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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무명'에서 '우승감독'된 양철호 "난 복많은 사람"

(수원=뉴스1) 이재상 기자 | 2016-03-21 22:20 송고 | 2016-03-21 22:23 최종수정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현대건설 선수들이 양철호 감독에게 헹가레를 치고 있다. 2016.3.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현대건설 선수들이 양철호 감독에게 헹가레를 치고 있다. 2016.3.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지도자 생활 17년만에 꿈에 그리던 그날이 온 것같다."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의 양철호 감독(41)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마침내 환하게 웃었다.

현대건설은 2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기업은행과의 2015-16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기업은행 3-0(25-22 25-20 25-18)으로 이겼다.

3연승을 거둔 현대건설은 2010-11시즌 이후 5년만에 통산 두번째 정상 등극의 기쁨을 누렸다. 5년전 현대건설 수석코치로 정상을 맛봤던 양 감독은 이번에는 사령탑으로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양철호 감독은 경기 후 "이제 드디어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지도자 생활을 한 지 17년째인데 꿈에 그리던 그날이 와서 너무나 행복하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서 미소 지었다.
사실 양철호 감독은 선수로서는 철저한 무명에 가까웠다. 한양대를 졸업한 뒤 프로 무대에서 뛰지 못했고, 곧바로 1999년 강원도 동해의 광희고 코치로 지도자 생활에 나섰다.

2000년 서울 중앙여중 감독을 거쳐 2006년 흥국생명 코치를 역임했던 양철호 감독은 故 황현주 감독을 따라 2009년 현대건설의 코치로 부임했다.

2014-15시즌을 앞두고 수석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한 양 감독은 지난해 첫 플레이오프에서 기업은행을 만나 2전 전패로 탈락했다. 진한 아쉬움을 남겼던 양 감독은 부임 두 번째 시즌인 올해 마침내 정상에 오르며 지도자로서 만개했다.

양철호 감독은 "대학교밖에 나오지 않아 지도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애를 먹었다. 프로 무대를 전혀 몰랐다"면서 "그래도 난 복이 많은 사람 같다. 주변의 도움이 컸다. 흥국생명 때 황현주 감독님 밑에서 많이 배웠고, 현대건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부족한 나를 많이 끌어 주셨던 황 감독님 생각이 난다"며 "프로 팀에서 코치 생활을 10년 동안 했다. 프로 출신이 아니라서 더 꼼꼼하게 준비했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하나씩 메모하면서 지도했던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유미는 "감독님은 항상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신다. 그렇게 부족한 것들을 맞춰 가는 것 같다"면서 "서로를 잘 아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양철호 감독은 우승 수훈갑으로 양효진과 염혜선을 꼽았다. 그는 "다 끝나고 (염)혜선이를 혼내줘야겠다. 마지막에는 효진이한테만 올려주더라"고 핀잔하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양철호 감독은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시울이 불거졌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하면서 25년 넘게 어머니와 보냈던 시간이 100일도 안 되는 것 같다"며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갑자기 생각이 많이 났다"고 전했다.

양 감독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주장 양효진이 "우승하면 감독님이 코트 중앙에서 춤 추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던 약속을 지켰다.

양철호 감독은 어색하게 춤을 췄고, 이 모습을 지켜본 선수들은 폭소가 터졌다. 양 감독은 "정말 형편없이 춤을 춘 것 같다"면서 "원래 춤을 못 춘다. 주변에서도 어디가서 춤추지 말라고 하더라"고 했다.

양철호 감독은 다음 시즌 구상 등에 대해 묻자 "너무 가혹한 질문 같다. 오늘은 일단 즐기고 싶다. 이해해 달라"고 환하게 웃었다.

선수로서 철저한 무명이었던 양철호 감독은 지도자 생활 17년 만에 빛을 보면서 최고의 사령탑으로 우뚝 섰다.


alex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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