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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출산율 증가…웃을 수가 없다

독일 1.5명 39년만 최고 출산율
북유럽 전반 퍼진 '무슬림 출산율' 고정관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16-10-18 13:40 송고 | 2016-10-18 14:07 최종수정
독일 난민들이 지난해 8월 주 정부 청사 앞에 앉아 있다. © AFP=뉴스1
독일 난민들이 지난해 8월 주 정부 청사 앞에 앉아 있다. © AFP=뉴스1

독일 출산율이 33년 만에 최고를 달성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지만 지난해 물밀듯 밀려 들어온 난민들이 출산율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서 '웃을 수만은 없다'는 공포 어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독교적 정체성을 중시하는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등에 성공한 출산율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어리둥절해 하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은 17일(현지시간) 지난해 독일의 출산율이 여성(15~49세) 1명 당 1.5명으로 전년 1.47명에 비해 0.03명 늘어나 1982년 이래 최고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통독 사상 최고 수치다.

이는 여성 1000명이 평생 56명을 낳는 수준이다. 전년도 출산율은 1000명이 가임기간 동안 27명을 출산하는 정도였다.

괄목할 만한 부분은 이같은 희소식에 '이민자', 즉 외국 국적 여성들이 더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독일 국적 여성의 출산율은 전년 1.42명에서 지난해 1.43명으로 미미하게 올랐지만, 외국 국적의 여성의 경우 전년 1.86명에서 1.95명으로 0.1명이나 증가하며 '아이가 없는 나라'라는 한탄을 내뱉던 독일의 출산율을 끌어 올리는 데 한몫을 했다.

일각에선 '난민'이라는 단어도 출산율 증가 원인을 분석하는 도중 언급됐다. 지난해 독일은 전례없는 유럽의 난민 위기에 대처코자 무려 89만명의 망명 신청자를 받아들였는데, 때마침 이 당시 출산율이 증가했다는 결과를 받아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주라는 요소 하나만으로 현상 전체를 설명하긴 힘들다. 동부 작센 주의 경우 2007년 이후 독일 전체 13개 주 가운데 출산율 1위를 고수해 왔지만 외국인 거주 비율은 최하위권 수준이다.

난민 역시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마르틴 부야르트 연방통계청 연구원은 추측했다. 부야르트 연구원은 난민들이 지난해 10월부터 대거 유입된 점을 들어 난민 여성은 "입국할 때부터 임신한 상태여야" 출산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극우주의 세력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이 이달 드레스덴에서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독일 극우주의 세력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이 이달 드레스덴에서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하지만 이주민 증가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독일 뿐만 아니라 북유럽 전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구 520만명의 소국 노르웨이는 지난 수십년 간 낮은 출산율을 보여왔지만, 6월 통계청에 따르면 이주민 수가 올 70만명에서 2040년대 중반 140만명으로 2배 가량 늘어나며 총인구가 600만명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해당 분석은 이주민들이 노르웨이 국적자들보다 훨씬 더 출산율이 높다는 연방통계청의 수치에 기반한다.

스웨덴 역시 마찬가지다. 인구가 972만명에 불과한 스웨덴은 지난해 16만명의 망명신청자들을 받아 들였는데, 이는 인구 대비로 유럽연합(EU) 전체에 비해 6배 많은 수치다.

이에 따라 스웨덴 통계청은 자국 인구 성장률이 "19세기의 몇몇 개별 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종전에 예측한 인구 증가 추세를 더욱 급격한 기울기로 수정했다.

미 인터넷매체 쿼츠는 이에 대해 스웨덴 당국이 추산한 "앞선 예측치는 장기적으로 스웨덴 인구를 빠르게 증가시킬 급격한 이민 증가를 고려치 않았으며 이들 이민자들은 젊고 출산율이 높다"고 전했다.

유럽의 문화적 중심인 기독교와 보수 세력들은 두려움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이민자와 난민 대부분은 무슬림'이라는 통상적 믿음에 따라 이민자들의 높은 출산율이 달갑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가톨릭내 대표적 보수파이자 전 바티칸 대심원장인 레이먼드 버크(68) 추기경은 지난 4일 한 이탈리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번 무슬림들이 얘기하는 걸 들었다. 그들은 '우린 과거 무기를 들고 했던 일들을 오늘날 출산율과 이민을 통해 하고 있다'고 했다"고 답했다.

버크 추기경은 '이민이 (기독교에 대한) 위협인가'란 질문에 대해 이어 "인구가 변하고 있다"며 "이탈리아와 같은 곳에서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인구 다수는 무슬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보수 세력의 공포를 의식해서인지 독일 통계청은 이번 발표를 진행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내비쳤다.

부야르트 연구원은 출산율 증가의 주요 원인이 이민이 아닌 보육 서비스 개혁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사전 진화를 시도했다.

부야르트 연구원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5년 동안 특히 구 서독 지역에서 보육시설 숫자가 3배 증가해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주'라는 요소를 제외하고서도 출산율은 오를 것이 보장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1975년 이후 서독과 통독은 항상 1.5 이하의 출산율을 보여왔다.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을 제외하고 이같은 '절벽' 수준의 출산율을 보인 나라는 거의 없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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