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호 교수는 "로봇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News1 주기철 기자 |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발달로 일자리를 잃을까 겁난다고요? 로봇은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이나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하게 될 것입니다."
<뉴스1>이 이달 30일 개최하는 '한국미래포럼(KFF)' 강연자로 나서는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AI와 로봇의 발전에 따라 인간이 일자리를 잃거나 기계에 종속되는 등 막연하게 퍼져있는 새 시대에 대한 불안감에 이같이 단언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미래 삶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된 부분이나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다고 강조했다.오 교수는 "굴삭기가 개발돼 많은 공사 인부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면, 굴삭기를 개발하지 않고 사람에게 직접 땅을 파도록 하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더 옳은 것이냐"고 되물으면서 "AI나 로봇이 잘할 수 있는 부분과 사람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은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에 결국 로봇은 인간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도구에 불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와 로봇의 발달로 사라지는 직종이 있다면, 신산업 분야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직종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영역에서의 일자리는 더욱 기대해 볼만하다는 게 오 교수의 주장이다. 발전하는 AI와 로봇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도와줄 것이며, 삶의 질을 높이고 윤택하게 만들 것이라는 얘기다.
오 교수는 "현재 AI기술도 완전하지 않고, 로봇기술도 완전하지 않아 이 둘을 연결해 AI로봇으로 실현하기에는 아직 불안정한 요소가 많다"면서 "미래사회가 언제, 어떻게 발전할지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사회에 대한 과한 기대가 자리잡고 있는 것도 경계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오 교수는 AI나 로봇 관련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전문성 없이 막연하게 미래 사회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부정적인 인식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또 실제 가정에 'AI로봇'이 1대씩 상용화되는 시대가 언제쯤 도래하게 될지 특정짓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준호 교수는 2015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에서 주최한 세계 재난로봇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News1 주기철 기자 |
오 교수는 국내에서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로봇인 '휴머노이드'(Humanoid)의 선구자로 불린다. 국내 최초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했으며, 미국 국방성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주최한 2015년 세계 재난로봇경진대회에서 나사(NASA)와 MIT 등 쟁쟁한 경쟁 상대를 꺾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력을 가진 오 교수도 아직 휴머노이드 기술이 현재 연구단계로, 즉각적으로 상용화·실용화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연출된 상황이나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휴머노이드 로봇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요소기술'들이 실생활에서 활용될 수 있다.
인간형 로봇의 최종 목적점은 '사람과 똑같은 로봇을 구현하는 것'이지만, 이를 구현하기는 매우 어렵기도 하고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구현하기까지 개발되는 부분 부분의 기술들이 상업·산업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오 교수는 강조했다.
오 교수는 "지금까지 학문이라는 틀 속에서 국내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했다면 앞으로는 상업·산업적 측면에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국민 삶에 녹아들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오 교수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지난 2011년 창업했다. 기업으로서 국내외 로봇 보급과 확산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와 함께 휴머노이드의 성능을 고도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로봇이 사람처럼 걷고 뛸 때 들어가는 다양한 원천기술인 장치, 모터, 감속기, 구동기, 밸브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기술을 모두 국산화하겠다는 의지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오는 10~11월 기업공개(IPO)도 나설 예정이다.
오준호 교수는 2011년 창업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통해 국민 삶에 로봇기술을 더 보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News1 주기철 기자 |
오 교수가 로봇을 이같이 국내에서 상용화하고 국민들 삶 속에서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를 가로막는 문제가 있다.
국내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실상 산업용 로봇과 인간이 산업현장에 함께 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 법에 따라 안전사고를 우려해 산업용 로봇 주변에 안전펜스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현장에서 인간과 직접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 설계된 협동로봇도 사실상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올초 한 자동차기업이 국내공장에 시험가동한 협동로봇을 제대로 사용도 못해보고 철수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의 빠른 개정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오 교수는 "훌륭한 로봇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고 국내에서는는 상용화 될 수 있는 길이 규제 때문에 막혀있는 상황"이라면서 "외국에서는 생활 속에 로봇이 다수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는 데 제약이 있고, 그러다보니 시장도 막혀있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 교수는 로봇이 국민 삶에 녹아 들 수 있는 기술개발에 전념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오 교수는 " 사람이 좀 더 사람답게 살 수 있고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연구에 전념하겠다"면서 "국민 삶에 녹아 들 수 있는 여러 기술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 미래포럼에 초청되는 홍콩 핸슨 로보틱스의 AI로봇 '소피아'에도 오 교수가 개발한 DRC-휴보 이족보행 기술이 적용돼 있다.
오준호 교수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화봉송'에 휴보와 함께 참가하기도 했다. © News1 주기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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