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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음식이 스트레스를 해소할까?

(서울=뉴스1) 박라경 에디터 | 2019-03-30 09:00 송고
스트레스에 늘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매운 음식은 잠시라도 모든 것을 잊게 하는 마성을 지니고 있다. 고단한 하루 일과가 끝난 후 “오늘 뭐 먹을까?” 고민하면서 매운 음식을 먹는 상상을 하면 입안에 침이 고이고 기분이 좋아진다.

매운맛은 언제부턴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적당히 매운 정도가 아닌, 입안이 얼얼하고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매운맛을 자꾸만 찾는다. 유튜브를 활용한 1인 미디어에서 매운 음식에 도전하는 먹방 영상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매운맛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식품업체들은 라면, 떡볶이, 짬뽕, 치킨 등 더 맵고 자극적인 신제품을 연일 출시하고 있다.
 
 
매운 음식이 스트레스를 해소할까?
엄밀히 따지면 매운맛은 미각(味覺)이 아닌 통각(痛覺)이다. 다시 말해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으로 이루어진 5가지 미각은 혀에서 느끼지만 매운맛은 통증으로 느낀다. 생리학적으로 매운맛은 뇌에 통증으로 인지되는데, 뇌에서는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엔도르핀(endorphin) 같은 마약성 진통 물질을 분비한다. 그래서 매운 음식을 먹으면 잠시나마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매운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단지 ‘고통’ 그 자체지만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기분 좋은 자극’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고추 속 ‘캡사이신’은 무엇?
캡사이신(capsaicin)은 매운맛의 대명사로, 고추씨가 붙어있는 하얀 부분인 태좌(胎座)에 주로 함유돼 있으며 고추가 익을수록 캡사이신 농도 또한 짙어진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매운 음식을 선택하는 이유도 바로 캡사이신의 화끈하게 매운맛 때문이다. 캡사이신은 입안의 통각 세포를 자극해 뇌의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한다. 

매운맛은 캡사이신 농도에 따라 결정된다. 1912년 미국의 화학자 윌버 스코빌(Wilbur Scoville)은 최초로 캡사이신 농도를 단위로 계량화한 ‘스코빌 척도(Scoville Heat Unit·SHU)’를 만들어냈다. 캡사이신이 들어있지 않은 피망의 스코빌 지수는 0 SHU, 청양고추는 4000만~1억 2000만 SHU 정도.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알려진 미국의 ‘캐롤라이나 리퍼’(Carolina Reaper)는 1억 5000만∼2억 SHU로, 살짝 맛만 봐도 온몸이 따끔하고 손발이 마비되는 것 같은 끔찍한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소량의 캡사이신 섭취는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대상포진, 말초신경병증과 관련된 통증 치료에 이용되고 있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된 위 점막의 염증을 억제하는 효능이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또한 동맥을 좁히는 유전자를 차단하고 혈류를 원활하게 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며, 체내 열 생산을 늘려 신진대사율을 8%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입안의 고통을 줄이고 싶다면?
매운 떡볶이가 맛이 있어 계속 먹을 때, 혀가 얼얼하고 콧물이 흐르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그런 경우 일단 물부터 마시게 되지만 물이 들어가는 그 순간뿐, 입안의 고통은 여전하다. 이때 우유를 마시면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유에 함유된 지방이 혀에 붙어있는 캡사이신을 분해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운 음식과 우유를 함께 과다 섭취할 경우 오히려 위산이 과다 분비되어 심한 경우 위염을 유발할 수 있다.

따뜻한 밥 한 숟갈을 잠시 입에 머금고 있다가 씹어 삼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뉴멕시코 주립대학의 칠리 페퍼 연구소(Chile Pepper Institute)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쌀이나 빵, 감자 등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은 캡사이신을 흡수해 매운맛을 덜어준다고 한다. 특히 따뜻한 밥이나 빵일수록 효과가 더 뛰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 해소, 괜찮을까?
매운 음식을 먹고 나서 속이 쓰리거나 배가 아파 화장실에 자주 갔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매운 음식을 자주 섭취할 경우 위 점막을 자극해 위궤양, 만성위염 등 위장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밖에 역류성 식도염, 소화불량, 설사, 치질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암 유발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면역력까지 떨어지게 된다. 

매운맛은 엔도르핀으로 인해 중독되기 쉽다는 큰 문제점이 있다. 더욱이 매운 음식 중엔 짜고 단 음식이 많기 때문에 여러모로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나치게 매운 음식을 먹고 당장의 행복을 추구하기보단 가급적 적당히 매운맛을 즐기며 운동이나 취미생활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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