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김준형 외교원장 "코로나 사태, 역설적으로 북미갈등에 숨 쉴 여유 줘"

"내년 정부 동력 많이 상실…韓, 플레이어로 등장시 남북개선 여지 있을 것"
"美 방위비분담 요구, 퍼센트 수준 아닌듯…中입국 중단, 책임있는 행동아냐"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민선희 기자 | 2020-02-28 06:00 송고 | 2020-02-28 11:22 최종수정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0.2.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0.2.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협상은 장기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경색된 남북 관계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달 들어 본격 시작된 미 대선 레이스와 팬데믹(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변수 등으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 진전을 보일지에 대해 우려나 비관적 전망이 많다.

베트남 하노이 제 2차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외교안보 분야 정책 싱크탱크인 국립외교원에서 김준형 원장을 만나 북미 대화 등 여러 현안들에 대해 물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26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하노이 노딜로, 북미 다시 갈림길에 놓여"

김준형 원장은 "하노이 회담은 너무 너무 아쉬웠다. 하노이가 결정적 분기점이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하고 하노이에서 그간 가려졌던 문제점이 다 드러났다"며 "2017년은 위기상황이었고, 2018년엔 반전의 기대가 폭발했는데 (하노이 노딜로) 2019년은 다시 갈림길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2018년의 상징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이며 회담에서 나온 첫 번째 합의사항인 '새로운 관계 수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하며 "최고 정책 결정자가 만난 회담은 한 번도 없었다. 차관보급이 북미 간에 최고였다. 엄청 뛰어오른 것이다. 북한도 기대했고 미국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이전에) 미국은 북한이 핵을 내려놓아야 신뢰가 생긴다는 사고 구조였고, 북은 신뢰를 줘야 핵을 내려놓는다는 것"이었는데 싱가포르에서 정상끼리 만나게 되면서 "북한이 새로운 관계 가능성을 본 것 같다. 이게 북한 입장에선 전환점이었던 것 같고 트럼프 대통령을 믿었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이전에 '행동 대 행동', '말 대 말'을 요구했지만 2018년엔 전략을 바꿔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일방적으로 폐기한데 이어 회담에선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을 요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한미군사훈련 취소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폐기에 대한 검증절차가 없었고, 동창리는 이미 쓸모없는 시설이며, 종전선언을 들어주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란 미국 내부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혀 이면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고 이로 인한 북미 간 첫 교착이 그해 9월까지 이어졌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설득에 영변 핵시설 카드를 준비했고, 이걸 통해 제재 완화를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판단했을 것이라고 김 원장은 말했다. 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나중에 가져온 딜이 있었을 텐데, 김 위원장이 그해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핵동결'이었던 것 같다"고 짐작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0.2.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0.2.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김 원장은 "북한이 두 가지를 가져왔는데 써먹지도 못하고 회담이 딱 끊어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판이 깨지지 않게 우리 대통령에게 전화까지 해서 판을 살려놨지만 북한은 두 번째 의심을 하게 됐다. 지금까지도 그걸 극복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이후 북미는 서로 약속했다고 인식했던 사항들의 이행을 촉구하며 긴장을 높여왔고, 북한은 한국에 대해선 "우리 대통령한테 설득당해서 영변을 내놓은 건데 이걸로 미국을 설득하지 못하고 다시 북한에 양보를 요구하는 상황이 되니 '중재자가 되지 말고 당사자가 되라'고 비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원장은 "그렇지만 북한으로선 딱히 레버리지 카드가 없다. 그래서 한국이 플레이어로 등장하면 만날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 북한으로선 엄청난 딜레마에 빠져있을 것인데 이 판 다 깨고 (장거리 미사일을) 쏘자니 상황이 어렵고,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항복할 수도 없는 딜레마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또 '하노이 노딜'이 미친 여파로 북한이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을 협상에 더 이상 활용하지 않게 된 점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서 어려우면 북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렸던 것 같다"며 "(하지만) 하노이 이후 북한의 생각은 달라졌다. 그전이라면 베팅을 했을 텐데 (뮬러 특검보다) 더 큰 탄핵과 대선 국면을 보면서 오히려 이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이 안 끌고 갈 수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봤다.

◇"남북협력 사업, 美와 판을 깔아놓는 것"

남북협력 사업에 대해선 "내년에 정부가 (집권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동력을 많이 잃을 텐데 2020년에 뭘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될 것(이어서 적극 추진하고 있다)"라며 "지금 단계는 북한이 받아주는 걸 함께하기보다는 '이걸 할 것이다, 이걸 할 것이다'라며 미국과 판을 깔아놓는 작업"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 내에선 북한 문제를 한국에 '아웃소싱'하라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한국은 (미국과 북한) 둘 다 안 움직이니까 주도해서 중재자 역할하려고 하는데 다만 이게 2017년 말, 2018년 초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봤다.

그는 "북한도 우리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져있고 미국도 워킹그룹을 통해 한국이 앞장서서 미국이 견지해온 것을 무너뜨리려는가에 대한 내부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나온 고육지책이 금강산 개별관광일 것이다. 이것이라도 미국 설득시켜서 해 놓으면 우리 입지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 구상이 큰 진전을 보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이것(남북협력 사업)을 계기로 북한을 불러내고 북한이 나오는 걸 보고 미국에 요구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잡고 있는 것 같다"며 "트럼프 1기 정부 내에 하려면 6월 전에 뭔가 나와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객관적으론 2019년의 반복이 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0.2.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0.2.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김 원장은 남북한 모두 코로나 사태로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지만 최소한 북미 대화와 남북 관계 개선에서 이 사태가 긍정적 측면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쩌면 코로나(사태)가 여러 정권들에 숨 쉴 여유를 주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북한도 시위 효과를 보려 할 텐데 코로나 때문에 지금 (미사일을) 쏘면 뜬금없다. (그래서) 몇 달을 번 것 같다. 이 상황에서 (남북협력 사업에 대해) 미국이랑 얘기해놓는다는 취지로 계속 협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코로나 사태로 한 달째 국경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외국인들의 입국을 막은 데 이어 같은 달 25일을 끝으로 고려항공의 모든 노선을 운항 중단했다. 최근엔 매년 열었던 평양마라톤 대회도 취소했다.

김 원장은 또 "북한이 여러 경로로 한국에 약품 등을 지원 요청하고 있다. 북한 정부가 공식 요청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러 측면에서 들어오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다"며 남북한이 방역협력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틀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방위비 협상, 美요구 퍼센트 수준이 아닌듯"

한미 방위비 협상에 대해선 "아직까지 격차가 큰 것 같다"며 "미 대표단도 얼마나 가져가야 트럼프 대통령이 기뻐할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요구 조건에 대해선 "국방비 증가율(7.4%)이 기본 마지노선이고 (한국이) 그것보다 좀 더 할 수 있지만 미국 요구는 퍼센트 수준이 아닌 것 같다"고 추정했다.

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한미국방장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11차 SMA(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도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예년보다는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현재 생각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미국에서 현재 요구하고 있는 대폭 인상과는 아직도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 사태 대응과 관련해 중국 눈치 보기로 중국인 입국 제한을 하지 않고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국익과 정치적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며 "미국하고만 손잡자는 건 무책임한 이야기다. (중국에) 25% 경제의존도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디커플링을 먼저하고 미국을 택해야지, 이 상황에서 미국을 택하면 25% 경제가 날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감정 이해하지만, 지금 하는 건 실효성도 없다"며 "무책임하게 다 끊어버리면 나가있는 사람들, 국민들의 모든 경제 활동이 멈추는 건데. 모리셔스는 그렇게 할 수 있어도, 우리는 그렇게 못한다. 국익을 생각하는 정부가 할 책임있는 행동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allday33@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