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경제 >

일임형 ISA 은행에 허용됐지만 증권업계는 "해볼만 하다"

내용면에서 랩 어카운트 등 "늘 하던 일"...온라인 가입 허용돼 새로운 기회
은행예 자사 예적금 편입 불허...운용능력 강한 증권사에 장점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2016-02-14 15:18 송고 | 2016-02-14 16:33 최종수정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 News1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 News1

일임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은행업계에 허용됐지만 금융투자업계는 해볼만한 싸움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랩 어카운트 등 하던 일의 연장인데다 온라인 가입이라는 선물도 따로 챙겼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도 도입 자체에 의미를 둘 뿐 당장 대대적 투자를 감행해 전방위로 치고 나오겠다는 분위기는 찾기 힘들다.
일임형ISA는 금융회사가 계좌를 일임 받아 투자자에게 적합한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그 범위 내에서개별 상품의 편입·교체를 투자자 대신 수행해주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증권이나 자산운용사에서 일상화돼 있는 재량적 자산운용을 은행에도 허용해줬다는 점에서 권역간 칸막이 규제 타파로 인식된다.

지금까지 신탁형 ISA는 은행과 증권 모두에서 제공됐지만, 투자일임형 ISA는 증권에서만 가입할 수 있었다. 신탁형ISA는 개인이 직접 ISA에 편입되는 금융상품의 종목과 투자규모 등을 결정하고 운용을 지시하는 방식의 계좌다.

은행권은 이에 3월초부터 투자일임업 등록 신청을 받은 뒤 3월말 일괄등록을 할 예정이다.
은행권에 일임업을 허용하는 문제는 증권업계가 일관되게 반대목소리를 내던 사안이었다.  황영기 금융투자 협회장은 지난 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산관리 업무인 '투자일임'은 금융투자업계의 고유 업무로 은행권에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황 회장은 입장을 바꿨다. 그는 다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은행업의 일임형 ISA 판매를) 대승적으로 수용키로 결정했다"며 "이것으로 관련 논의를 종결하고 다시는 반대입장을 거론하지 않기로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와 구두합의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금융투자업계가 태도를 바꾼 것은 투자일임형 ISA를 은행에 허용하는 대신 업계의 숙원이던 '비대면일임계약'을 금융위가 허용키로 결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증권사가 투자자와 투자일임 계약을 하려면 반드시 고객과 1:1로 직접 만나 계약을 체결해야한다.

그러나 최근 로보어드바이저와 같은 모바일을 활용한 개인형 자산관리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대면계약 원칙을 고수하면서 고객을 늘리기가 버겁던 상황이었다.

금융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1 맞춤형 계약이라는 투자일임계약의 속성을 감안할 때 비대면 일임계약체결의 전면적인 허용은 투자일임업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어 자본시장법령상 허용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 일임형 ISA를 은행권에 허용하는 문제로 권역간 갈등이 불거지자 조정카드로 비대면 일임계약을 꺼내들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의 투자일임 허용은 ISA에만 한정되는 데다가, 준비 기간도 필요하다 보니 4월에나 가서야 관련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증권사는 ISA가 출시되는 다음달 14일부터 곧바로 투자일임형 ISA를 판매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가입자가 금융회사에 운용을 모두 맡기는 일임형 ISA는 전문적인 운용능력을 갖춰야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상품이다. ISA는 내용면에서 기존 증권업계가 판매하던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랩어카운트의 경우 최소 1000만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 서민에게는 문턱이 높았지만 ISA는 이를 대폭 낮췄다는 점과 각종 세제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은 다르다.

특히 이번에 은행에 허용된 일임형 ISA는 자사 예적금을 편입시키지 못하도록 못박아 놨다. 투자상품에 대한 운용능력이 좋은 곳이 유리한 게임이 된 것이다.

은행은 일임업무와 관련 경험도 없고 준비도 없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임형ISA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원래 1년 정도는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지금은 1~2개월내로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5년 밖에 허용이 안되는 투자일임업을 위해 인력을 대거 채용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황영기 금투협회장은 "ISA는 정부와 업계가 손을 맞잡고 국민 재산증식을 위해 만든 걸작품"이라며 "업권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자는 데 다른 증권사들도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ISA제도가 정착이 되면 진짜 승부는 운용실력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며 "랩어카운트 등을 수년간 운용한 경험이 있는 증권업계가 우위를 가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khc@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