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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모임은 잊기 위해서가 아닌 잘 기억하기 위한 것"

[인터뷰] 최하늘 심리예술공간 '살다' 대표

(서울=뉴스1) 이주영 기자 | 2017-04-20 09:32 송고 | 2017-04-20 10:07 최종수정

 상담을 진행 중인 최하늘 '살다' 대표.  © News1

가족처럼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뒤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을 '펫로스증후군'이라고 한다. 반려동물이 또 하나의 가족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들의 삶은 우리 인간보다 짧다. 그렇기에 반려동물의 죽음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 중 하나다.

2012년 부산에서는 펫로스증후군을 견디지 못하고 40대 여성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만큼 반려동물의 죽음은 함께한 사람에게 큰 충격을 준다. 최근 펫로스 관련 모임이 나타난 것도 이런 문제의 심각성과 대처의 필요성에 의해서다.

심리예술공간 '살다'(SALDA)에서 매달 진행하는 펫로스 치유모임 '웰바이'(Well-bye)도 이런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반려동물과 이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 위한 자리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해 벌써 다음달 12번째 모임을 갖는다.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카페씨어터에서 웰바이 모임을 진행하는 관계·감정 심리상담사 최하늘 디렉터(심리예술공간 '살다' 공동대표 겸 한국사이코드라마소시오드라마학회 서울경기지부 부회장)를 만났다. 그는 심리예술공간 살다의 김혜령씨와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웰바이' 이름이 생소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임인가.

▶웰바이는 살다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간단히 말하면 반려동물과 이별을 준비하거나 이미 반려동물과 이별한 분들을 위한 자리다. 사실 'Well-Bye'라고 하지만 정말 좋은(Well) 이별(Bye)이 어디 있겠나. 그래도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어떻게 준비하고 버틸지 또 그 존재를 어떻게 기억할건가 더 나아가서는 이별한 반려동물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이런 생각과 고민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하는 모임이다.  

- 이런 펫로스 모임을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반려동물의 예쁜 모습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는 많다. 그런데 막상 반려동물이 아픈 게 장기화 되고 이별하는 부분은 혼자 오롯이 버티더라.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혹은 캣맘분들처럼 수명이 짧은 길냥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이별하는 모습을 많이 본 것이 계기가 됐다. 
    
또 개인적인 관심도 많았다. 현대는 사람들이 힘들거나 상처받는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은지 잘 모르는 사회다. 펫로스가 아니더라도 이런 것에 전체적인 케어가 안 된다. 하물며 동물은 더 인정을 못받지 않나. 처음엔 누가 올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 주로 어떤 사람들이 모임에 참여하나.

▶나이대는 20~50대까지 다양하다. 개인적으로 오기도 하고 커플로 오는 분들도 많다. 1회에 10명 안쪽으로 운영하는데 적은 경우는 3~4명이 오기도 한다. 평균 6~8명 정도다. 모임에 참여하기 전에 외국 논문을 찾아봤다는 분들도 있더라. 그런데 인터넷에 방법은 많은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그렇게 검색하고 찾다가 발견했단 이야기를 들었다.

보통은 반려동물과 이별한 지 5개월이 채 안된 분들의 참석율이 높다. 이 기간에는 펫로스로 인해 크고 작은 일련의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시기다. 프로그램 내용도 그것에 맞추고 있다. 지금은 파트1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반년 이상 넘어가면 상실 애도로써 따로 할 부분이 있다. 본인의 죄책감이라든지 본인도 일상생활에 영향력이 큰 때다. 하반기에는 이런 분들을 위한 심화과정을 준비할 계획이다.

- 그럼 반려동물과 이별한 지 오래될수록 충격이 더 큰 건가.

▶아니다. 사람마다 다르고 반려동물과 이별한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다. 노견이라 이별을 위한 충분한 기간을 가져 죽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지만 갑작스런 사고사나 실종, 의료적 문제로 안락사를 선택한 분들의 상황은 또 다르다. 여러 마리를 키운 분들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계속 지켜보는 것에 따른 어려움도 있다.     

이런 상실감은 일괄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눈물을 많이 흘리고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분들이 많다. 자다가 깨기도 하고 반려동물이 반겨주던 모습이 생각나 집에 들어가기 겁난다는 분도 있다. 반려동물의 모습이 시시각각으로 보이는 거다.    

- 생각보다 상실감이 큰 것 같다.

▶심하면 직장을 그만두거나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분들도 있다. 요즘엔 1인 가구가 많다보니 반려동물과 둘이서 지냈던 분들은 반려동물 위주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혼인 분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낼 집을 알아본다든지 미래를 준비한 사람이 많다. 반려동물이 사라지면 그 미래가 아예 바뀌는 것이다. 그 충격과 변화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중장년층은 또 다른 문제다. 취업이나 결혼을 한 후 독립한 자녀들 대신 반려동물과 함께하게 된 분들은 자기 자식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이분들은 펫로스를 내 아이를 잃었다고 말한다.

펫로스 후 갖게 되는 마음 상태를 펼쳐보인 모습.  (사진 심리예술공간 '살다' 제공)  © News1

-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나.
  
▶기본 프로그램은 4시간으로 기획하지만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1단계는 액션이 있는 과정을 곧바로 들어가기 버겁기 때문에 본인의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을 익히는 시간을 갖는다. 본인의 이야기를 먼저 꺼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단계에선 반려동물이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짚어준다. 모임에 참여할 때 반려동물과 함께했던 물건을 갖고 오라고 미리 말한다. 사진을 갖고 오기도 하고 반려동물이 생전에 먹던 사료를 준비하는 분도 있다. 그것들을 서로에게 보여주며 반려동물이 가졌던 성격이나 좋아한 음식, 추억 등을 서로 소개한다.  
    
그렇다고 앉아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심리치료도 함께한다. 반려동물에 관한 기억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게 제어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쓸쓸함, 분노, 외로움 등 각종 감정을 펼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나 절박한 위기 상황을 재연해보고, 수정하며 다른 걸 시도하기도 한다.

마지막엔 다시 이야기를 정리하며 쉬는 단계가 필요하다. 모임이 끝날 때면 글을 남겨보라고 권유한다. 마무리에는 가져왔던 반려동물의 물건과 사진을 전시해보며 반려동물과 이런 빛나는 순간이 있었구나 앞으론 어떻게 살아가야겠다하며 함께 추모한다.

펫로스는 개인상담도 따로 하기도 하지만 사람의 힘이 크다. 혼자가 아닌 같이 기억하는 것이다. 4시간 내내 우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게 아니다. 죽음이란 것은 어떻게 되돌릴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혼자서 곱씹으며 괴로워하고 후회가 많은 것이다. 웰바이라는 게 외롭게 혼자 기억하는 게 아니라 울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잘 기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 펫로스 모임의 목표나 당부의 말이 있는지. 

▶현재는 전문가가 함께하지만 추후에는 일반인들만으로도 이뤄지는 펫로스 모임도 만들고 싶다. 진주, 대전 등 지역에서 오는 분들이 꽤 있는데 살다 뿐 아니라 각 지역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반려동물의 죽음만이 아닌 그 전 과정인 호스피스 개념도 자연스럽게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펫로스에 대해 고민하는 게 캠페인이나 문화로 정착됐으면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른 필연적인 과정이지 않나. 반려동물은 때론 가족 이상의 특별한 느낌이다. 펫로스를 문화로 정착해야 하는 이유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키우던 당사자 뿐 아니라 주변의 반응과 행동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펫로스 치유를 위한 12번째 웰바이 모임은 다음달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심리예술공간 '살다'에서 진행된다.

 웰바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참가자들은 글을 남긴다.(사진 심리예술공간 '살다'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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