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김정은의 마지막 비밀병기 '북한 화교'

(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2017-09-18 11:16 송고 | 2017-09-18 11:32 최종수정
FT 갈무리
FT 갈무리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한의 김정은은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살 길은 있다. 북한 화교의 존재다.

북한의 화교들은 북중을 맘대로 넘나들 수 있다. 최근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중교역도 많이 축소됐다. 그러나 북한 화교들은 북중간의 무역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모종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 화교는 대중교역의 약 3분의1을 담당한다. 유엔의 대북 제재로 북중관계가 어느 때보다 경색된 지금, 이들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쑹톈위(가명)는 북한 화교다. 북한에서 화교는 특수 신분이다. 북한과 중국을 맘대로 넘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화교들이 중국 국적을 회복해도 마찬가지다.

쑹씨는 10대 후반에 북한과 접경지역인 단둥으로 이사했다. 징집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한번 징집되면 10년간 복무해야 한다. 이는 모든 북한 남성들이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쑹씨는 징집을 피해 중국의 국적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국경을 맘대로 넘나들 수 있는 북한 화교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중국의 싱크탱크인 칭화-카네기 센터의 북한 전문가인 자오통은 “북중간 다른 무역 채널이 많이 닫혀 갈수록 많은 북한 사람들이 화교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다”며 “북한 화교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의 화교는 1만~1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북중간 교역을 담당하는 핵심 일꾼들이다.

북한 화교의 역사는 김일성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일성은 젊은 시절 중국에서 독립군으로 활동했었기 때문에 중국과의 교역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중국 출신인 화교들을 우대했다. 화교사회에 상당한 자치권까지 부여했다.

예컨대, 화교들에게는 중국과 연락을 할 수 있도록 당시에는 아주 귀했던 국제전화를 할 수 있는 전화기를 허락할 정도였다.

쑹씨는 할아버지가 북한으로 이민을 와 북한에서 태어났다. 쑹씨의 할아버지는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켜 북중국을 점령했던 1940년대에 북한으로 이주했다. 당시 중국은 북한보다 더 못살았다.

쑹씨의 사촌도 비슷한 경우다. 쑹씨의 사촌은 할아버지가 인민군으로 한국전에 참전한 뒤 북한에 눌러 앉았다. 

2009년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가 북한을 방문한 이래 북한 화교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원총리는 북중 교역에서 북한 화교가 좋은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았다. 원 총리는 다른 중국인들은 북한의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하지만 화교들은 맘대로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화교들은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가르는 압록강을 자유롭게 도강할 수 있는 여권을 소유하고 있다. 화교들은 북한에서도 특수대접을 받는다. 모든 북한 주민은 빨간색 김일성 배지를 달아야 하지만 화교는 예외다.

쑹씨는 아직도 자신이 태어난 북한에 대한 강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그는 조국은 중국이지만 모국은 북한이라고 생각한다. 

쑹씨는 지금도 학창시절을 같이 보냈던 북한 친구들과 교류한다. 친구들은 휴대폰의 SIM카드를 교체하는 것, 중국산 옷과 신발을 사는 것 등을 원한다. 쑹씨는 친구들의 부탁을 즐겁게 들어준다. 쑹씨는 이런 일을 ‘식은 죽 먹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사람들이 북한이 나쁜 나라라고 하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남들이 북한이 좋은 나라냐고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말하는데 약간 주저하지만 그래도 북한은 기본적으로 좋은 나라”라고 말했다. “특히 사람들이 좋다”고 덧붙였다.

쑹씨는 그러나 자신의 친구들이 북한을 떠나 중국에서 일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0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대부분 북한을 떠나고 싶어 한다”며 “그 이유는 미국 등의 제재로 북한에서 자신을 발전시킬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쑹씨의 친구들은 대부분 봉제공장이나 전자회사에서 일한다. 이들의 기회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유엔제재로 북한의 대중섬유수출이 봉쇄됐기 때문이다.


sinopark@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