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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탈주범이 된 기지촌 10대의 절망 담은 성장소설

평택의 시인 박후기 두번째 소설 '옆집에 사는 앨리스' 출간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18-12-10 10:09 송고 | 2018-12-10 11:27 최종수정
옆집에 사는 앨리스 표지© News1

'평택의 시인'이라 불리는 박후기(본명 박홍희·50)가 기지촌 10대들의 사랑과 절망을 그려낸 성장소설 '옆집에 사는 앨리스'를 펴냈다.

'옆집에 사는 앨리스'는 박 시인이 '토끼가 죽던 날'(2015년 발간) 이후 두 번째 펴낸 장편소설이며 그의 일관된 문학적 소재인 평택 기지촌의 과거가 담겨 있다.

책은 작중 화자인 구희가 1980년대 초, 미군기지 훈련장이 있는 숲속의 집을 배경으로 누나의 복수를 감행하다가 살인자가 돼 결국 19살에 생을 마치는 성규의 비극적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성규는 기지촌 10대들의 거처인 '숲속의 집'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의 여자친구 은미는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클럽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앨리스'라고 불린다. 이들과 함께 지내는 경호와 구희는 각각 뮤지션과 시인을 꿈꾼다.

성규는 친누나를 폭행한 클럽 마담의 아들을 죽이고 공범인 미군에게도 중상을 입힌다. 그는 교도소에 수감되고, 그의 누나는 자책감으로 자살한다.

은미는 클럽에서 만난 미군을 따라 한국을 떠났다가 다시 기지촌으로 되돌아와서 성규의 수감 소식을 알게 된다.

성규는 누나의 죽음과 여자친구인 은미의 불행을 자책하다가 교도소에서 자해한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그는 구급차에서 도망쳐 탈주범 신세가 된다.

이후 성규는 미군 훈련장 경비초소에서 경비원을 인질로 잡고 인질극을 벌인다. 미군부대 저격수의 총구가 그의 머리를 겨누고 곧 한 발의 총성이 울린다.

책은 시인이 쓴 소설답게 비극적 서사의 곳곳을 서정적 문장으로 채운다.

"슬픔이 달콤하게 느껴질 때를 조심해야 한다. 그럴 때 자신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문틈, 책갈피, 술병, 입술, 시험지 같은 것들을 파고들며 어쩌면 우린 세상의 틈만 노리며 살아가야 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등이 대표적 사례다.

제목 '옆집에 사는 앨리스'는 영국 록그룹 '스모키'의 '리빙 넥스트 도어 투 앨리스'(Living Next Door to Alice)에서 따왔다.

책에는 이 곡을 비롯해 비틀즈의 '비코즈'(Because) 딥 퍼플의 '하이웨이 스타'(Highway Star) 등 당시 유행했던 팝송들이 실려 있기도 하다.

5남매의 막내로 평택시 팽성읍 도두리에서 태어난 저자 박후기는 평택이야말로 분단되고 분열된, 자본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인식의 중심에는 팽성읍 안정리 일대 미군기지 캠프험프리스(K-6)가 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박후기는 2003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2006년 신동엽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시집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엄마라는 공장 여자라는 감옥' 등을 비롯해 그림산문집 '그림약국'과 장편소설 '토끼가 죽던 날' 등으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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