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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 노인이 죄인가' 줄서야하는 80대…마스크 5부제 '허점'

'동거인'만 대리구매 가능…중증환자여도 70대면 직접 사야
고령·기저질환 있으면 코로나19 고위험군…대책서 빠져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2020-03-09 15:26 송고
공적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직장 밀집 구역에 위치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0.3.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공적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직장 밀집 구역에 위치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0.3.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마스크 5부제'가 9일 본격 시행됐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가 한 차례 정책을 수정했지만, 그럼에도 배제된 '마스크 취약층'의 불만이 높다. 

경기도 부천에 혼자 거주하는 김모 할머니(85)는 벌써 한 달째 집밖을 거의 나가지 않고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도 가던 교회마저 끊었다. 혹시나 외출 했다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자식들도 자주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김 할머니가 가지고 있는 마스크는 면 마스크 1장 뿐이다. 얼마전 욕심을 내 요양도우미와 함께 혈압약을 사러 약국에 갔다가 KF94 마스크를 사볼까 했지만, 길게 늘어선 줄에 지레 겁먹어 집에 도망치듯 왔다. 평소 고혈압과 당뇨까지 앓고 있는 할머니에게 KF94 수준의 마스크는 '그림의 떡'과도 같다. 

그런 김 할머니에게 마스크 대리구매는 희망과도 같았다. 80세가 넘으면 직접 약국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김 할머니는 바로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함께 사는 '동거인'만이 마스크를 대리 구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할머니는 마스크에 대한 꿈을 접었다. 

김 할머니의 딸은 "노모는 경기도에, 나는 서울에 살아 일주일에 1, 2번 정도 시간을 내서 찾아간다"며 "동거인이 아니라면 마스크를 살 수 없다니, 그럼 우리 어머니처럼 혼자사는 노인들은 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처럼 대리구매와 관련해 마스크 5부제가 한차례 수정됐음에도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은 있다. 정부는 당초 대리구매에 있어 '누구도 예외는 없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노인과 영유아의 대리구매마저 허용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대리구매 폭을 넓혀라'고 지시했고, 이에 정부는 10세 이하 어린이나 80세 이항 고령층의 대리구매를 가능케했다. 
    
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20.03.09/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20.03.09/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그러나 허점은 여전히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80세가 넘었지만 함께 사는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의 경우다. 현재 정부의 정책에 따르면 동거인이 없는 경우 80세가 넘었더라도 직접 약국에 가서 공적 마스크를 구입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독거노인의 대리구매에 대해 "직접 (판매처에) 가서 마스크를 사야 한다"고 말했다.

암을 앓았어도, 중증환자여도, 거동이 불편해도 80세가 되지 않은 노인이라면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 역시 공적마스크를 사기 위해서는 직접 약국 등에 가야 한다. 나이가 많거나 기저질환을 앓고 이는 이들은 코로나19의 고위험군임에도 예외는 없다.

고령자와 코로나19 간의 관계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이날 "고령자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숨지지만 50대부터 약간씩 사망률이 올라가고 있다"며 "고령 자체가 기저질환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마스크 대리구매를 호적상 가족까리 가능하게 해달라'는 글이 수건 올라왔다. 

한 국민은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란에 "주민등록등본상에 함께 나오는 직계가족이라면 등본과 신분증을 가져가 대리구매를 할 수 있게 해달라"라며 "부디 어린이와 임산부, 노약자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암환자에 대한 대리구매를 허용해 달라는 등의 마스크 5부제 관련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편 정부는 이날 취약계층에 대한 마스크 지원 방안에 대해 "기초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적인 마스크 공급량은 전체 공적 마스크 800만장 중 일평균 50만장 정도"라며 "현재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해 예비비로 마스크를 지급하는 것을 검토 중인데 어느 정도 공급할지, 일주일에 어느 시기에 공급할지, 일주일에 몇 장 정도 공급할지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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