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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와중에 '유가 전쟁' 시작한 사우디는 왜?

FT "러시아 감산 속임 응징 차원…미국 셰일 견제도"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2020-03-09 21:23 송고 | 2020-03-10 07:32 최종수정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 AFP=뉴스1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 AFP=뉴스1

국제 유가가 30% 폭락하며 1990년대 초 걸프전 이후 최대 낙폭으로 추락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 아라비아가 원유수출 가격을 내리고 당장 다음달 증산을 예고하며 유가전쟁의 포성이 울려 퍼졌다.

사우디는 왜 하필 지금 증산을 언급하며 유가 붕괴를 유발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원유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증산으로 유가 급락을 감내하며 얻으려는 소기의 목적이 뭘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코로나 여파가 명확하지 않은 시점에 추가 감산에 반대하면서 사우디가 보복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미국과 더불어 원유시장의 양대산맥으로 2016년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OPEC 산유국을 각각 대표하며 감산공조를 주도해왔다.

표면적으로는 사우디가 추가감산에 반대하는 러시아를 응징하며 동시에 다른 산유국을 일종의 일벌백계식으로 다스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러시아가 그동안 합의보다 더 적게 감산하며 일종의 속임수로 일관했다는 것이 사우디의 판단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증산카드를 꺼내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는 OPEC를 주도하며 쿼터보다 더 많은 감산을 이행해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가 이행한 일일 감산규모는 쿼터보다 70만배럴 많았다.
사우디는 생산을 더 많이 줄였지만 유가 회복에 따른 보상은 크지 않았다. 러시아의 경우 첫 감산 합의가 있었던 2016년 4분기 이후 원유 수출로 일평균 1억7000만달러를 더 벌었다. 사우디의 경우 원유 수출로 늘어난 금액은 1억2500만달러로 러시아보다 적었다.

결국 사우디는 이번 기회에 세계 최대 산유국이라는 입지를 다시 다지려는 속내가 있을 것이라고 FT는 예상했다. 또, 사우디가 유가전쟁을 벌이는 것은 사우디 왕정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입김도 작용했을 수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살만 왕세자 리더십 아래 사우디의 정책은 예측불허성과 리스크가 커진 경향이 있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추가 감산 거부에 사우디가 갑자기 보복한 것은 최대 경쟁국 미국의 셰일산업을 옥죄기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도 있다. 미국을 제외한 산유국들이 계속해서 감산을 하면 유가를 지지할 수 있지만 셰일의 생산을 늘리는 데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셰일의 증산을 막고 점유율을 지켜 내려면 OPEC의 경쟁적 증산으로 유가가 붕괴해야 한다. 그러면 생산단가가 낮은 OPEC 산유국들은 살아 남고 고비용의 셰일이 저유가를 감당하지 못해 줄도산하며 원유시장에서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kirimi9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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