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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장국영 롤모델…전도연 선배가 느끼하대요" [N1★토크②]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7-04-10 15:41 송고
언니네 홍보사 제공 © News1

누군가 "눈빛이 멜로"라고 하자, 김남길은 부끄러운 듯 손사래를 쳤다. "내가 안구 건조증이 있어 조금만 뜨고 있어도 빨개진다"라며 농담으로 칭찬을 피하려 시도하기도.  

사실 김남길에게 멜로 장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장르다. MBC '선덕여왕'의 비담과 '옴므파탈'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 준 SBS '나쁜남자' 심건욱부터 시작해 비교적 최근작인 KBS 2TV '상어'의 한이수, 영화 '무뢰한'의 정재곤까지. 그가 거쳐온 캐릭터들은 과묵하거나 장난스러운 껍질 속에 고독한 진심을 숨기고 있는, 다분히 여성 시청자와 관객의 편애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었다.
"과거에는 무거운 연기를 (의도적으로) 추구했어요. 캐릭터적인 부분에서요. 양조위, 장국영 같은 홍콩 배우를 모델로 삼았었죠. 특화되는 게 있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홍콩 배우를 보면 닉네임이 '새드 아이'에요. 저도 그런 쪽을 추구했어요. 지금은 많이 편해진 부분도 있는데 그보다 이야기 고르는 방향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강한 캐릭터보다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캐릭터에 눈길이 더 가더라고요. 아무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봐요. 언제까지 20대 청춘도 아니고요.(웃음)"

그래서일까. 신작 '어느날'(이윤기 감독) 속 김남길은 과거 그가 소화했던 캐릭터들보다 한층 편안한 느낌이다. 아내를 잃은 남편, 고통 속에서도 먹고 살기 위해 편의점에서 한끼를 해결하고, 소파에 누워 선잠을 자고, 일에 치여 사는 강수의 모습은 비련의 남자 주인공이기보다는 아픔을 받아들이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보통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

"전모 선배님(웃음)이 얘기하신 게 '느끼해. 나이 먹고 그런 것 하지 마'였어요.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였다면 벚꽃을 손으로 받쳐주는 장면에서도 어떻게 해야 멜로처럼 보이나, 이런 고민을 했을 거예요.(극중 강수는 떨어지는 벚꽃을 손으로 만져볼 수 없는 영혼 상태의 미소를 위해,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어 꽃을 받아준다.) 그때와 다르게 나이나 표현에서 담담하게 연기를 하는 게 잘하는 것인 것 같아요. 왜 소설을 읽어도 읽고 나서 옥편, 국어사전을 찾아야 하는 소설이 있고, 우리의 흔한 얘기를 쓰는데 와 닿는 소설이 있잖아요? 모를 때는 힘주고 있는 척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알아가니까 힘도 빼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도 멜로라기보다는 사람에 대한 고민을 하니까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안 그랬으면 느끼하게 뽑을 수도 있었죠."
다양한 작품을 거쳐오며 연기와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해왔던 모양이다. 김남길은 "늘 내려가는 준비를 잘하자는 생각을 한다"라고 했다. 배우로서 대중에게 잊히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생각을 하며 작은 일에도 감사하려고 노력한다고.

"나는 죽을 때까지 할 줄 아는 게 이 일밖에 없고, 이걸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 가슴이 짓눌리는 느낌을 가질 때도 있어요. 이걸 안 하면 뭘 해서 먹고 살까, 하는 고민이 있고요. 그럴 때 떠오르는 게 없어요. 선배님들을 보면서 가는 것도 있어요. 선배님들이 잘 되는 게 좋은게, 잠깐 주춤했던 선배님들이 재조명 받으시는 걸 보는 게 좋아요. 선배님들이 잘 되시는 걸 보면 나도 저런 길을 가야지, 생각해요. 우울한 감정에 빠져 있을 때가 있어도 '어느 정도 적당히 해야지', '적당히 해', 하고 스스로 생각해요."

'인생 연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남길은 "아직 인생 연기가 나온 작품이 없다"라고 했다. 히스 레저나 장국영처럼 세상을 떠난 후에도 오래 기억되는 '인생작'을 꿈꿔왔던 그다.

"인생 연기가 나온 작품이 없었어요. 저도 인생 연기, 유작을 꿈꾸는데 매 작품 그런 느낌을 많이 가져요. 마음을 나쁘게 먹으면 장국영, 히스 레저처럼 어릴 때 연기에 대해 평가받고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그들처럼 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지금은 조금 다른 게 그만큼의 몰입을 하는 게 힘든 것 같아요. 그렇게까지 몰입한 상태라면 옆에서 보는 사람들을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그런 몰입은 성격상 안 되는 것 같아요. 안 되니까 그런 걸 더 꿈꾸나 봐요."


eujen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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