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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달군 '불편한 용기'…"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종합)

"여성 외침 외면한 경찰…'몰카' 향한 송곳이 당신들 향할 것"
민갑룡 경찰청장, 현장 방문해 "필요한 것 지원" 지시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2018-08-04 20:36 송고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소위 '몰카'로 불리는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가 여성일 때에도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할 것을 촉구했다. 2018.8.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소위 '몰카'로 불리는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가 여성일 때에도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할 것을 촉구했다. 2018.8.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우리는 편파수사를 규탄한다! 성차별·사법불평등 중단하라!"

'홍익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의 피해자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여성일 때보다 신속한 수사가 이뤄졌다며 이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4일 열렸다. 앞서 지난 5월19일·6월9일·7월7일 3차례 열린 일명 '혜화역 시위'가 광화문광장으로 진출한 첫날이다.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한 이날 오후 4시부터 붉은색 드레스코드를 맞춰 입은 여성들이 광화문광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주최측은 오후 6시를 기준으로 4만5000명의 인원이 모였다고 발표했고, 최종적으로는 7만명이 모였다고 집계했다. 이날 경찰은 따로 집회 참석 인원을 추산하지 않았다.

주최측인 '불편한 용기'는 미리 정해진 구호를 이어서 선창하는 방식으로 집회를 구성했다. 선창을 신청한 사람은 80명을 넘어섰다. 구호는 경찰과 검찰 및 사법부를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것들이었다.

이날 집회 역시 지난 3차례 집회와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할 수 있었다. 남성 언론인의 접근이 제한됐고 집회 장소 주위로는 출입을 통제하는 펜스가 설치됐다. 펜스를 따라서는 경찰 인력이 배치돼 성별과 진입 목적을 확인한 후 집회 장소로 사람들을 들여보냈다.

이들은 "불법촬영 기소유예 말이 되냐", "웹하드와 사법부도 공범이다", "검찰총장 문무일은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편파수사 의혹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경찰과 검찰 및 사법부의 판단이 편향됐다는 것을 풍자하는 의미의 재판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재판부를 나타내는 구조물을 만들고 "'몰카'(불법촬영물)를 해외 사이트에 업로드한 '헤비 업로더'에게 초범이니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사회적 지위가 있으니 신상공개는 하지 않겠다"는 판결을 내리는 장면을 표현했다. "극사실주의 아니냐"는 집회 참가자들의 호응과 호평이 쏟아졌다.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삭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018.8.4/뉴스1 © News1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삭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018.8.4/뉴스1 © News1 

이날 집회에서도 지난 집회들과 마찬가지로 삭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총 5명이 삭발을 하겠다고 지원했다.

삭발이 진행되는 동안 한 참가자는 "우리는 남성의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이기를 거부한다"며 "꾸밈노동을 하지 않을 것이며, '머리를 왜 자르냐'가 아니라 '왜 불편하게 머리를 기르냐'가 옳은 질문이어야 할 것"이라고 외쳤다.

또 다른 참가자는 "어느 언론은 우리나라가 '몰카공화국'이라고 하는 게 나라망신이라고 하지만 억대 연봉을 받는 '헤비 업로더'에 벌금을 5만원 물리는 나라가 몰카공화국이 아니라는 것이냐"며 "몰카국이라고 퍼뜨리는 게 망신인 게 아니라 실제로 몰카국이라는 것이 나라망신"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집회에서 머리를 삭발하고 다른 참가자의 머리를 밀어주던 여성은 "불법촬영은 매일 마시는 물처럼 일상적이었고, 홍대 누드모델 사건 때도 어물쩡 넘어가겠지 생각했다"며 "그러나 수사가 매우 신속하게 이뤄졌고 유포자를 검거하기에 이르렀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다른 불법촬영 피해자들은 제발 수사를 해달라고 애원하며 죽어갔는데 내 머리는 다시 돌아와도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며 "화장실의 구멍을 향한 여성들의 송곳이 곧 당신들을 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밖에 △여성 경찰청장 임명 △문무일 검찰총장 사퇴 △판·검사 등 고위 관직 여성 임명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촬영·유포·판매·구매자에 대한 강력 처벌 등을 촉구했다.

주최측이 무더위에 대비해 아이스박스와 생수 등을 준비했지만 집회 장소에 강한 일사가 내리쬔 탓에 병원으로 이송되는 참가자도 있었다. 오후 4시30분쯤에는 한 참가자가 열탈진 증상을 호소해 남성 구급대원 2명이 집회 장소로 들어와 해당 여성을 이송했다.

민갑룡 경창청장도 이날 광화문광장 일대를 찾아 집회 현장을 40여분 동안 둘러봤다.

민 청장은 이날 오후 5시30분쯤부터 광화문광장 일대를 참모진들과 돌아보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한편 "수수방관 경찰청장 필요없다", "여성청장 임명하라", "편파수사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유심히 듣는 모습을 보였다.

또 버스 정류장 표지판에 붙은 '페미니즘 아웃' 전단을 가리키며 이를 제거하라고 지시하면서 "(집회에) 필요한 것이나 지원해줄 건 더 없는지 물어보고 물이나 아이스팩 등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지원하라"고 참모진에 주문하기도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4일 '불법촬영 편파수사 4차 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2018.8.4/뉴스1© News1 유경선 기자
민갑룡 경찰청장이 4일 '불법촬영 편파수사 4차 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2018.8.4/뉴스1© News1 유경선 기자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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