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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로나19로 관중과 공정성 잃은 프로농구…리그 중단 고민해야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2020-02-29 16:52 송고 | 2020-03-01 00:25 최종수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9-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부산 KT 소닉붐의 경기가 관중 없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9-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부산 KT 소닉붐의 경기가 관중 없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프로농구가 종착역을 앞두고 큰 위기를 맞았다.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재 '2019-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는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5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관중 없이 남은 시즌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프로농구에서 무관중 경기를 치르는 것은 1997년 출범 이후 최초의 일이다. 계속된 인기 하락 속에 올 시즌 평균 관중 3000명대를 회복하며 모처럼 순풍을 타던 프로농구는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앞에 흔들리고 있다.

무관중에 그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KT 앨런 더햄이 스스로 계약 해지를 요구한 사실이 지난 26일 처음 알려졌다. 27일에는 KT의 또 한 명의 외국인 선수 바이런 멀린스, 고양 오리온의 보리스 사보비치도 자진 퇴출을 결정한 사실이 밝혀졌다.

외국인 선수 3명이 "코로나19가 무섭다"며 짐을 싸 고국으로 돌아갔다. 선수가 직접 계약을 해지할 경우 향후 KBL 무대에서 뛸 수 없다. 잔여 연봉도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한국을 떠나겠단다. 3명이 전부가 아니다. 다른 구단에서도 동요하는 선수들이 더 있었다. 구단들이 필사적으로 설득해 시즌을 마치기로 합의했을뿐이다.
KT로선 황당함을 금할 길이 없다. 한꺼번에 외국인 선수 2명이 팀을 떠났다. 농구는 종목 특성상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결국 KT는 국내 선수로만 치른 2경기에서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다. 오리온은 외국인 선수 1명(아드리안 유터)이 남아 좀 낫지만 외국인 선수 2명을 보유한 구단에 비해 불리한 것은 마찬가지다.

경기 내용을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KT는 26일 서울 SK에 74-95 21점 차, 29일 전주 KCC에 63-97, 34점 차로 각각 패했다. KCC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는 KT를 상대로 2쿼터에서만 10득점을 올리는 등 14분16초만 뛰고도 시즌 한 경기 최다인 16득점을 기록했다.

마치 농구대잔치 시절 '공룡 센터' 서장훈을 보유한 연세대학교와 약체 팀 간의 경기를 보는듯 하다. SK와 KCC는 30점 가까이 점수 차가 벌어지자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 외국인 선수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KT는 남은 11경기를 국내 선수로만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공포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체 선수롤 뽑기가 쉽지 않기 때문. 영입 가능한 자원이 있다고 해도, 교체 횟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1명만 데려올 수 있다.

5위였던 KT는 21승22패가 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6위로 밀려났다. 이대로는 6위 자리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승수자판기 노릇을 하는 들러리로 시즌을 마감해야 할 판이다.

불공정한 게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선수들이 불안감은 10개 구단이 동일한 조건"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선수를 설득하는 것도 구단의 역량"이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KT의 잘못은 없다. 한국농구연맹(KBL) 관계자 역시 "외국인 선수의 이탈을 구단의 탓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KT가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KBL도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KT와 오리온은 KBL에 리그 중단을 요청했다. 무리도 아니다. KT의 상대팀이었던 SK의 문경은 감독 조차 "정정당당하게 한다면 리그 중단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KT만을 위한 고민이 아니다. 언제 또 "못 뛰겠다"고 선언하는 외국인 선수가 나올지 모를 일이다. 시한폭탄을 안은 채 시즌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만약 추가로 자진 퇴출을 선택하는 외국인 선수가 등장한다면 그 땐 프로농구 외에 타종목까지 '탈출 러시'가 번지면서 사회적 공포심을 증폭시킬 우려마저 있다.

KBL도 리드 중단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입장이 다른 구단들도 있다는 점이다. 상위권에 올라 있는 구단들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시즌을 마치길 원한다. KBL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의 안전을 고려해도 이대로 시즌을 이어가는 것은 위험 부담이 있다. 무관중 경기를 시작하면서 이미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공정성까지 잃어가고 있는 프로농구의 행보가 불안하기만 하다.


doctor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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