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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창까지 준비" 홍인이 만든 '스토브리그' 빌런 권경준(인터뷰)

[N인터뷰]① "여유없는 합류로 걱정…욕 먹으니 다행"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0-03-01 10:15 송고
SBS '스토브리그'에서 열연한 배우 홍인/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SBS '스토브리그'에서 열연한 배우 홍인/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우리가 보는 수많은 드라마 속 인물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어떤 배우는 존재감으로 배역을 흡수해버리기도 하지만, 어떤 배우는 맡는 역할마다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두, 배우가 자신이 맡은 배역을 어떻게 소화할지 무수한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최근 종영한 SBS '스토브리그'에서 '빌런'이라고 불린 악역 권경준을 맡은 홍인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권경민(오정세 분)의 뿌리깊은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권경준의 등장은 길지 않지만 매 순간 모두 강렬하다. 작은 역할임에도 입체적이고 다채롭게 보인 건, 단순히 타인의 분노를 유발하는 기능적 역할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설득력있는 인물을 만든 배우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홍인은 권경준이라는 인물을 만나, 극에 드러나지 않는 권경준의 과거, 습관, 행동, 동선을 노트에 빼곡하게 적어내려갔단다. 많지 않은 분량, 그렇게까지 수고를 들이는 이유를 묻자, 긴 글이 적혀 있을 그의 연기노트와는 달리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책임감. 자신이 맡은 인물의 삶을 살면서 제대로 표현하려는 책임감이 그를 움직이게 한다고.
SBS '스토브리그'에서 열연한 배우 홍인/뉴스1 © News1
SBS '스토브리그'에서 열연한 배우 홍인/뉴스1 © News1
-작품 잘 마무리한 소감은.

▶안타까움도 있고 아쉬움도 있다. 다른 작품에 비해 서둘러 들어간 작품이다. 이 친구(권경준)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을 많이 줄인 상태에서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매 촬영마다 내가 이 친구의 삶을 만족스럽게 살고 있나 생각했다. 작품이 끝나면 모니터를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걱정되고 무서워서 망설여졌다. 욕을 잘 먹고 있길래 다행이다 싶다. (웃음)

-욕을 먹는다는 건 그만큼 잘 표현했다는 의미일 것 같다.
▶욕 먹어야 하는 짓을 했으니까. 끝나고 나서 시원한 마음도 있다. 일단 작품의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즐거웠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당히 무거운 마음으로 임한 것 같다.

▶앞서 말했듯 인물을 준비하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아저씨'부터 악역을 많이 맡았다. 누군가를 위협하는 역할을 여러 번 했기 때문에 내가 더 레퍼런스로 쓸 것이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더 공부를 많이 했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보니 어려웠다. 원래는 내가 했던 기존 작품들을 안 보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그간의 작품들을 보면서 노트에 권경준이라는 인물을 만들었다. 처음 현장에서 연기할 때 부담을 느낄 새도 없었다. 내 연기, 내가 준비한 것 생각하기도 바빴다. 두 번째로 오정세 선배를 만날 때는 선배님의 연기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정신차리자 생각하고 임했다.

-그렇게 준비한 권경준은 어떤 인물인가.

▶어릴 때부터 모든 환경에 익숙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예컨대 지금 이 인터뷰룸에 있는 꽃을 보면 우린 '예쁘다' '좋다' 생각하지만, 경준이는 아니다. 늘 꽃이 있는 환경에 있었고 호기심이 없는 거다. 이미 모든 걸 다 가진 친구 아닌가. 그런 사람이 자신의 것을 빼앗길 때 어떤 느낌일까 그것에 집중했다. 시선을 천천히 주고, 상대를 느릿하게 괄시하는 모습들이 그렇다. 자신의 공간에 있으면 사람이 늘어지지 않나. 경준에겐 모든 공간이 자신의 것이다. 그러니 더 늘어지고 느릿해졌다. 경민이를 더 괄시하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내려다 보는 시선을 주려고 했다. 스태프들 모르게 신발 속에 깔창을 넣었다. 일부러 (오정세) 선배님한테 가까이 붙어서 눈을 보면서 느릿하게 말하는 식으로 대사를 쳤다.
SBS '스토브리그'에서 열연한 배우 홍인/뉴스1 © News1
SBS '스토브리그'에서 열연한 배우 홍인/뉴스1 © News1
-'금수저'를 알게 된 연기였을 것 같다.

▶경준이 대사 중에 '그런 게 왜 하고 싶어?'가 있다. 당연히 내 것인데, 너는 이게 왜 하고 싶냐는 거다. 이미 내꺼지만, 한 번 해보라는 식으로 대하고. 경준이 입장에선 경민이가 자신의 것을 탐내는 게 신기하고 호기심이 생기는 거다. 네가 욕심내는 게 도대체 뭔지나 궁금해서 보는데, 다가가서 보니까 별거 아닌 거다. 그래도 경준이는 싫은 거다. 남이 자기의 것을 탐내는 게.

-엄청 공을 들여 만든 인물이다. 왜 이렇게까지 수고를 하나.

▶책임감인가. 난 예전부터 연기가 뭐냐고 물으면 책임감이라고 답했다. 내가 가장 멋있게 생각하는 사람은 어떤 일이든 재미있고 즐겁게 하는 사람들이다. 일에 의무감, 책임감을 가지고 하는 사람이 멋지다. 내가 맡은 친구(배역)의 인생을 잘 살아주고 싶은 책임감이 있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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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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