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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허웅 "'허재 아들'보다는 나를 각인시키고 싶다"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7-01-01 06:00 송고
선수 시절의 허재와 현역 선수인 아들 허웅. (KBL 제공) © News1
선수 시절의 허재와 현역 선수인 아들 허웅. (KBL 제공) © News1

허웅(24·원주 동부)의 아버지는 전국민이 다 아는 '농구대통령' 허재(52)다. 허재는 특별한 수식이 필요없을 정도로 한국 농구에서는 전설과도 같은 존재다.

'농구대통령'을 아버지로 둔 허웅에게 농구는 어렸을 적부터 '일상생활'과도 같았다. 스스로 기억조차 나지 않는 '꼬마' 때부터 농구장을 드나들었고, 농구를 봤고, 농구공을 만졌다.
허웅은 "어려서부터 농구가 재밌다고 생각했다. 축구에 빠져 잠시 축구부에 들어간 적도 있었지만, 농구를 직접 하면서 재미를 느꼈고, 그래서 본격적으로 농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뒤이어 두 살 어린 동생 허훈(22·연세대)도 농구를 시작했다. '허재아들'이라는 꼬리표는 허웅-허훈이 농구를 하는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워낙 잘했던 아버지와 비교되는 것은 어린 나이에 적지 않은 부담이었지만, 허웅은 낙천적인 성격으로 이를 이겨냈다.

허웅은 "예전엔 '허재 아들'이라는 말을 듣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적응이 됐다"면서 "남들은 되고 싶어도 못 되는 것 아닌가. 부담감을 이기고 나 역시 아버지만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허웅이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시절 공교롭게도 허재 감독이 전주 KCC의 사령탑이었다. 당시 KCC는 4순위 지명권을 얻었고, 그때까지 허웅은 뽑히지 않았다. 모두의 이목이 주목됐지만 단상에 오른 허재 감독은 아들이 아닌 김지후의 이름을 불렀다. 이어 5순위를 잡은 동부가 기다렸다는 듯 허웅을 낚아챘다.

허웅은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당연히 안 뽑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아들을 뽑겠나"면서도 "혹시라도 내가 KCC에 갔다면 아버지가 아직 감독을 하고 계실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허재 감독은 허웅이 데뷔시즌을 치른 2014-15시즌 막판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했다.

3년차 허웅을 '농구대통령'의 업적에 비교하기는 이르다. 그래도 허웅은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농구를 하는 동안에는 아버지와 비교되는 일이 계속 생길 것이다. 짊어져야 할 짐"이라면서도 "아직은 아버지에게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원주 동부 허웅이 경기도 안양시 이루다호텔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2.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원주 동부 허웅이 경기도 안양시 이루다호텔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2.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허웅이 생각하는 '선수' 허재의 가장 빼어난 점은 기술보다도 정신적인 부분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영상을 보면 절대 지기 싫어하는 게 보인다. 기술이 좋은 것은 당연하고, 열정과 집중력이 누구보다도 높다는 게 느껴진다"면서 "내가 배우고 싶고, 아버지를 따라가기 위해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아버지나 동생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점은 농구보다는 '외모'였다. 그는 "농구에서는 아버지가 모든 부분이 앞서는 것 같고 동생하고 비교하면 슛은 내가 좀 낫다. 근데 외모는 셋 중에서 내가 젤 나은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한때 '연세대 천정명'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허웅은 쑥스러워하면서도 "나는 잘 모르겠지만, 연예인을 닮았다고 하니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그 때문일까. 허웅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올스타전 득표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선형(서울 SK), 이정현(안양 KGC)은 물론 올 시즌 주가가 치솟고 있는 마이클 크레익(서울 삼성)까지 모두 따돌린 결과다. 올스타 투표 1위는 화려한 경력의 아버지도 해 보지 못한 일이다.

허웅은 "지난 시즌 1위 한 것도 의외인데, 올해도 1위를 하고 있다니 신기하다"면서 "이상민 감독이 9년 연속 1위를 했다고 하는데, 나 역시 노력해봐야겠다. 한 번 1위 했는데 다음에 못하면 조금은 서운할 것 같다"며 웃었다.

'허재 아들'로 존재를 알렸던 허웅. 하지만 프로 3년차 시즌을 맞는 그는 '허재 아들'보다는 '허웅' 본인의 이름을 점차 부각시키고 있다. 허웅 역시 "농구를 하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제 이름을 기억에 남기고 싶다. '허재 아들'보다는 허웅으로 기억되는 게 좋지 않겠나"고 말했다.


starbury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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