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헌법재판관 정치편향 논란…정말 판결에 영향 미칠까?

9명 구성·다수결 결정방식…"정치중립보다 다양성확보가 관건"
'법관 정치성향과 판결은 별개' 연구결과도 있어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8-19 07:00 송고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관련 공동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이 후보자의 정치 편향성과 박사논문 표절 의혹 등을 바탕으로 후보자의 자진사퇴 또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2017.8.1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야당이 이유정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정치성향'을 이유로 강한 임명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통진당 해산결정'에서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개진했다고 반대한 데 이어 다시금 '색깔론'을 꺼내든 것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가 민주당 영입인사 60명에 포함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2002년부터 최근까지 무려 15년간 사실상 정치활동을 한 이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헌재의 정치적 정립성은 무너지고 헌재에 대한 국민 신뢰도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관의 정치성향이 헌재의 결정 선고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은 다양한 성향을 갖는 9명의 헌법재판관이 평의를 통해 다수결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특정 헌법재판관의 정치성향이 재판부의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유정 후보를 두고 야당 측에서 정치나 할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며 정치성향을 문제 삼고 있지만 이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9명의 재판관들을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 등 3부에서 각각 3명씩 추천하도록 정하고 있는 자체가 재판관들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재판관 한명이 전체 결정을 좌지우지 할수 없기 때문에 재판관 후보자의 정치성향을 거론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정치인 출신이 헌법재판관을 지낸 사례도 있다. 한병채, 조승형 전 헌법재판관은 각각 민주정의당, 평화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다. 1988년부터 1994년까지 헌법재판관을 지낸 한병채 전 헌법재판관은 8대, 9대. 10대, 11대 국회의원을 지낸 4선 의원 출신이다. 1994년 9월부터 1999년 9월까지 헌법재판관을 지낸 조승형 전 헌법재판관은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1994년 국회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한국만의 사례는 아니다. 피터 밀러 독일 연방헌법 재판관은 16명의 연방헌법재판관 가운데 한 명으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무려 12년 동안 잘란트 주(州)의 총리를 지냈다. 당시 독일 사회에서는 헌법재판관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밀러 재판관의 임명을 막지 않았다.

법관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는 다른 판결을 내리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명이나 인준과정에서 정치적 성향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임기가 보장되고 불이익이 금지되기 때문에 일단 임명이 되면 정치적 소신을 고집하기 보다 ‘사법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실제 그동안 헌재는 각 재판관의 정치성향보다는 국민 여론에 따른 결정을 내왔다. 헌재가 내린 주요 결정 가운데 가장 논쟁적인 사건으로 신행정수도이전 특별법 위헌결정과 박근혜 정권에서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이 꼽힌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지난 3월 헌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 종국 결정 직전인 3월 첫째주 발표한 탄핵찬반 여론조사에 따르면 탄핵 찬성여론이 77%, 반대여론이 18%, 답변 유보가 5%였다. 헌재 결정이 국민의 법감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2004년 당시 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실시한 신행정수도이전 특별법 찬반 여론조사에서 네티즌 4만5000명 가운데 64%인 2만8000명이 반대 입장을 취했다. 이는 헌재의 위헌결정과 일치한다.

옛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결정 역시 국민여론과 일치했다. 헌재가 통진당 해산결정을 내릴 즈음의 국민 여론은 통진당 해산에 기울어 있었다. 중앙일보가 2014년 12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3.8%(매우 찬성 45.4%, 대체로 찬성 18.4%)가 통진당 해산을 지지했다.

장철준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임명권자를 기준으로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이 언급되는 것 자체에 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듯 하다"며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하는 법관의 이성적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