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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17세 사인 사이토카인 폭풍?…아이들 안전하단 믿음에 금 가나

사스·메르스 때도 유사한 사례 보고…양성 확정시 파장 클 듯
김우주 교수 "과도하게 면역반응 생기면 정상조직 유탄 맞아"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 2020-03-19 06:26 송고 | 2020-03-19 10:24 최종수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환자인 17세 소년이 입원치료 중 사망한 대구 영남대병원./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환자인 17세 소년이 입원치료 중 사망한 대구 영남대병원./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환자인 대구 17세 소년의 사망 원인으로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 거론되고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력이 특정한 이유로 너무 강해져 대규모 염증반응이 불필요하게 생기는 증상이다. 이로 인해 장기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호흡곤란 증세가 심해져 사망으로 이어진다.

정확한 사인 밝히려면 부검이 필요하지만, 17세 소년이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두통과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았고 별다른 기저질환이 없었다는 점에서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 과도한 면역반응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7세 소년 다발성 장기부전 사망…두통·폐렴으로 입원치료

만약 17세 소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코로나19는 미성년자가 걸려도 가벼운 감기처럼 경증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미성년자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19일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17세 소년은 지난 18일 오전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두통과 폐렴으로 인해 입원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엑스레이(X-ray) 검사에서도 폐 여러 부위가 하얗게 변한 것도 확인됐다. 이 소년은 여러 차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한두 차례 양성 소견을 보였다. 방역당국은 최종 판정을 위해 검사를 진행 중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에서도 기저질환이 없는 젊은 확진자가 숨진 사례가 있다"며 "국내 누적 확진자가 8000명을 넘어서면서 예외적인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17세 소년은 폐렴 증상이 있었고 인공심폐기 에크모(ECMO) 치료도 받았지만 콩팥 등 장기 기능과 혈압이 크게 떨어졌다"며 "이 같은 다발성 장기부전이 오면 치명률이 매우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다발성 장기부전이 온 환자는 폐렴이나 신장염, 후두염 등을 일으키는 균 등이 몸속을 돌아다니며 패혈증을 일으키거나, 호흡기관을 포함해 몸속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숨질 위험이 매우 높다.    

김우주 교수는 "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유행 때도 다발성 장기부전에 의한 쇼크사가 발생했다"며 "역설적으로 젊고 건강한 사람은 병원체가 몸속에 침입하면 맹렬하게 바이러스를 공격하는데, 이때 과도한 면역반응이 나오면서 다른 정상조직까지 유탄을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교수는 명확한 사인에 대해서는 부검이 필요하다는 전제조건을 달면서도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시기에도 어린아이가 약물 부작용으로 숨지는 등 예측하지 못한 일이 드물게 일어났다"며 "지금은 신종 감염병에 한없이 겸손해질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사례는 매우 드물고 코로나19에 걸린 다른 아이에게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면서도 "부모가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인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당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아(성동구 제공)2020.3.6/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아(성동구 제공)2020.3.6/뉴스1

◇부모 과도한 걱정은 독…대부분 해열제 등 대증요법으로 완치 

17세 소년의 사망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은 한층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4월 5일까지 연장한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휴원 및 휴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17세 소년의 죽음을 통해 부모가 자녀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감을 느끼는 것을 경계한다. 매우 드문 사례인데다 의료현장에서도 대부분의 미성년자 감염자들이 가벼운 증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사망자가 만 17세라는 점에서 10세 이하 아동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취학 전 아동이나 초등학생을 고등학교 고학년과 비교하면 면역학적 특성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면역은 크게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으로 나뉜다. 소아는 이 둘을 비교할 때 선천면역이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점이 코로나19 감염 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은병욱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감염분과 세부전문의)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아이 상당수가 가족 감염자에 의한 2차·3차감염으로 밝혀진 사례가 많다"며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와 형제자매, 조부모 등 같이 지내는 가족들도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홀로 생활할 수 없는 어린아이가 양성 판정을 받으면 부모가 함께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 치료를 돕는다"며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는 사례는 없고 거의 해열제 정도를 투약하는 대증요법으로도 건강을 회복한다"고 설명했다.

은 교수는 "아이들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는 예방수칙은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손 씻기 생활화, 실내 환기, 기침예절, 마스크 착용 등을 성인과 똑같이 지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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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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