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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인니 의혹]⑥이중장부 알고도 에스크로 자금 전달…배임 '의혹'

이중장부 해결 안됐는데 에스크로 자금 전달…M&A 업계 '상식밖'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류정민 기자 | 2018-01-25 07:00 송고 | 2018-01-25 11:03 최종수정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KT&G가 2011년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Trisakti)'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중장부를 발견하고도 '에스크로(Escrow)' 된 자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스크로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우발채무나 추가 비용 등을 우려해 결제대금 중 일부를 제3자에게 예치해둔 자금이다. 인수 후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자금을 전달하고, 문제가 생기면 관련 비용을 제외하고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중장부는 세무당국에 과소신고분을 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KT&G도 처음에는 내부 보고서를 통해 이중장부로 인한 추가 세금을 에스크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구주주에게 에스크로 자금 대부분을 지급했다. 전문가들은 "배임 여부를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KT&G, 이중장부 발견하고도 에스크로 자금 전달

25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지난 2011년 7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인 트리삭티의 지분 60%를 구주주로부터 1534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우발채무나 분식회계 등의 리스크에 대비해 154억원의 에스크로를 설정했다. 기한은 5년이다.

문제가 없으면 상관없지만 트리삭티는 세금을 줄일 목적으로 세금납부용과 대출용 장부를 만들어 별도로 운영했다. 이중장부는 명백한 분식회계로 과소세금분을 추후 납부해야 한다. 

KT&G가 2012년 1월 작성한 '트리삭티 PMI 중간보고서'에는 트리삭티의 분식으로 인한 2010년 이전 과거 3년간 과소신고분이 74억~250억원(개별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해당 금액은 에스크로에서 보상받아야 한다. KT&G도 해당 보고서에서 "과소신고분을 에스크로에서 보상받을 예정이므로 보상자산으로 인식한다"고 작성했다.

M&A 계약서 역시 "2011년 12월 31일 이전의 미납 세금은 판매자에게 귀속된다"(Any unpaid Taxes attributable to taxable periods ending on or before December 31, 2011 or any other Taxes related to all transactions contemplated by the Transaction Documents, which are attributable to the Sellers)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KT&G는 지난 2016년 8월 에스크로 자금 중 7억원을 제외하고 147억원을 모두 구주주에게 지급했다. 이중장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인도네시아 정부가 세금 추징을 하면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뜻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전문가들은 에스크로 자금을 전달한 것에 대해 합리적인 경영판단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제기했다.

한 변호사는 "세금 과소신고분은 비용 부분이기 때문에 에스크로 자금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자금을 구주주에게 모두 지급했다면 관리자의 배임"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본사 사옥 /뉴스1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본사 사옥 /뉴스1

◇이중장부 '묵인'…손실은 회사가 떠안아

일각에서는 KT&G가 사실상 이중장부를 눈감아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을 때도 이중장부에 대한 부분은 제외하고 에스크로 금액을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장부로 계산하고 세금장부는 묵인한 셈이다.

더욱이 자문을 받은 펜타트러스트는 구주주의 자문기관이다. 펜타트러스트가 구주주의 이중장부 작성에 일조한 상황이어서 해당 부분을 지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문도 장부만 보고 리스크 평가를 진행했다. 회계업계에서는 이례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한 회계법인 대표는 "에스크로처럼 금전적인 부분은 회사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회계사가 함께 자문에 참여한다"며 "현지 회계법인 자문만 듣고 지불 금액을 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KT&G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도 "세금 문제에 대해 KT&G가 그냥 덮고 가자고 판단한 것"이라며 "자문 절차는 지켰지만, 실제로는 엉망"이라고 꼬집었다.

이중장부 자체가 인수 작업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걸 증명하는 성격이다 보니 KT&G가 눈을 감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인수 희망자는 인수 대상 회사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숨은 부실을 찾아내고 인수 가격을 깎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KT&G가 워낙 급하게 트리삭티 인수를 추진하다 보니 지분을 사고 난 후에야 이중장부 문제를 발견했고, 문제가 커지는 것을 우려해 묵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KT&G는 기업 가치와 전망을 따지기보다는 가격에 맞춰 적당한 기업을 샀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일반 기업에서 이중장부가 나왔다면 인수를 추진했던 담당자들은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KT&G는 이중장부를 발견 후에도 그대로 유지했다. 일반적이라면 바로 이중장부 문제를 해결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밀린 세금을 내고 구주주에게 청구하면 에스크로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KT&G의 자금 부담도 없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해당 과정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면계약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 증권사 M&A 담당자는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KT&G와 같은 대기업에서 이해가 안 되는 딜(Deal)을 했다"며 "이와 관련해 이면계약이 추가로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KT&G는 "법무자문 결과 문제가 없었고, '주식양도계약서' 계약 해지 조항에 의거해 비용을 지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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