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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인터넷 시장획정도 못하면서…사전규제 부적절"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2018-03-01 10:38 송고
지난 28이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개최된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토크콘서트 모습. © News1
지난 28이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개최된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토크콘서트 모습. © News1

최근 국회에서 네이버 등 인터넷포털을 규제하려는 법안이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학계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 주목된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지난 28일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IT시장의 변화와 글로벌 경쟁: 규제가 답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크콘서트에서 이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인터넷 포털 시장의 정의와 시장 획정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정윤혁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국내에서는 네이버, 다음 같은 사이트를 '포털'이라고 하지만, 이건 포털의 한 종류일 뿐"이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뉴스, 날씨, 주식, 스포츠 같은 특정한 주제에 대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버티컬 포털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버티컬 포털 사이트를 고려하지 않고 마치 네이버와 다음이 포털의 전체인 것처럼 정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류민호 호서대 교수도 "공정위에서 포털 서비스를 검색,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로 규정했지만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을 정도로 포털 서비스를 구분하기 힘들다"면서 "특히 모바일 시대에 사람들은 개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서비스 이용을 위한 관문이란 의미의 포털이란 용어 역시 모바일에서는 더욱 부적절해졌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 시장 획정을 하려면 인터넷 포털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들은 만약 인터넷 포털을 정의했다 하더라도 인터넷 포털과 관련된 시장은 어디까지인지 '획정'도 해야 하지만, 인터넷은 이용자와 광고주, 이용자와 콘텐츠를 매개하는 양면 사업 모델이어서 간접적 네트워크 효과까지 고려해야 하는 등 관련 시장을 증명하는 것이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

검색 서비스와 쇼핑 서비스 간의 시장 지배력 전이 문제에 대해서도 시장을 명확하기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 참석한 학자들의 의견이다. 네이버를 예로 시장을 좁혀 볼 경우에도 두 서비스 간 시장 지배력 전이를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성균관대 박민수 교수는 "(관련 연구 등을 통해) 대략적으로 살펴본 결과, 사람들은 자신이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상품을 검색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색 서비스와 쇼핑 서비스 간의 지배력 전이가 성립하려면, 통합검색 서비스를 통하지 않으면 쇼핑 서비스로 가기 어려워야 하는데 그런 구조가 없는 만큼, 현재까지 지배력 전이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규제에 대해서는 인터넷 산업에 대한 사전 규제 시도가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류민호 호서대 교수는 "인터넷을 사전 규제의 프레임에 넣으려는 시도가 많다"면서 "기존의 경쟁법이나 이용자 보호법 등 사후규제를 통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사전 규제의 틀에 끼워 넣으려는 시도는 이용자나 산업 발전이 아닌 경쟁사를 위한 법안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수 성대 교수도 "사전 규제는 방송산업, 통신산업, 전력, 철도처럼 사업자들이 들어오고 싶어도 마음대로 들어올 수 없는,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산업에 적용하는 반면, 자동차나 스마트폰과 같은 경우는 1, 2위 업체가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지만 사전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서 "인터넷 산업의 히스토리를 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해 1위 자리를 교체하는 모습을 보여온 만큼, 사전 규제를 할 필요가 없는 시장이며, 다른 산업과 비교했을 때 인터넷만 사전 규제를 한다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경원 동국대 교수는 "해외 기업들도 한글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는데, (사전 규제가 생기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경쟁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열위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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