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6 신년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야권이 더불어 살 길이라며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문 대표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대책위원회가 안정되는 대로 빠른 시간 안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퇴 후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역할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걸로 끝이 아니다.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인 만큼 그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있어서다.
문 대표는 "어떤 위치에 있든 총선 결과에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일단 실질적인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김종인 위원장이 진두지휘하는 선대위가 최고위를 대신하는 지도체제로 인정받으려면 당헌·당규상 우선 당무위원회 의결 절차가 필요하다.당장 20일 열리는 최고위에서 당무위 소집을 의결해 이번주 중에 당무위를 열 수 있다.
지난해 12월 중앙위원회에서 일부 권한을 당무위에 위임해 당장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의 선대위 구성 의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당무위에서 최종 의결을 중앙위로 넘길 수 있어 빨라야 다음주에나 중앙위가 소집돼 선대위 추인과 대표직 사퇴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아무리 빨라도 문 대표의 사퇴까지는 1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문 대표는 현재 맡고 있는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의 직책도 내려놓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신임 인재영입위원장과 위원을 임명할 예정이다.
문 대표는 대표직 사퇴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광주·전남과 부산·경남 등 다가올 총선 주요지역을 방문하는 민심 행보도 준비하고 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호남민심을 듣고 우리당이 열세인 부산·경남의 동부벨트도 찾아야 한다"며 "구체적인 일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절차가 마무리된 뒤에도 문 대표는 다가올 총선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 스스로가 1차적으로 총선 승리를 위한 야권통합에서의 임무를 자임하고 있다.
문 대표는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 정의당을 향해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논의로 전환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문 대표는 대표직을 물러난 뒤에도 물밑에서 야권 통합을 위한 협상과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종인 위원장과도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야권통합의 지렛대 역할을 하시겠다는 것으로 공식·비공식적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무는 인재 영입에서의 역할이다.
문 대표는 인재영입위원장에서는 물러나지만 전날까지 내놓은 12명의 인재영입 성과를 당 안팎에서 인정받은 만큼 측면 지원은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마지막 문 대표의 결단도 하나 더 남아 있다. 20대 총선 출마 여부다.
문 대표는 이날 "지역구든, 비례든 출마하지 않겠다고 불출마 선언했던 상태다. 아직까지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일단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문 대표 출마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문 대표 측근들도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렸다.
한 측근은 "일단 당에 위임할 것이다"며 "총선에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당에서 요청이 오면 대표가 판단할 것이다"고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또 다른 측근은 "앞서 당이 원한다면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오늘 회견에선 생각의 불변을 강조하며 '불출마' 쪽으로 무게를 두신 것 같다"고 해석했다.
총선 출마 여부는 문 대표에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문 대표는 이날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당대표직에 있든 없든, 어떤 위치에 있든 무한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이번 총선에서 정권교체 준비를 못하면 '제 역할은 여기까지다' 라고 인정해야하지 않겠나"라며 총선 패배시 대선 불출마를 재확인했다.
문 대표로서도 이번 총선에 자신의 정치인생이 걸린 만큼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입장이다.
문 대표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많이, 가장 크게 돕는 최선의 방법인지 잘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문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았지만 대선주자로서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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