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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일에 고개숙인 삼성…"준법감시위 권고가 결정적"

지난 13일 2차회의…"위원들이 강한 우려와 사과 촉구"
'준법위' 사실상 첫 성과…진정성 의심 일부 해소될 듯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2020-02-28 09:57 송고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삼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CEO)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된 외부 독립기구다. 2020.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삼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CEO)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된 외부 독립기구다. 2020.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삼성이 7년 전 벌어진 임직원들의 특정 시민단체 후원내역 '무단열람' 사태와 관련해 고개를 숙여 공식 사과했다. 이미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늦었지만 재발방지와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선 이달초 공식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사실상 첫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한다. 이달 중순 열린 회의에서 위원들이 시민단체 후원내역 열람 건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고, 이에 대해 삼성 계열사들이 준법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대국민 사과까지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물산 등 17개 계열사는 28일 공식 사과문을 내고 "과거 미래전략실이 임직원들의 시민단체 기부금 후원내역을 무단으로 열람한 것과 관련해 임직원, 해당 시민단체, 그리고 관계자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연말 한 언론보도를 통해 2013년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이 특정 시민단체에 대한 임직원들의 기부 내역을 열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직원들이 후원한 10개 시민단체에 대해 '불온단체'라고 규정짓고 후원 내역을 동의없이 열람했다는 것이다.

재계에선 삼성이 7년 전 사건과 관련해 뒤늦게 사과한 결정적 배경이 준법위원회의 권고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의 준법경영 감시를 위해 2월초 공식 출범한 독립 외부기구인 준법위원회는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에서 2차 정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지형 위원장(전 대법관)을 비롯한 준법위원 대부분이 '임직원 기부금 후원내역 무단열람' 건과 관련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준법위는 삼성의 주요 계열사와 맺은 협약을 바탕으로 준법경영 위반사례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내놓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준법위가 설립되기 전인 2013년에 발생한 사안이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삼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CEO)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된 외부 독립기구다. 2020.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삼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CEO)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된 외부 독립기구다. 2020.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재계 한 관계자는 "이미 책임자에 대한 사법 절차도 진행 중이며 엄밀히 따지면 과거 사건이라 위원회가 판단할 대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3년 전인 2017년에 이미 해체된 미래전략실의 잘못에 대해 적극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나선 것도 준법위원회의 권고와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초 준법위원회가 출범될 당시만 하더라도 경제계와 사회정치 일각에선 '꼼수'에 불과하다며 의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준법위 자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담당 재판부가 주문한 데 따른 대응책으로 조직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준법위 출범 한달여만에 사실상 '첫 성과'로 꼽힐 만한 삼성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이끌어내면서 위원회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이 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욱이 삼성이 '준법경영'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보여준 사례로도 꼽힌다. 이미 2018년부터 삼성은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보상 수용,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정규직화, 순환출자 전면해소 등을 통해 사회적 기대에 발맞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이 '노동조합' 와해 사건으로 법정구속되자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하겠다"며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이후 삼성에는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에 잇따라 노조가 설립돼 '비노조 경영' 방침이 무너졌다.

이같은 변화는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사회공헌'과 '상생'의 경영철학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초 새해 첫 현장경영으로 화성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미래를 개척해나가자"면서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의 변화하는 행보는 사회의 기대에 부합하겠다는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준법감시위의 본격 활동이 시작되고 삼성의 과감한 수용을 통해 쇄신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뉴스1 © News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뉴스1 © News1 



sho2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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