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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원, '아파트 관리비리' 잡겠다더니 진단만 한다

당초 등급제로 관리비리 잡고 아파트 거래근거 활용키로했지만 진단만 하기로
진단서비스는 점수화해 단지에 개별 통보하지만 마찬가지로 실효성 의문

(세종=뉴스1) 진희정 기자 | 2015-09-15 06:10 송고
배우 김부선이 올해 초 서울시청 휴계실에서 아파트 난방비 및 관리비 비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배우 김부선이 올해 초 서울시청 휴계실에서 아파트 난방비 및 관리비 비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지난해말 배우 김부선씨의 아파트 관리비 0원 사례 이후 한국감정원이 '아파트 관리등급 제도'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동안 주민들이 담당해온 아파트 관리·감독 업무에 공적 기관이 적극 개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올초 시범사업에서는 등급제가 슬그머니 빠지는 대신에 진단서비스가 생겨났다. 감정원이  관리등급 인증제를 통해 관리비리 해결은 물론 아파트 거래 때 판단의 근거로 활용하겠끔 한다는 취지가 개별 아파트 진단서비스로 축소된 것이다.
15일 감정원과 관리업계에 따르면 감정원은 올해 2차례의 공동주택관리품질 진단 시범사업 결과를 분석하고 개선사항을 마련해 이달 중 공동주택 관리품질 적정성 진단·컨설팅 서비스를 저렴한 실비로 제공하기로 했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시범사업에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주택관리품질심의위원회'가 지난 1월 신청 접수받은 총 41개 단지를 대상으로 1·2차에 걸쳐 심의해 총 4개 단지를 우수단지로 선정했다. 심의항목은 기초조사와 현지조사를 거친 관리비 적정성, 에너지 효율성, 운영 투명성, 유지관리 적정성 등 4개 분야 30개 지표다.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감정원이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www.k-apt.go.kr)상 유사단지 관리비와 에너지사용량 정보를 조사에 활용했다.
문제는 감정원이 당초 도입하기로 했던 관리등급 인증제가 공동주택관리품질 진단서비스로 축소됐다는 점이다.

지난해말 도입하기로 한 아파트 관리등급 인증은 감정원이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서 공개하는 개별 아파트의 관리비 현황과 시설관리, 에너지효율등급 등의 정보를 토대로 감정원이 직접 현지조사를 실시한 뒤 'A(좋음)·B(보통)·C(미흡)·D(심각)' 등 4등급으로 관리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인증 신청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또는 입주민 5분의 1 이상의 신청을 받아 진행하며 관계 전문가로 구성된 '아파트 관리등급 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등급을 부여하게 된다.

등급 인증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관리비 공개대상 단지(300가구 이상 공동주택, 주택이 150가구 이상인 주상복합 건축물 등)를 대상으로 진행하며 유사단지 대비 관리비 수준, 관리사 선정, 계약관리,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등 투명도, 주기별 시설물 하자보수 및 시설관리의 적정성, 냉·난방 등 에너지 소요량 등을 평가하기로 했다.

감정원은 이 제도가 정착되면 '김부선 난방비'로 논란이 되고 있는 공동주택 관리비 비리와 관리업체의 부실 등의 문제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아파트를 거래할 때 적정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감정원 관계자는 "5월부터 제도 도입을 준비해 현장조사에 필요한 회계사와 변호사, 평가사 등 전담인력도 확보된 상태"라며 "이 제도가 공동주택 관리 비리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시범사업을 실시할 때는 관리등급 인증제 대신에 공동주택 관리 품질제로 이름이 바뀌었다. 심사결과를 점수화해 일정 점수 이상인 단지에는 우수 단지 증서를 제공하고 미흡한 단지는 관리 방향을 제시하기로 한 것.

감정원 관계자는 "처음 등급제로 가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등급을 매기다보니 여러 문제가 나오면서 점수제로 변형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한때 관리비 비리가 사회적 이슈다보니 관리비 등급제 이야기를 내놓은 것 같다"며 "하지만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주민 참여가 저조한 아파트라면 입대회나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아파트 관리등급 인증을 신청했을 리 없다"면서 실효성에 대해 꼬집었다.

진단서비스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있다. 진단서비스 대상이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관리비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 단지'로 제한해서다.

의무 단지는 300가구 이상 아파트나 150가구 이상으로 승강기 설치 또는 중앙난방(지역난방 포함) 방식 공동주택, 주택이 150가구 이상인 주상복합 건축물 등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 소형 아파트 단지가 한둘이 아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등급인증제나 진단서비스 등 모두 공공기관이 아파트 관리비에 개입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이다"면서도 "아파트 관리비의 근본적인 문제는 주민 무관심에 있으므로 주민들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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