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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김연경이 말하는 터키 생활 "요리도 곧잘 합니다"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2015-12-21 06:00 송고
 '배구여제' 김연경(페네르바체, 27) 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2015.12.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배구여제' 김연경(27·페네르바체)은 세계 최고의 여자 배구 선수 중 한 명이다. 여자 배구에서 축구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에 비견될 정도로 유럽에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2011-12시즌부터 터키리그 페네르바체 유니폼을 입은 김연경은 어느덧 터키 생활 5년 차가 됐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터키어로 할 수 있을 정도다. 얼마 전 터키 리그에서 주심에게 터키어로 항의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김연경의 터키 생활은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 15일 짧은 휴식을 위해 귀국한 김연경은 광고 화보 촬영, 팬미팅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배구'를 빼면 27세의 외로운 터키 자취생?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한 스튜디오에서 화보 촬영을 마친 뒤 '뉴스1'과 인터뷰를 가진 김연경에게 대뜸 집에서 키우는 잭슨(애완견)과 배구를 빼고 요즘 가장 큰 관심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연경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아 뭐가 있지"라고 고민하더니 "별게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 참 재미없게 사는 것 같다. 갑자기 무기력해진다"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세계 최고의 레프트 공격수로 꼽히는 김연경이지만 배구를 빼자 그냥 평범한 27세의 (키가 매우 큰)또래 친구들과 같은 모습이었다.

김연경은 일본 JT 마블러스(2009~11년)를 거쳐 곧바로 터키 리그로 이적했다. 처음엔 어머니도 함께 있었지만 지난 시즌부터는 혼자 지내고 있다. 가끔 어머니가 현지로 와 맛있는 음식도 차려 주지만 보통 숙소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김연경의 터키 생활은 단조롭다. 단체 생활을 하는 한국과 달리 터키는 각자 생활을 한다.

김연경은 최근 들어 부쩍 외롭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특히 3주전에는 이름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돼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폴란드 원정을 앞두고 4일 동안 침대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운동 중독'인 김연경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김연경은 "구토도 하고 체중도 한 2~3㎏은 빠진 것 같다. 열이 떨어져서 코트에 서긴 했는데 공을 때리는데도 힘이 없더라. 굉장히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프니까 정말 서럽더라"면서 "그 순간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부터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했다. 항상 강해 보이는 김연경이지만 요즘 그의 입에서 "외롭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먼 타지 생활에서 비롯되는 외로움 탓이었다.

김연경은 "터키에서 양념치킨이 어찌나 먹고 싶었는지 모른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소원대로 국내에 오자마자 치킨 광고를 찍었다.

김연경이 팀 동료들과 터키에서 찍은 사진. 김연경은
김연경이 팀 동료들과 터키에서 찍은 사진. 김연경은 "한국과 달리 터키에서 굉장히 여유롭게 지낸다"고 웃었다. (김연경 인스타그램). © News1


△ 여유로운 터키의 일상 "저 요리 곧잘 합니다"

김연경에게 터키에서의 일상생활을 물었다. 그는 "한국에 오면 정말 숨 돌릴 틈 없이 바쁜데 터키에선 운동 외엔 거의 집에만 있는 편이다. 별로 할 게 없다"고 웃었다.

숙소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V리그 팀들과 달리 터키는 선수들이 각자의 집에서 출퇴근을 한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트레이너들이 프로그램이나 식단 등도 구체적으로 짜주고 성심성의껏 케어를 해주지만 터키에서는 사실상 선수가 알아서 자기 몸 관리를 해야 한다.

김연경은 터키 생활에 대해 한마디로 "굉장히 여유롭다"고 설명했다. 그는 페네르바체 훈련장에 오전 10시 반까지 도착하면 된다. 보통 9시에 일어나 빵 등으로 가볍게 아침 식사를 한 뒤 인터넷 뉴스를 보는 것이 주된 일이다.

오전에 훈련장에 가 1시간 30분 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뒤 곧바로 집으로 돌아온다. 가끔 집에서 밥 해먹기 귀찮은 동료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러 나가기도 하지만 보통 집에서 직접 파스타나 볶음밥 등 가벼운 요리를 해먹는다. 그는 "점심 때 집에 돌아오면 그때부터 요리가 시작된다"면서 "간단한 것은 이제 익숙하다. 요리 곧잘 한다"고 웃었다.

점심을 먹은 뒤 오후 훈련은 오후 5시 반이 돼서야 시작한다. 그때까지 휴식 시간이다. 김연경은 "보통 경기 시간과 비슷하게 오후 훈련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점심을 먹은 뒤 예능 프로를 챙겨보는 것이 주 일상이다. 그러다가 잠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짧은 휴식을 취한 뒤 과일 등을 먹고 다시 훈련장으로 향한다.

김연경은 "7시 반이나 8시면 하루 운동이 다 끝난다. 저녁때는 꼭 고기나 닭고기 등 육류 등을 먹으며 에너지 보충에 신경 쓴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 있는 메뉴로 닭도리탕을 꼽았다. 하루 일과는 보통 오후 11시에서 12시면 끝이 난다. 저녁 식사 후 여유롭게 영화나 뉴스 등을 보다가 잠이 든다.

페네르바체 김연경이 지난 4월 바키프방크를 꺾고 터키리그 슈퍼컵 우승을 차지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페네르바체 홈페이지 캡쳐) © News1
페네르바체 김연경이 지난 4월 바키프방크를 꺾고 터키리그 슈퍼컵 우승을 차지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페네르바체 홈페이지 캡쳐) © News1


△ 생각이 많았던 2015년, 새해 소망은 '건강'

김연경은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며 "터키에서 리그 우승도 했고, 개인적으로 다양한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터키에서 벌써 한 5년 있었더니 많이 적응된 것 같다. 익숙한 게 편할 때도 있지만 조금 여유로운 생활을 하다 보니 스스로를 많이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가끔 경기에서 승리를 하고 기쁜 일이 있으면 팀 동료들과 바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맥주 한잔 하는 것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다. 그는 "이스탄불의 페네르바체 지역을 벗어나면 날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그냥 키 큰 아시아인이다. 신기하게 쳐다본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연경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새해 소망이나 목표 등을 이야기할때 항상 "건강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무릎 수술만 3차례(왼쪽 1회, 오른쪽 2회)를 하면서 철저한 몸 관리가 습관이 된 것이다.

그는 "선수 생활하면서 부상이 너무 많았다. 철저한 관리가 아니면 몸이 못 버티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습관이 됐다. 그래서 더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연경은 21일 터키 이스탄불로 돌아간다. "가서 또 리그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이번 시즌에도 반드시 우승할 것이다. 챔피언스리그도 그렇고 최대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은 욕심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새해 소망에 대해 역시 "부디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최근 바이러스로 아프고 난 뒤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졌다. 운동선수가 아프니까 정말 할 일이 없더라. 팬 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배구의 간판 김연경(27)은 새해 희망에 대해
한국 여자 배구의 간판 김연경(27)은 새해 희망에 대해 "건강하고 싶다"고 했다. (페네르바체 구단 페이스북) © News1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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