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선고 공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17.7.2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 보좌하는 실장으로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함에도 지원배제를 가장 정점에서 지시하고 실행 계획을 수립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선고공판 내내 눈을 감고 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은 황 부장판사가 양형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하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일부 방청객들은 "아이고"라며 탄식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은 큰 표정 변화없이 담담한 태도를 유지했다. 남편인 박성엽 변호사는 긴장한 듯 고개를 숙였고 두 손을 붙잡았다.
판결이 모두 끝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보이는 한 중년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판사님 정치권력에 따라서 휘둘리지 않게 똑바로 해주세요"라며 큰소리로 외치다가 법정 경위에게 제지를 당했다. 이를 본 다른 방청객들은 "왜 미는 것이냐, 바른말 하는데"라며 판결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10분 김 전 실장은 옅은 하늘색 환자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조 전 장관은 검은색 정장을 입었다. 이들과 함께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제1차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김소영 전 청와대 문체비서관 등 7명은 굳은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김 전 실장은 두 눈을 깜빡이면서 황 부장판사가 말하는 판결 이유를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피고인별 책임을 설명하자 실형을 직감한 듯 입술을 내밀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을 보였다. 또 반복적으로 몸을 움직이면서 자리를 고쳐 앉는 등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조 전 장관은 판결 내내 두 눈을 감고 곧은 자세로 앉아있었다. 황 부장판사가 자신의 이름을 거론할 때 마른 침을 삼키며 초조한 모습을 보인 것 이외에는 작은 움직임도 없었다.
이날 재판은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어 '블랙리스트' 재판을 보러온 방청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방청객들은 이른 시간부터 가방으로 줄을 세워놓고 스스로 종이에 번호표를 만들어 표시했다. 번호표는 순식간에 50번 이상이 됐다.
비표를 배부하기 시작하자 한 여성이 "내가 9번인데 두고 간 핸드백이 안 보인다. 들어가야 한다"며 초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방청객이 재판장으로 들어서면서 재판은 평소보다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준비됐다. 20여명의 법정 경위가 법정을 둘러싸고 서 있었고, 좌석을 철저하게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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