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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선정' 스웨덴 한림원도 미투 파문

'가해자 측에 미온적 대처'로 종신위원 3명 사임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2018-04-12 16:23 송고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한림원 건물 전경 <자료사진> © AFP=뉴스1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한림원 건물 전경 <자료사진> © AFP=뉴스1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성폭력 고발 '미투' 운동의 후폭풍에 휩싸였다.

성폭력 가해자 측에 대한 한림원의 미온적 대처를 이유로 종신위원 3명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그 파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일간 다겐스 뉘헤테르(DN) 등에 따르면 소설가 클라스 오스터그렌을 비롯한 한림원 종신위원 3명은 한림원 측이 작년 말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르노와 관련된 사안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며 지난 6일 종신위원직을 그만둔다고 밝혔다.

아르노는 지난 1996년부터 작년까지 모두 18명의 여성을 성추행 또는 성폭행한 혐의로 당국의 수사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한림원은 올 초 아르노가 운영하는 문화단체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하고, 그가 노벨상 관련 행사에도 참석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아르노의 성추문에 더해 부인이자 한림원 회원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이 최소 6차례에 걸쳐 노벨상 수상자 명단을 사전에 외부에 유출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림원 내 일각에선 '차제에 프로스텐손도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었다.
오스터그렌 등이 이번에 한림원 종신위원직 사의를 밝힌 것도 프로스텐손의 제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내부 투표가 부결됐기 때문이다.

스웨덴 한림원에선 지난 1989년 당시 이란의 최고 종교 지도자 아야툴라 호메이니가 소설 '악마의 시'를 쓴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에 대한 사형을 명령했을 때 '한림원이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신위원 3명이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한림원 내규상 종신위원의 경우 사후에만 다른 인물이 승계할 수 있게 돼 있어 당시 위원들의 사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은 "최근 상황에 비춰볼 때 한림원 종신위원의 사임권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오스터그렌 등의 사의 표명을 인정함으로써 사실상 프로스텐손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벨상 시상을 주관하는 노벨재단도 이번 사태가 "노벨상 자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한림원 측에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ys4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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