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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일의 맥] '쯔엉은 마케팅용', 인천의 노골적 방향에 박수를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5-12-30 11:21 송고
K리그 역사에 첫 번째 베트남 선수가 탄생했다. 인천은 쯔엉을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을 노리고 있다. (인천유나이티드 제공) © News1
K리그 역사에 첫 번째 베트남 선수가 탄생했다. 인천은 쯔엉을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을 노리고 있다. (인천유나이티드 제공) © News1

"솔직히 K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실력인지는 의문입니다. 인천 구단도 모르는 바 아니죠. 전력 증강을 위한 영입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마케팅적인 노림수가 강한 선택입니다."

대한민국 프로축구 역사상 최초의 베트남 선수가 탄생한다. 르엉 쑤언 쯔엉. 1995년생으로 이제 막 스물을 넘긴 베트남 축구계의 신성이 2016시즌부터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K리그 클래식 무대를 누빌 예정이다. 태국의 국민적 영웅 피아퐁 이후 30년 만에 두 번째 동남아시아 국적 선수가 K리그 등록을 앞두고 있다.
30년이라는 간격을 두고 태어난 동남아 1호와 동남아 2호는 성격이 다르다. 1호 피아퐁은, 당시 럭키금성이 우승을 위해 모셔온 공격수였다. 1984년 처음으로 K리그에 발을 내디딘 피아퐁은 1985년 21경기에 출전해 12골6도움을 올렸다. 그해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거머쥔 피아퐁을 앞세워 황소 군단은 바람대로 리그 정상에 올랐다.

초창기 프로리그를 뛰었던, 또 지켜보았던 이들에게 피아퐁은 최고의 용병으로 기억된다. 지난 2007년 K리그 득점왕 출신들의 모임인 '황금발'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피아퐁은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4위에 올랐다. 당시 1위는 라데였고 이어 샤샤와 사리체프가 2, 3위에 올랐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피아퐁이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2015년의 '동남아 2호'는 태생적 배경이 다르다. 글머리에 전한 쯔엉에 대한 평가는 한 프로축구관계자의 말이다. 외부의 시선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한 관계자도 "베트남 내에서는 손가락 안에 드는 기량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떨어진다. 비율로 따진다면 전력 상승보단 마케팅적인 기대가 큰 영입"이라며 솔직한 의도를 공개했다.
개념 없는 내부 관계자의 기밀누출이라 보기도 어렵다. 인천 구단 정의석 단장의 입에서는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숨김없이 나온다. 지난 28일 인천 구단이 배포한 쯔엉 영입 보도자료에도 "쯔엉의 인천 입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문화가 베트남에 전파되고 이를 계기로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뿐 아니라 현지 팬들도 한국에 넘어와 직접 인천 경기를 관람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적혀있다. 지금 쯔엉에게 바라는 것은 10골이 아니다.

이런 인천의 노골적 방향성을 두고 일부 팬들은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쉽게 말해, '장사를 위해 데려온 선수'라고 말하는 것은 쯔엉이라는 선수의 자존감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순수한 감정의 발현이겠으나 그렇게 낭만적으로 바라볼 일은 아니다. 아마추어 무대나 웃고 즐기는 동호회라면 모를까, 여기는 프로다.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의 현재 스쿼드나 재정 상태를 볼 때 당장 우승이나 ACL 진출권을 목표 삼기는 어렵다. 적어도 지금의 지향점은 '보는 눈'을 의식한 성적 운운이 아닌 안정적인 뿌리 내리기에 방점을 찍는 게 옳다. 1골과 1승 이상으로 관중 1만명이 소중한데, 그런 측면에서 동남아 시장 개척이나 인천에 거주하는 동남아인들의 유입을 위한 쯔엉 영입은 꽤나 현실적인 도전이다. 환경을 잘 파악한 선택이기도 하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인천에 위치한 남동공단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근로자들이 많다. 즐길거리가 부족한 그들이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때 열정적으로 자신들의 팀을 응원하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면서 "쯔엉의 영입은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인천축구전용구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인천은 지난 28일, 한국이 아닌 베트남에서 쯔엉 입단식을 가졌다. 정의석 단장을 비롯한 인천 구단 관계자와 인천시 관계자들이 베트남으로 날아갔다. 인천 구단 스스로 "베트남 현지에서 붐을 일으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알렸다. 유례를 찾기 힘든 낮은 자세이고 자신들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알리는 액션과 다름없다.

어설프게 '베트남의 메시'니 '베트남의 박지성'이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보다는 지금 인천 유나이티드의 노골적 접근이 훨씬 세련돼 보인다. 그 속에서는 배수진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고, 응원하는 마음도 크다.

그저 책상 앞에 앉아, 먹고 살기 힘드니 선수들 연봉을 줄여야한다고 모두가 말할 때 인천 구단은 다른 방식의 수익 창출을 위해 고개를 돌렸다. '동남아 2호'가 된 쯔엉 그리고 인천 유나이티드의 이 도전은 K리그의 미래와도 연관된 중요한 걸음이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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