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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오디오파일] LP 재생의 필수템 '포노앰프'의 세계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칼럼니스트 | 2017-08-20 09:48 송고
올닉의 포노앰프 ‘H-7000V’ © News1
올닉의 포노앰프 ‘H-7000V’ © News1

LP로 음악을 듣는 이들이 급격히 늘었다. 음반 매장에만 가도, 가전제품 코너에만 가도 이러한 변화는 쉽게 읽혀진다. LP를 ‘돌릴 수 있는’ 턴테이블 제품들이 CD 플레이어나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DAP) 자리를 꿰찬 지는 이미 오래다. 필자가 보기에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은 24비트 이상의 PCM 음원이나 DSD 음원 같은 고해상도 스트리밍과, ‘올드 미디어’라 할 LP에 대한 적극적인 재생으로 분화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올드팬들이 아니라면 이러한 LP 재생이 낯선 경우가 많다. 우선 모터로 LP를 회전시킬 수 있는 턴테이블이 있어야 하고, LP에 파여진 음구(groove)를 추적해 그 안에 담긴 ‘음악정보’를 읽어낼 수 있는 ‘카트리지’(cartridge)가 있어야 하며, 이렇게 해서 모아진 음악정보를 ‘증폭’해서 뒷단의 프리앰프나 인티앰프에 보내줄 수 있는 ‘포노 앰프’(phono amplifier)가 있어야 한다. 3가지 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LP 재생은 불가능하다.
대한민국 오디오 제작사 올닉(Allnic Audio)이 최근 선보인 하이엔드 포노앰프 ‘H-7000V’를 중심으로 포노앰프와 LP 재생의 세계를 조금은 찬찬히 들여다봤다.
카트리지가 LP에 파인 음구를 따라 그 안에 담긴 음악정보를 읽어내고 있다. © News1
카트리지가 LP에 파인 음구를 따라 그 안에 담긴 음악정보를 읽어내고 있다. © News1

1. LP 재생의 원리   

LP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아주 가느다랗고 얕은 흠이 패어있다. 이 흠이 ‘음구’라는 것으로 음악정보, 즉 다양한 주파수에 따라 서로 깊이가 다르다. 저역대일수록 깊고 고역대일수록 낮다. 단면을 보면 ‘V’자 모양인데 양 사이드에 2채널 스테레오 정보가 담긴다. 이 음구에 담긴 음악정보를 읽어내는 ‘장치’가 바로 카트리지다.     

카트리지는 캔틸레버에 장착된 스타일러스(바늘)가 LP 음구를 따라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신호증폭을 위한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장치다. 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주는 스피커와 정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어쨌든 캔틸레버에는 코일과 자석이 있어야 에너지를 변환시켜줄 수 있는데, 캔틸레버와 함께 자석이 움직이면서 전기에너지를 얻는 것이 ‘MM(Moving Magnet)’ 카트리지, 캔틸레버 끝에 감긴 코일이 움직이면서 전기에너지를 얻는 것이 ‘MC(Moving Coil)’ 카트리지다.     
MM카트리지는 캔텔레버와 상관없이 코일을 많이 감을 수 있어 높은 출력전압을 얻을 수 있는데 비해, MC카트리지는 코일을 많이 감을 경우 캔틸레버가 무거워지기 때문에 코일을 최소로 감아야 하고 이로 인해 출력전압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MC카트리지는 MM카트리지는 따라올 수 없는 커다란 장점이 있는데, 그것은 캔틸레버와 상관없이 큰 자석을 쓸 수 있어 더 많은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MC카트리지는 코일을 적게 감는 덕분에 고역의 표현력이 MM카트리지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다는 장점도 있다. 왜냐하면 코일을 적게 감을수록 인덕턴스(inductance)는 낮아지고 이에 따라 코일에서 발생하는 전체 임피던스(유도성 리액턴스)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도성 리액턴스는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XL=2πfL, XL : 유도성 리액턴스(Ω), π : 원주율, f : 전류주파수(Hz), L : 인덕턴스(H). 즉, MC카트리지는 인덕턴스값이 낮기 때문에 전체 임피던스가 낮고(통상 10옴), 때문에 같은 고주파라도 MM카트리지(통상 47k옴)에 비해 더 수월하게 재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뒤에 보이는 원통형 모듈 2개가 승압트랜스, 앞에 자리잡은 네모난 모듈 2개가 멀티커브 LCR 모듈이다. © News1
뒤에 보이는 원통형 모듈 2개가 승압트랜스, 앞에 자리잡은 네모난 모듈 2개가 멀티커브 LCR 모듈이다. © News1

2. 헤드앰프 vs 승압트랜스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역시 MC카트리지의 출력전압이 포노앰프를 드라이브하기에는 너무나 낮다는 것. MM카트리지의 출력전압이 2~8mV인데 비해 MC카트리지는 10분의 1 수준인 0.15~2.5mV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CD플레이어의 출력전압은 ‘무려’ 2V에 달하기 때문에 포노앰프처럼 별도의 증폭장치 없이 곧바로 프리앰프나 인티앰프를 붙일 수 있다. 포노앰프를 포노 스테이지(phono stage)라고도 부르는 것은 이처럼 프리앰프나 인티앰프 앞에 추가로 ‘단’을 하나 더 붙였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어쨌든 MC 입력 포노 스테이지 앞단에 승압트랜스(Step-up transformer)가 반드시 들어가는 것은 이처럼 오디오 신호 중 가장 낮은 MC카트리지의 출력전압을 높여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승압트랜스는 전기에너지(1차 권선), 자기에너지, 전기에너지(2차 권선) 순으로 에너지가 변환(transform), 전달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코일 저항과 코어 포화 때문인데, 이러한 에너지 손실률은 트랜스가 작을수록, 권선비가 높을수록 커진다. 승압트랜스의 재생주파수 대역이 좁고 음이 찌그러지는 이유도 트랜스 크기 자체가 아주 작은데다 권선비는 1대30에 이를 정도로 높아 에너지 손실률이 20%에 이를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승압트랜스에서는 고역과 저역이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승압트랜스의 중역대가 도톰하게 들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협대역 재생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헤드앰프다. 포노 스테이지 앞에 위치한다고 해서 ‘헤드앰프’(Head amplifier) 또는 ‘프리프리앰프’(Pre-preamplifier)라 불린다. 승압트랜스와는 달리 MC카트리지로부터 나온 낮은 출력전압을 ‘앰프’라는 말 그대로 적극적으로 ‘증폭’시켜 포노 스테이지에 전달해준다. 관건은 노이즈 관리인데, 이는 앰프의 속성상 음악신호 뿐만 아니라 노이즈도 함께 증폭되기 때문이다. 올닉의 헤드앰프 ‘HA-3000’이 뛰어났던 것도 바로 노이즈가 측정불가일 정도로 적었던 덕분이다.    

포노앰프 ‘H-7000V’는 바로 이러한 헤드앰프와 승압트랜스를 동시에 탑재했다는 게 핵심. 제대로 만든 헤드앰프가 포노 스테이지에 들어간 경우는 이번 ‘H-7000V’가 유일하다. MC 카트리지에서 온 음악신호를 기존 승압트랜스로도 들을 수 있고, 에너지감과 엣지감이 더 좋은 헤드앰프로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MM 신호도 2가지 경우로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하이엔드 포노 스테이지가 펼쳐놓은 웰빙 뷔페라 할 만하다.    

‘H-7000V’의 경우 맨 뒤에 있는 2개의 원통형 박스가 바로 승압트랜스(채널당 1개)인데, 위에 달린 노브를 통해 게인을 4가지(+22dB, +26dB, +28dB, +32dB)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x13, x20, x26, x40’ 눈금은 데시벨로 표기된 게인을 10진법으로 알기 쉽게 표시한 것이다.  

그러면 왜 ‘H-7000V’에서는 이 단점이 많은 승압트랜스를 빼지 않았을까.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음악 장르나 개인 취향에 따라 승압트랜스와 헤드앰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비록 에너지 손실율이 적다는 점에서는 헤드앰프가 승압트랜스에 비해 앞서지만, 승압트랜스 특유의 진하고 굵은 ‘트랜스맛’을 좋아하는 애호가들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즈나 팝이면 승압트랜스로, 소나타나 협주곡은 헤드앰프로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실제로 직접 리뷰를 해보니 헤드앰프를 선택하면 대역이 넓게 그리고 유려하게 펼쳐졌고, 승압트랜스는 대역은 조금 좁아졌지만 진하고 두터운 음색을 맛볼 수 있었다.
각 레코드사의 턴오버 주파수와 롤오프 감쇄량을 나타낸 표. © News1
각 레코드사의 턴오버 주파수와 롤오프 감쇄량을 나타낸 표. © News1

3. RIAA 커브, LCR필터란 무엇인가 

‘H-7000V’는 전면 패널에서 은은한 오렌지 빛깔을 뽐내는 커런트 미터 2개, 4개의 입력신호(MC1, MC2, MM1, MM2)를 선택할 수 있는 정중앙의 셀렉터 노브, 양 측면에 자리잡은 거대한 손잡이, 그리고 본체를 거의 가득 메운 8개의 진공관과 10개의 트랜스, 2개의 모듈이 시선을 잡아맨다. 더욱이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침니에 담긴 진공관의 가녀린 선홍색 불빛은 이미 LP 애호가들의 심장을 저격할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정중앙에 있는 직육면체 모양의 2개 모듈이 시선을 잡아맨다. 위에서 말한 원통형 승압트랜스 바로 앞에 붙어있는데, 상판 플레이트에는 ‘Multi-Curve LCR Unit’이라고 씌어있고 그 위에는 2개의 작은 둥근 노브가 달려있다. 한쪽 노브는 ‘롤오프(roll-off)’ 조절용, 다른쪽 노브는 ‘턴오버(turn-over)’ 조절용이다. 채널당 1개씩 설치된 이것이 바로 ‘H-3000V’ 때부터 국내외 아날로그 마니아들로부터 극찬을 받아온 ‘멀티커브 LCR 이퀼라이징 모듈’이다.    

이 모듈은 쉽게 말해 1) 이 세상 모든 아날로그 음반(레코드)에 담긴 음악신호를 정확히 복원해낼 수 있는 포노 이퀼라이저이며, 2) 그 이퀼라이징 방식으로 LCR(코일-커패시터-저항) 결합방식을 썼다는 뜻이다.    

LP와 그 이전에 나온 SP 같은 아날로그 음반은 제한된 디스크에서 더 오랜 재생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음원정보가 기록되는 음구의 폭과 깊이를 조절해야 했다. 음구가 넓고 깊은 저역은 그래서 레벨을 낮춰 음구를 덜 파내고, 음구가 좁고 얕은 고역은 반대로 레벨을 높여 커팅을 한 것이다.     

즉, 특정 주파수(턴오버 주파수) 이하의 저역은 원래보다 6dB 낮춰 커팅하고, 고역은 원래보다 높여(10kHz 재생시 감쇄량=롤오프로 표기) 커팅했다. 이것이 바로 이퀼라이징 커브, ‘EQ 커브’다. 레코드 재생시에는 EQ 커브와 정반대로 보정(이퀼라이징)을 해주면 전 대역에서 원래 음악신호를 얻을 수 있는 원리다.    

문제는 각 음반사마다 이 EQ 커브가 달라 음반 재생시 음질이 균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회사마다 저역의 ‘턴오버’ 주파수와 고역의 ‘롤오프’ 감쇄량이 달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데카는 턴오버가 500Hz, 롤오프가 -11dB인데 비해, 필립스는 400Hz와 -5dB, RCA(1949~1951)는 700Hz와 -13.7dB였다.

그래서 1953년 미국레코드산업협회(RIAA. 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가 확정한 표준화 EQ 커브가 바로 ‘RIAA 커브’다. RIAA 커브는 턴오버 주파수는 500Hz, 롤오프 감쇄량은 -13.7dB를 표준으로 삼았다.    

따라서 ‘H-7000V’의 멀티커브 이퀼라이징 모듈을 이용하면 RIAA 커브는 물론 그 이전 레코드도 정확히 재생할 수 있다. 오른쪽 노브로는 턴오버 주파수를 250Hz, 400Hz, 500Hz(RIAA), 700Hz 중에서 선택하고, 왼쪽 노브로는 롤오프 감쇄량을 -5dB, -11dB, -13.7dB(RIAA), -16dB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인터넷에는 각 음반사의 연도별 턴오버 주파수와 롤오프 감쇄량이 친절하게 공개돼 있는 만큼 이에 맞춰 저역은 부스트시키고 고역은 감쇄시키는 방식으로 조절하면 가장 최적화한 재생음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H-7000V’가 LCR 필터를 썼다는 것은 이 턴오버 주파수와 롤오프 감쇄량을 조절(de-emphasis)하는 회로에 2개의 직렬 코일(L)을 중심으로 커패시터(C)와 저항(R) 여러 개를 정교하게 결합시킨 일종의 패시브 필터를 투입했다는 것이다.

LCR 필터는 액티브 필터(네거티브 피드백), CR 필터, 하이브리드 필터(네거티브 피드백 + CR 필터) 등 다른 이퀼라이징 방식(보통 100k옴 이상)에 비해 임피던스가 600옴에 그칠 정도로 낮고 자체 저항도 13옴에 그쳐 다이내믹스와 저역 응답성이 그만큼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kimkw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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