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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공 넘긴 한은 회사채 매입…"정부 보증하면 쉬워져"(종합)

한은 회사채 매입, 한은·정부·국회 합심 필요
미 연준, 정부 지급보증 전제로 회사채 매입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김승준 기자 | 2020-03-26 14:46 송고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26일 오전금융통화위원회가 '한은의 공개시장운영규정과 금융기관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한 후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이 코로나19발 금융불안 해소를 위해 사상 첫 '한국판 양적완화'에 나선 가운데 회사채 직접 매입 결정과 관련한 공을 정부로 넘겼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26일 "정부가 한은의 회사채 매입(에 따른 신용위험)을 보증하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공개시장 조작 대상으로 결정하는 게 쉬워진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 요구하고 있는 한은의 회사채 직접 매입과 관련해 정부가 회사채 신용위험을 보증한다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즉 정부의 보증이 없다면 회사채 직접 매입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윤 부총재는 이날 오전 금통위가 '한은의 공개시장운영규정과 금융기관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해 3개월간 무제한 돈풀기에 나서기로 결정한 후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은 회사채 매입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은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국민 공감대는 별개 사안"이라고도 했다. 결국 한은이 회사채 매입을 결정하려면 한은뿐만 아니라 정부, 국회 등이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윤 부총재는 "한은법 68조에 원리금 상환을 정부가 보증한 유가증권은 공개시장 조작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유가증권은 자유롭게 유통되고 발행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한정한다는 조건 외에 정부가 보증하면 금통위 매입 결정이 용이하다"고 밝혔다.

한은법 68조는 국채, 원리금 상환을 정부가 보증한 유가증권, 그 밖에 금통위가 정한 유가증권을 공개시장에서 매매하거나 대차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해당 유가증권은 자유롭게 유통되고 발행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한정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유동성과 안정성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한은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은 '유가증권은 자유롭게 유통되고 발행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한정한다'는 조건에 맞지 않는다며 직접 매입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또 한은은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면 회사채 매입은 가능할 수 있지만, CP 매입은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CP는 통상적으로 공개시장 조작 대상 유가증권으로 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은과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흔들리자 기업어음매입기구(CPFF) 등을 설립해 1조달러 규모의 CP 매입 계획을 발표했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꺼내지 않았던 회사채 매입 카드도 포함했다.

원칙적으로 연준 역시 회사채를 매입할 수 없다. 다만 미 재무부 승인과 보증을 전제로 회사채 매입이 가능하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 일본은행은 이미 회사채를 매입하고 있다.

이날 한은은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매주 한차례씩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으로 금융회사에 사상 처음으로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 한국판 양적완화에 나선 것이다.

한은은 당분간 무제한 RP 매입 등의 방안과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등 정부 정책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채안펀드는 회사채와 우량기업의 기업어음(CP), 금융채 등에 투자한다. 채권시장 경색으로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한다.

정부는 채안펀드에 더해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시행(2조2000억원), 산업은행의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1조9000억원),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6조7000억원)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정크펀드라고 하서 투자 부적격 채권 시장이 크고 적격등급(AAA~BBB-) 중에서도 BBB 등급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우량한 A등급이 대부분"이라며 "회사채 시장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음 달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채안펀드 등을 통해 대응이 가능하다"며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져 더 큰 충격이 오면 또 다른 대책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