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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마약 청정국'…'딥웹·비트코인'으로 마약 쇼핑

추적 어려운 '토르브라우저' 통해서만 사이트 접속…후기 즐비
블로그등 사이트에서도 쉽게 '대마초' 접촉 가능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김일창 기자 | 2015-11-08 07:0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이번 상품 정말 물건이네요. 하반신의 신경이 모두 살아나고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약 청정국'을 자랑하던 대한민국의 위상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인터넷 '클릭' 한 번이면 대마초와 필로폰은 물론 허브 등 각종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마약을 접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의 수도 점차 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추적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혹은 웹브라우저를 통해 서로 접촉하고, 수사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 등을 이용해 거래를 이어가고 있었다.

6일 인터넷 포탈사이트 등에 '대마초'와 대마초를 뜻하는 은어 '떨' 등을 검색하자 무너진 마약 청정국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 왔다.

자신을 '대마초 합법화·대마초(떨) 안전거래 사이트' 운영진으로 소개한 한 판매자는 이 사이트를 이용해 대마초를 구매할 경우 절대 수사기관에게 적발되지 않는다며 상세하게 대마초 구입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대마초를 판매하는 이들은 보통 이메일이나 전화로 연락을 하다 선입금을 하면 퀵서비스로 대마초를 보내준다고 하지만 진짜 대마초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이것이 사기인지 알 수 없는 현실이다"며 "또 판매자의 거래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신용도 역시 가늠할 수 없어 소비자 입장에서 구매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판매되는 대마초의 가격이 그램 당 10만원 꼴이라며 "술 한잔 정도의 가격이지만 혹시나 판매하는 사람이 경찰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에 선뜻 대마초를 구매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또 판매자들이 이메일 혹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연락을 하라고 하지만 이같은 모든 애플리케이션은 수사기관에 의해 조회되고 있다"고 조언했다.

판매자는 만일 대마초 판매자들이 수사기관에 적발될 경우, 그로부터 대마초를 사들인 구매자도 역시 '줄줄이 사탕'으로 경찰에 소환된다고 겁을 주며 해결책으로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제안했다.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는 수사기관의 추적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토르브라우저'를 이용하고 있었다.

판매자는 토르브라우저를 통해 자신들이 운영하는 '딥웹'으로 들어올 경우 수사기관의 추적이 불가능하고 사이트 역시 차단될 가능성이 없어 안심할 수 있다고 현혹했다.

그가 소개한 토르브라우저는 자유 소프트웨어로 온라인 상에서의 익명을 보장하고 검열을 피할 수 있게 한다. 트래픽 분석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줄 뿐만 아니라 모든 연결은 익명으로 처리된다. 이에 따라 숨겨진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토르브라우저'를 통해 이들이 접속하라던 '딥웹'은 '심층 웹'을 뜻하는 말로, 일반적인 검색 엔진으로는 접속할 수 없다. 딥웹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토르브라우저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흔한 방법이다.

한 네티즌은 토르브라우저와 딥웹에 대해 "인터넷의 표면이 아닌, 깊은 곳에 존재하는 웹"이라며 "이곳에는 일반 검색 엔진으로는 잡히지 않는 문서와 파일, 즉 고어물과 야한동영상은 물론 청부업자들의 사이트와 마약 판매상과 해커들의 사이트들이 수없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딥웹에서는 비트코인을 사용하는데, 이를 이용해 마약과 총기 등이 거래된다"고도  귀띔했다. 

이처럼 대마초 판매자가 소개한 사이트는 실제 인터넷 익스프로러와 크롬 등 일반적인 검색 엔진으로는 접속할 수 없었다. 판매자가 소개한대로 토르 브라우저를 실행하고 사이트 주소를 입력하자 이들이 운영하는 대마초 판매 사이트가 등장했다.

이 사이트에는 실제 판매자를 통해 대마초를 구입한 사람들의 후기와 대마초를 구입하는 방법, 구입할 때 주의사항 등이 빼곡히 담겨있었다.

대마초 구입을 '나눔 받는다'고 표현한 한 네티즌은 "소문대로 정말 후하더라"며 "이번 상품은 정말 물건이다"고 대마초 사용 후기를 올렸다.

그는 "하반신 신경이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고 기분이 '하이(high)'된 상태로 구름 위를 떠다니는 것 같았다"며 "아직 맛 보지 못한 분들, 정말 강력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이도 "10년 대마초 인생 중 이런 물건은 처음 만났다"며 "나도 모르게 근처 마트에 다녀왔더라"고 후기를 공유했다.

이들로부터 대마초를 구입한 또 다른 네티즌도 "대마초를 하니 어제의 일이 마치 일주일 전의 일처럼 까마득해졌다"며 "유명한 대마초 종이라는데 이름값을 한다. 주말에 대마초를 피운 뒤 버스를 타고 음악을 들으며 혼자 롤러코스터 100배의 'high'를 즐기러 갈 것"이라고 당당하게 후기를 밝혔다.

이들은 실제 화폐가 아닌 가상 화페 '비트코인'을 통해 서로 대마초를 거래하고 있었다. 비트코인을 사들인 구매자가 판매자의 일회성 계좌로 대마초 값을 보내면 판매자는 정해진 한 장소에 대마초를 두고, 구매자가 시간 차이를 둔 상태에서 이를 찾아가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판매자는 "비트코인은 추적이 불가능하다"며 "매 거래시 새로운 주소가 생성되기 때문에 거래할 경우 추적이 불가능해 국가권력의 간섭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친절하게 비트코인 소개글까지 올렸다.

정해진 장소에 판매자가 두고 간 물건을 시간차를 두고 구매자가 찾아가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을 이용해 이들로부터 대마초를 구입한 한 네티즌은 "대마초 경험도 없고, 담배는 냄새조차 싫어하는 사람이라 과연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기대감이 상당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물건이 놓여져 있다는 위치를 확인해보니 마치 쓰레기인 것처럼 대마초가 숨겨져 있더라"며 "누가 볼까 재빨리 물품을 수거해 집에 와 방문부터 잠그고 대마초를 꺼내봤다"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대마초 후기 등 각종 관련 글들이 빼곡한 이 사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익명성'이었다. 판매자는 공지사항 등을 통해 구매자들에게 자신의 정보를 절대 노출하지 말 것, 구매자들끼리 서로의 신상을 공유하는 등 친목을 도모하지 말 것 등을 거듭 강조했다.

판매자는 "남자라면 여자 말투를 사용하고, 서울 사람이라면 사투리를 사용하는 등 철저한 제3자로 활동하라"고도 조언했다.

대마 판매 광고 캡처. © News1
대마 판매 광고 캡처. © News1

이같이 음지에 숨어 있는 대마초 판매 사이트들도 있었지만 양지에서 버젓이 대마초 등을 파는 이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한 유튜버가 대마초에 대한 영상을 주기적으로 업로드하며 대마초의 특징에 대해 소개하자 수많은 대마초 판매자와 구매자들은 댓글을 통해 "대마초를 판매한다", "대마초를 구입하고 싶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애플리케이션과 메신저 등을 통해 거래를 은밀하게 이어가고 있었다.

블로그를 통해서도 대마초를 파는 이들도 있었다. 한 블로거는 "내가 아는 지역에서만 거래한다"며 "가격은 그램 당 15만원이고 직접 올 경우 샘플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블로거 역시 "무조건 직접 재배한 AAA+ 품질의 대마초만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며 "안심 거래를 위해 익명의 이름으로 배송받을 수 있도록 최첨단 기법을 적용한다"고 안심시켰다.

이처럼 대마초를 구하는 것이 더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자 대마초를 경험한 이들 역시 늘고 있다.

회사원 A씨는 "스무살에 처음 담배를 접하고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귀국한 뒤 한국에서 대마초를 가끔 피우고 있다"며 "미국에 있을 때 미국인 친구의 권유로 대마초를 피웠는데, 처음에는 마약이라는 사실 때문에 두려웠으나 막상 피우고 나니 기분이 괜찮아 술 마실 때마다 친구들과 대마초를 피우곤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와 취업을 한 뒤에도 가끔 친구들과 만나 이태원 혹은 강남에 있는 클럽에서 대마초를 피운다는 그는 "한국에서 대마초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며 "미국에 아는 사람이 가끔 한국에 들어올 때 부탁하거나 미군을 통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끝으로 "나는 상습적으로 피우는 중독자는 아니다"면서도 "요새 클럽에서 대마초 피우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 풍경 아니냐"고 당당하게 말했다.

대마초 등의 마약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상에서 대마초 등의 마약을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찾고, 단속하고 있다"며 "그러나 워낙 판매하는 이들이 많고 범위가 넓어 발본색원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등은 추적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그에 맞는 특수 수사기법 등으로 이들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긴 하지만 인터넷만을 전담으로 하기에는 인력 역시 부족하다"며 "그러나 마약 범죄에는 언제나 연결고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토르 브라우저 등을 이용해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대마초 구매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살펴 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마약 판매 사이트 등에 대한 모니터링과 수사요청 등을 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도 역시 "토르브라우저 등을 통해 마약을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유관기관과 협의, 강력한 모니터링을 진행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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