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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되찾은 '핑크폭격기' "17번=이재영, 흥국생명 레전드로 남고 싶다"

[S1토크①] "우승 목말라…김연경 언니 등과 올림픽 메달도 따고 싶다"

(용인=뉴스1) 이재상 기자 | 2020-02-22 06:57 송고
흥국생명 이재영이 경기도 용인 흥국생명 숙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흥국생명 이재영이 경기도 용인 흥국생명 숙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부상으로 울상이던 '핑크폭격기' 이재영(24·흥국생명)이 비로소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무릎 부상으로 눈물 짓다 예전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이재영은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며 "올해도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도 용인 흥국생명 훈련장에서 만난 이재영은 복귀를 앞두고 설레는 표정이었다.
배구가 아닌 열애설로 포털사이트를 장식했던 이재영을 향해 "유명인"이라고 하자 "아파서 못 나오는데 다른 것으로 이렇게 이슈가 될 줄 몰랐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놀랐다"며 입술을 내밀었다.

◇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질 것이라 믿는다"

이재영은 지난달 태국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을 마치고 소속팀에 복귀해 훈련하다 오른 무릎 통증을 느꼈다. 처음에는 단순 통증인 줄 알았는데 병원 정밀 검진 결과 '무릎관절 수종 및 연골 박리'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재영은 "하루아침에 배구를 못하게 되니 너무 스트레스가 컸다"며 "예전 무릎 다쳤을 때 생각이 나면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재영은 프로 입단 전이었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왼 무릎 수술로 약 1년 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9-20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MVP를 수상한 이재영. 2019.3.2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2019-20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MVP를 수상한 이재영. 2019.3.2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그는 "당시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서 '이렇게 배구를 못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컸다. 올 시즌 뛸 수 없다는 생각에 먹지도 못해 체중도 평소보다 3~4㎏ 빠졌다. 패닉에 빠져있을 때 박미희 감독님께서 멘탈을 잡아주셨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재영은 "마음이 참 힘들었다. 제일 잘 했던 것이 배구인데 갑자기 못 하니 너무 괴로웠다. '좋은 날이 올거야'라는 주문을 외우며 하루하루 재활에 집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구단에서도 숙소를 떠나 잠시 재활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그 덕분에 이재영은 20일 인천 KGC인삼공사전(3-1 승)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날 생애 첫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그는 "배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울먹였다.

◇ 아무 것도 몰랐던 리우, 동생과 함께하는 두번째 올림픽

이재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해 한국 대표팀이 8강에 오르는 데 힘을 보탰다.

당시에는 주축이라기보다는 김연경(엑자시바시)이나 박정아(도로공사) 등 선배들의 백업 멤버였다.

이재영은 "그때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다"면서 "큰 역할을 아니었지만 좋은 기억이고 귀중한 경험이었다. 올림픽 출전은 행운이었다"고 돌아봤다.

시간이 흘러 이재영은 '라바리니호'의 주축 선수가 됐다. 리우에선 함께 하지 못했던 쌍둥이 동생 이다영(24·현대건설)도 도쿄올림픽에선 함께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 예선전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 이다영(왼쪽)·이재영이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 2020.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 예선전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 이다영(왼쪽)·이재영이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 2020.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재영은 "리우에서의 경험 등을 토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올해 올림픽에 나가면 (김)연경 언니 대각선 자리에서 힘을 보태고 싶다. 언니들과 함께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동생과의 호흡을 묻자 이재영은 망설임 없이 "다영이는 성격을 좀 죽여야 한다. 유독 나한테 잔소리를 많이 한다"고 웃었다.

그는 "리시브가 조금만 짧아도 '패스 좀 잘 하라'고, 찬스볼을 놓치면 그렇게 내 자존심을 긁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재영은 "그래도 동생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 싸우기도 많이 하지만 의지가 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 "'17번=이재영', 흥국생명의 레전드가 되고 싶다"

데뷔 후 이재영은 V리그에서 많은 것을 이뤘다.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을 받았고, 정규리그 MVP와 챔피언결정전 MVP, 통합 우승 등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재영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이재영은 "스스로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했던 것에 대한 보상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큰 부상 탓에 잠시 주춤했지만 이재영은 다시 신발 끈을 조여매고 있다.

그는 "매 시즌을 앞두고 목표를 정하는데, 그 동안에는 거의 다 해냈던 것 같다. 올해 부상으로 많이 무너졌는데 다시 우승을 하고 싶다. 비가 온 뒤 땅이 굳어지고, 어두워 진 뒤 더 밝은 태양이 뜨는 것처럼 힘든 시간을 잘 버티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흥국생명 이재영.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흥국생명 이재영.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이재영에게 배구 선수로서의 목표를 묻자 그는 "백넘버가 '17'인데, '17번=이재영'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이재영은 "사실 흥국생명의 레전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이재영은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웃은 뒤 "팀에 온 뒤 좋은 기억들이 많았다.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이루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재영은 데뷔 후 줄곧 트레이드 마크인 단발머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는 "스파이크를 때리며 머리가 휘날리는 느낌이 좋다. 팬들도 긴 머리보다는 지금(단발머리)을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면서 "긴 머리를 하면 예뻐 보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배구를 잘 해서 팬들에게 예쁨을 받고 싶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배구를 더 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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