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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스틸러] 서현우, 치열했던 10년…'남산의 부장들' 히든카드 되기까지(인터뷰②)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0-02-22 07:00 송고
배우 서현우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바야흐로 '신스틸러'(Scene stealer)를 넘은 '심스틸러'(心 stealer) 시대다. '심스틸러'는 단순히 특정 장면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이는 것을 뛰어 넘어, 혼신을 다한 스크리 속 연기로써 관객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때론 그 파급력이 주연에 버금갈, 아니 넘어설 때도 있다.

'심스틸러'의 기본은 탄탄한 연기력이다. 여기에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 진정한 '심스틸러'가 탄생한다.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는 '심스틸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요즘 영화계이기에, 뉴스1은 다양한 성향의 '심스틸러'를 집중조명하고자 [心스틸러] 시리즈를 준비했다. 허심탄회한 인터뷰를 통해 '심스틸러'의 스크린 안팎 희로애락을 고스란이 전하며, 이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한다.

그 네 번째 주인공은 서현우(37)다.
배우 서현우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心스틸러】①에 이어>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의 이병헌과 이성민, 이희준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배우가 있다. 바로 보안사령관 전두혁 역할을 맡은 배우 서현우다. 대사와 분량이 많지 않지만, 어떤 인물을 모티브 삼아 탄생했는지 한눈에 알아볼 만큼 전두혁은 등장부터 단숨에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극 말미, 1979년 10월26일 이후 역사의 2막을 암시하는 엔딩으로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남겼다. 서현우는 "이런 필모그래피를 갖게 돼 자랑스럽다"는 말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우민호 감독의 전작 '내부자들'에 조우진이 있다면, '남산의 부장들'의 히든카드는 서현우였다. 서현우는 지난 2010년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으로 데뷔한 후 무대와 스크린, 그리고 드라마까지 매체와 장르,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실력파 배우다. '고지전' '그놈이다' '병구' '죽여주는 여자' '1급 기밀' '1987'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죄많은 소녀' '뷰티풀 데이즈' '사라진 밤' '7년의 밤' '독전' '보희와 녹양' '나를 찾아줘' '백두산'까지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한다.

올해 초 서현우는 영화 '해치지 않아'와 '남산의 부장들' 개봉으로 의미있는 데뷔 10주년을 맞이했다. 그는 "'몰입'이라는 단어보다 '행위'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감정'이란 단어 보다 '상황과 대상에 대한 집중'이라는 개념을 좋아한다"는 말로 자신의 연기관을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연기의 매력은 '끊임없이 저라는 사람을 계속 발견하는 것' 같다"고 분명하게 밝히는 배우였다. 지난 10년간 배우로서 누구보다 치열하고 깊게 연기에 대해 고민해온, '남산의 부장들'로 진가가 재발견된 서현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우 서현우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에드워드 노튼 동경…몰입 그 이상의 세계가 있는 배우."

-'남산의 부장들'이 터닝포인트라고 했는데, 서현우의 많은 작품들 중 애착이 가는 또 다른 작품이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지금 떠오르는 건 '배심원들'이다. 피고인 역할을 맡았었는데, 지금 기억나는 게 제가 특수분장을 했었다. 화상 자국과 CG가 들어간 분장이었는데, 많은 스태프들이 고생을 했고 그때 특수분장 세계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그 인물의 감정도 굉장히 극단으로 치닫는 역할이었다. 영화 안에서도 마치 피고인이라는 인물의 단편 영화를 찍는다는 생각으로 집중해서 찍었다. 정신적, 체력적으로 애를 많이 썼다. 힘들었지만 감정에 도취되지 않으려 했고, 극 중 재판 과정을 지켜보는 장면에서도 눈물이 샘솟는 이유를 찾으려 했다. 연기의 난이도가 높았던 과정이었고 쉽지 않았다. 

-최근 개봉했던 '해치지 않아'에서의 코믹 연기도 좋았다.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도전해왔는데, 도전하는 과정에 있어서 다양성을 염두에 두고 도전하기도 하는지. 

▶배우가 작품을 접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흥미라고 생각한다. 직업적인 부분은 오히려 감사하다. 배우를 함으로써 다양하게 경험하고 도전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 그래서 제한을 두지 않고 도전하려고 하고 그 인물이 보편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지, 단순한 바보 혹은 악역이 아니라 사연이 있는지, 전사를 구현할 수 있는지 연기할 때 이런 부분을 많이 보려고 노력을 한다. 

-연기를 위해 이런 것까지 해봤다는 것이 있다면. 

▶연기를 준비하시면서 무수히 노력하시는 분들 많아서 명함도 못 내민다.(웃음) 사투리를 연습하러 홀로 녹음기 하나 들고 여행을 가기도 했었다. 시장을 다니면서 녹음을 따고 숙소 돌아와서 혼자 듣고 메모하고, 그런 과정 되게 재미있는 것 같다. '그놈이다'라는 작품을 할 때는 20kg가까이 살 찌우고 그 이후에 한 캐릭터들이 많이 변화됐다. 20kg을 다시 빼기도 했고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노하우가 자꾸 생기는 것 같다. 그런데 제가 아니어도, 모든 배우들이 그 정도의 노력은 하는 것 같다. (웃음)

-서현우의 연기에 영향, 혹은 영감을 주는 배우나 작품이 있다면. 

▶저는 에드워드 노튼이라는 배우를 참 좋아한다. 이 배우가 '아메리칸 히스토리X'라는 영화에 출연했었다. 어떤 동일한 정서로 쭉 밀고 가도 무방한 신이었을 것 같은데 굉장히 다채롭게 자기 자신을 요리를 하면서 연기하더라. 롱테이크신 안에서도 동물적이다가도 정확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완벽하게 자기 자신을 알고 연기에 대한 확신이 있더라. 다른 작품들도 많이 챙겨봤는데 많이 동경을 했던 것 같다. 습관처럼 그 배우의 작품을 봤고 소름끼치는 정확한 행동을 해내는 연기를 볼 때마다 감탄했다. 그것이 감정적으로 힘들어보였는데 메이킹 영상 보니 연기를 딱 끝내고 씩 웃으면서 빠져나오는 게 더 소름끼쳤다. 이 배우에게 몰입이라는 것 그 이상의 어떤 세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배우 서현우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어느새 데뷔 10주년…괴롭고 외롭고 두려웠던 순간들 있어."

-국적과 성별, 시대, 장르와 캐릭터를 막론하고 스틸해보고 싶었던 역할이 있다면. 

▶'아이언맨'이다.(웃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최대 장점이 진지함 속의 위트다. 만화적일 수 있는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있다. 배우들 뿐만 아니라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은 모두 '아이언맨'을 사랑하는데 만화적 캐릭터를 인간적으로 풀어내고 관객이 보게끔 만드는, 굉장한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우리가 다 알고 있지 않나. 배우로서도 '정말 저 역할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웃음) 매력있고 재치있고 그러면서도 시리어스하지만 늘 모든 순간에 위트를 빼먹지 않고…. 진짜 굉장한 거다! 거의 뭐 정말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데뷔 10주년이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기해온 배우라 생각된다. 그간 10년을 돌아본다면 어떤 감회를 느끼나. 

▶데뷔 전에, 연기 지망생이던 시절에는 추호도 (배우가 되겠다고 한) 이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 호언장담 했었다.(웃음) 데뷔 후에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괴로울 때도 있었다. 마냥 좋게 포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괴롭고 외롭거나 두렵기도 했던 순간이 많았다. 그때마다 극복해낸 방식들은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됐고, 그 순간들을 이겨낼 때마다 배우로서 확신을 찾아갈 수 있었다. 이 일을 하면할수록 '단단해져가고 유연해져가는구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이 들때, 그게 힘이 많이 된다. 

-외롭고 두려웠던 순간들은 언제였나. 

▶예를 들면 노크를 해도 응답이 없을 때, 프로필을 들고 영화사를 뛰어다닌 적도 많았고 다행히 하게 됐는데도 치열한 현장 속에서 배제됐을 때, 의도치 않게 도태되고 있을 때 그런 순간들이 굉장히 괴롭기도 했다. 주변에 같이 시작했던 동료들이 하나둘 그만두기 시작할 때. 그때도 굉장히 외롭고 두렵다. 그 과정을 목격하고 겪으면서 버텨내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10년 그 이상, 20년, 30년 하신 선배나 선생님들 보면 유명하고 덜 유명하고 떠나서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경이로움이 있다. 한 가지 일을 열심히 해낼 수 있다는 것. 그건 어떤 분야이든 간에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데뷔 초에는 이런 얘기 조차도 겁이 났다. '죽어도 무대 위에서 죽어야 한다'고 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었는데 지금은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인정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가고 싶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하지 않고, 잘 해결하고 방법 찾고 다음 단계로 가고 싶다. 
배우 서현우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연기의 매력? '나'라는 사람을 계속 발견해가는 것."

-필모그래피가 정말 빽빽하다. 그만큼 작품과 역할을 얻기 위해 도전도 많이 했으리라 생각된다. 많은 도전이 가능했던 원동력이 있었나. 

▶저는 작품을 못했던 시절이 너무도 길었다. 그래서 갈증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무조건 다작을 하겠다는 생각에 조금 급했던 것도 같고 그래서 사실 체할 때도 있었다. 시행착오 끝에 방법적으로 찾아낸 게 '감정적인 소모 없이 연기를 어떻게 유연하게 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그러면서 역설적인 방법을 찾게 됐고 감정보다는 굉장히 어떤 객관화된 판단으로 연기에 임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성격이 가만히 있질 못한다. 꾸준히 뭔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웃음) 한 작품, 두 작품 하다 보면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데, 그게 원동력이기도 하다.  

- 아직 갈증을 느끼는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사랑의 감정이라는 게 가장 다채롭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사람 살아가는 데 굉장히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멜로나 로맨스, 그것이 비주얼적으로 아름다워보이지 못할 지라도 굉장히 많은 정서와 그런 것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에 대한 갈증은 항상 있는 것 같다. 볼품 없는 멜로일지라도, 굉장히 과장되게 포장된 멜로일지라도 그런 장르에 대한 동경은 항상 있다. 코믹한 로맨스도 해보고 싶고.(웃음)

-서현우가 생각하는 연기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전에는 연기의 매력을 여러가지 얘기했었다. 스포트라이트 무대 위에서 받을 때 이 세상에 나 혼자 존재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는 것.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얘기들을 했었다. 지금은 다르게 얘기하고 있는데 연기의 매력은 '끊임없이 저라는 사람을 계속 발견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이런 면이 있구나' 또 알아가고 더 알게 된다. 저라는 한 인간을 끊임없이 파헤치다 보면 서현우가 아닌 인간에 대한 탐구도 하게 된다. 어느 순간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도 높아지더라. 보편적인 감정이나, 보편적인 행동과 선택, 태도 같은 걸 자꾸 들여다보고, 캐릭터 준비한답시고 연구하다 보면 자꾸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일상 생활에도 영향이 많이 가더라. 마음이 더 편해지고 일상의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굉장히 공감을 하게 된다. 그게 연기할 때의 매력인 것 같다. 
배우 서현우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믿음 가는 배우 됐으면…앞으로는 '소모'와의 싸움 될 것."

-최근 주로 스크린과 TV 드라마 등 매체에서 활약해왔다. 무대에서의 서현우의 모습을 기억하는 관객들도 많은데, 무대가 그립지는 않은가. 


▶무대가 많이 그립다. 똑같이 연기라는 뿌리를 두고 있지만 장르적으로 굉장히 다르다. 무대는 '번복'이라는 게 없다. 그냥 가야 한다. 발음이 꼬여도 대사를 놓쳐도 원했던 대로 연기하지 못해도 '그것 역시 삶이구나' 하고 간다. 카메라 앞에서의 떨림이라는 질감과 다른데 그 질감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한번은 반년 쉬고 연극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가장 선배였다. 동생들이 제게 '떨린다'고 해서 '괜찮다, 내가 중심 잘 잡고 갈테니 긴장하지 마'라고 하고 무대에 올랐는데 사시나무 떨듯 떨었던 적이 있다. (웃음) 벌벌 떨면서 연기를 했는데 그게 또 굉장히 짜릿했었다. 

-서현우가 무대에서 연기를 할 때의 남다른 끼와 센스, 에너지를 기억하는 관객들도 많더라. 

▶연극 무대에서 공연할 때 저는 저를 보시는 분들이 집중을 못하시는 걸 굉장히 힘들어한다.(웃음) 그래서 연기를 할 때 텐션을 일부러 줄 때가 많다. '나만 바라봐' 이런 게 굉장히 강하다. 순간 제게 집중 됐을 때 에너지를 엇박자로 터트리기도 하는데 정박으로 가지 않고 엇박으로 몰아붙일 때 관객분들과 주고 받는 느낌이 굉장히 좋다. 예전에 연극하는 동료들이 항상 얘기해줬는데 제가 관객들을 깨워가면서 연기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 조는 사람도 깨우고 지루해하시는 분들도 달래가면서, 깨워가면서 연기하는 거다. 그런 부분에 욕심이 있고 하는 사람도 재미있다.(웃음)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믿음이 가는 배우였으면 좋겠고, 궁금해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자꾸 작품을 하고, 다양한 역할을 하다 보면 사실 배우는 소모가 안 될 수가 없다. 계속 봐왔던 질감, 표정, 목소리, 그런 느낌들 때문에 굉장히 소모가 될 수 있다 생각한다. 앞으로의 과정은 그것과의 어떤 싸움이 될 것 같다. 아주 영리하게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서, 관객, 시청자분들께 정말 항상 궁금하고,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가장 큰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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