송고 | 2020-04-04 07:17 최종수정
편집자주 4일은 강원 고성군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고성·속초뿐 아니라 강릉·동해, 인제에 잇따라 옮겨붙은 화마는 큰 상처를 남겼다. 1년이 지난 지금 피해주민들 생활과 잿더미가 됐던 산림 복구, 그리고 보상 진행상황 등을 뉴스1 강원취재본부가 살펴봤다.
강원 동해안 대형산불 발생 1년을 하루 앞둔 3일 고성군 토성면의 민둥산에서 조림사업이 진행중이다. 2020.4.3/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강원 동해안 대형산불 발생 1년을 하루 앞둔 3일 고성군 토성면의 민둥산에서 조림사업이 진행중이다. 2020.4.3/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지난해 강원 동해안 일대를 잿더미로 만든 대형 산불 발생으로부터 1년이 지났다. 화마가 덮친 속초시 장사동과 고성군 토성면 일대 곳곳에는 화마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이 일대 산불이 휩쓴 산림 곳곳은 벌채로 잿빛 민둥산이 됐다. 민둥산에는 마른 가지와 그루터기가 남아 이곳이 이곳에 '숲'이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벌채를 마친 일부지역에서는 다음 세대를 위해 다시 숲을 만드는 조림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조림지에는 손가락 보다 가는 굵기의 나무들이 바람을 견디며 싹을 틔워 나갔다.

강원 동해안 산불 발생 1년을 하루 앞둔 3일 고성군 토성면에서 불에 탄 소나무 사이로 주택이 지어지고 있다. 2020.4.3/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강원 동해안 산불 발생 1년을 하루 앞둔 3일 고성군 토성면에서 불에 탄 소나무 사이로 주택이 지어지고 있다. 2020.4.3/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미처 벌채가 진행되지 못한 곳에선 검게 탄 껍질 사이로 노란 속살을 드러낸 소나무들이 벌채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게 그을려 을씨년스러운 숲에서도 피해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복구하고, 자연은 회복을 이어나갔다.

도로변 밑둥이 검게 그을린 소나무는 아래로 누런 송진을 흘리면서도 위로는 녹색 솔잎을 지켜냈다.

식물들은 형형색색 꽃과 잎을 틔우며 4월의 생명력을 보여줬다.

강원 동해안 산불 발생 1년을 하루 앞둔 3일 고성군 토성면의 야산에 산불에 그을린 소나무가 질긴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 2020.4.3/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강원 동해안 산불 발생 1년을 하루 앞둔 3일 고성군 토성면의 야산에 산불에 그을린 소나무가 질긴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 2020.4.3/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산불 피해지역 주민들에게도 4월의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지난해 화마를 경험한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은 16가구가 임시조립주택으로 옮겼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농사 준비로 분주했다.

비닐하우스 안에선 요란한 소리와 함께 모판에 볍씨가 담겨 나왔다.

3일 강원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에서 주민들이 벼농사를 위해 모판을 만들고 있다..2020.4.3/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3일 강원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에서 주민들이 벼농사를 위해 모판을 만들고 있다..2020.4.3/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어두흔 통장은 "우리 마을이 산불을 겪고 일부가 임시거처로 옮겼지만, 지금은 6가구를 제외하고 모두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 주민들은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든 일을 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 통장은 마을 주민들이 지난해 산불 피해를 입었을 당시에도 모판 만들기 등 농사일을 도왔다.

강원 동해안 산불 발생 1년을 하루 앞둔 3일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에서 산불 이재민이 옥수수 모종을 살펴보고 있다.2020.4.3/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강원 동해안 산불 발생 1년을 하루 앞둔 3일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에서 산불 이재민이 옥수수 모종을 살펴보고 있다.2020.4.3/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지난해 산불로 집을 잃은 김선환씨(70·여)는 임시조립주택 옆에 옥수수 모종을 만들어 봄 농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임시주택 주변에 농사를 위한 농기계를 가져다 놓고, 쑥·나물 등을 캐 말리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산불에 볍씨를 불리기 위한 물탱크가 타버려 벼농사에 애를 먹었다. 그나마 통장의 도움으로 모판을 만들어서 벼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산불 이후로 1년이 지났지만 하루도 잠을 제대로 잔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부터 시작해 집을 다시 짓고 있다. 올해 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지금 짓고 있는 집도 결국엔 빚으로 세우는 것인데, 집으로 돌아간 뒤에는 빚을 갚아나갈 걱정이 하나 더 생기게 된다"며 "그나마 보상이 시작된다고는 하는데 구상권이니 뭐니 속이 탄다"고 읍소했다.

일부 주민들은 보상을 받으려면 건물 등을 불에 탄채로 남겨놔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보존하기도 했다.

고성군 토성면의 대로변에는 보상을 촉구하기 위해 불탄 채 방치된 건물에 '나는 분노하고 있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리기도 했다.

강원 동해안 산불 발생 1년을 하루 앞둔 3일 고성군 토성면에서 불탄 채 방치된 건물에 '나는 분노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2020.4.3/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강원 동해안 산불 발생 1년을 하루 앞둔 3일 고성군 토성면에서 불탄 채 방치된 건물에 '나는 분노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2020.4.3/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지난해 4월 4~6일 발생한 동해안 산불로 고성·속초·강릉·동해·인제 지역 산림 2832㏊가 소실됐다. 피해면적은 지역별로 고성·속초 1227㏊, 강릉·동해 1260㏊, 인제 345㏊로 최종 집계됐다.

산불로 인한 재산피해는 1295억3200만원, 강릉·동해·속초·고성 등 4개 시군에서는 658세대 152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 3일 기준 산불피해를 입은 동해안 4개 시군에서의 주택복구 현황은 57%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는 고성 62%, 속초 40%, 강릉 47%, 동해 66% 수준이다.

총 416개소 중 96개소가 복구 완료됐으며 80개소가 공사중, 64개소가 설계 중이다.

이재민 658세대 1524명 중 243세대 577명이 친·인척집을 포함해 귀가했으며 415세대 947명이 여전히 조립·임대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 조립주택에는 261세대 583명이, 임대주택에는 154세대 364명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이재민들과 한국전력공사가 보상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마찰은 현재 진행형이다.

강원 동해안 산불 발생 1년을 하루 앞둔 3일 속초시의 한 폐차장의 모습. 오른쪽은 지난해 산불에 차량들이 전소된 모습이다. 2020.4.3/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강원 동해안 산불 발생 1년을 하루 앞둔 3일 속초시의 한 폐차장의 모습. 오른쪽은 지난해 산불에 차량들이 전소된 모습이다. 2020.4.3/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epri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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