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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중견 연극인들, '검열' 의혹 예술위 비판 성명 발표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5-09-21 17:16 송고 | 2015-09-21 19:15 최종수정
 
 
정한룡(69), 김석만(65), 한태숙(65) 등 원로·중견 연극인들이 사전 검열 의혹에 휩싸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재발 방지와 예술위원장 즉각 사퇴 요구 등이 담긴 '예술인 탄압을 통탄하는 원로, 중견 연극인들의 성명서'는 지난 20일 연극인 105명의 공동명의로 발표됐다. 21일 오전 현재 참여자는 166명으로 늘어났다.
연극인은 "최근 연극계를 상대로 시대에 역행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사전검열이 부활한 것 같은 예술위의 행태 ▲ 때에 맞춘 듯한 감사원의 해당 예술인 감사 ▲ 심사위원들에 대한 압박과 회유 등 3가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우리 예술인들을 위해 존재하는 예술위가 신성한 의무를 저버리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지원행정을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절대 불간섭을 포함한 예술정책 상의 금지 원칙을 천명하라"며 "이미 만신창이가 된 현행 문화예술진흥법을 폐기하고 예술의 진정한 독립성과 진흥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예술위는 최근 창작산실 연극 부문 선정과정에서 2013년 전직 대통령을 풍자한 연극 '개구리'로 연극계 안팎에서 논쟁을 일으킨 연출가 박근형(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빼달라는 식으로 심의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다원예술창작지원 사업에서 '세월호' 연관 작품을 배제해달라고 권유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예술위는 이에 "실무적인 의견을 제시했을 뿐 심의에 개입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다음은 '예술인 탄압을 통탄하는 원로, 중견 연극인들의 성명서' 전문이다.

<예술인 탄압을 통탄하는 원로·중견 연극인들의 성명서>

예술은 문화의 근간이며 문화는 국가의 품격을 이룬다. 예술 없이 선진 문화국을 꿈꾸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예술 진흥은 당연히 국가 운영의 중요한 한 자리를 차지한다.

예술 진흥의 정도(正道)를 우린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예술에 대한 불간섭은 그 정도 중에서도 제일(第一)의 원칙이다. 자유롭고 다양한 표현은 예술의 건강성을 가리키는 지표이다. 그렇게 튼튼한 예술이 불편하다면 국가의 건강을 의심해야 한다.

그렇다. 국가는 예술에 개입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그것이 예술을 황폐화하고 결국 국가를 망친다는 것은 수많은 역사적 교훈을 통해 이미 충분히 배웠다.

그런데 최근 연극계를 상대로 시대에 역행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망국적 사전검열이 다시 부활한 것 같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 때에 맞춘 듯한 감사원의 해당 예술인 감사, 심사위원들에 대한 압박과 회유 등이 바로 그것이다. 21세기 문화입국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감히 상상도 못할 전시대적 행태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특히 우리 예술인들을 위해 존재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그의 신성한 의무를 저버리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지원행정을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번의 사태가 소수의 일시적 일탈 행위인지 아니면 극히 일부만 드러낸 거대한 빙산인지 우리는 알지 못 한다. 그러나 설령 전자의 경우라도 그것은 크게 경계할 일이다. 더욱이 국민의 이름을 빙자한, 궤변에도 못 미치는 해명들을 보면서는 후자의 경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 원로, 중견 연극인들은 이 사태를 심히 우려하며 정도를 벗어난 예술 정책은 단호하게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아울러 수시로 자행되는. 비상식을 과감히 청산하고 예술불가침을 위한 불변의 성문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하나. 문화부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하나.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서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하나. 정부는 절대 불간섭을 포함한 예술정책 상의 금지 원칙을 천명하라.

하나. 이미 만신창이가 된 현행 문화예술진흥법을 즉각 폐기하고 예술의 진정한 독립성과 진흥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마련하라.

2015년 9월 20일

예술에 대한 불간섭과 진정한 예술 진흥 정책을 촉구하는 원로, 중견 연극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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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1 09시 총 166 명 (*는 동명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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