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막가파 가맹계약…"커피숍 그만뒀는데 길건너 빵집도 못내"

[상생과 갑질 사이③]트러블메이커 '낙인'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2015-08-05 07:40 송고 | 2015-08-05 09:00 최종수정
한국경제 질서를 흔드는 일명 '갑질'을 근절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특히, 일반적인 유통 채널인 대리점과 프랜차이즈업계의 가맹점은 본사의 불합리한 대우가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지만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보호받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최근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민과 정부가 이들의 호소를 귀담아듣고 기업 스스로 상생을 위해 변화하고 있는 모습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에 뉴스1은 본사와 대리점 및 가맹점의 갈등 원인을 짚고 해결을 모색하는 현장을 찾아 갑질에서 상생으로 나아가는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편집자주>

[목차]
1. 유한킴벌리-대리점주 갈등 평행선…멍드는 '乙'
2. 벼랑 끝 몰린 피자헛·본죽 가맹점주, 프랜차이즈 업계 현주소
3. "커피점 주인, 길건너에 빵집도 못내"…'필요악' 경업금지 조항
4. 14평 가게서 연매출 3억…치킨집서 '오징어'도 팔아 대박
5. 동반성장 필수요건?…"가맹점, '본사'처럼 인정받아야"
현행 규정 상 커피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매장점주는 계약 철회 이후 제과 프랜차이즈를 낼 수 없다. © News1
현행 규정 상 커피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매장점주는 계약 철회 이후 제과 프랜차이즈를 낼 수 없다. © News1


#.서울 영등포에서 커피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해온 박 씨(42)는 가맹본부와 인테리어 공사 및 테이블 교체 등에서 이견을 보여 재계약을 맺지 않았다. 이후 기존 매장 길건너에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내기로 마음 먹었지만 경업금지 조항에 저촉돼 출점이 무산됐다.

그는 현재 기존 커피전문점 인근에서 B치킨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경험이 없는 분야에 뛰어든 탓에 개점 초기 일 매출은 10만원도 안됐다.
5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가맹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경업금지 조항이 일부 가맹사업본부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이들에게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통해 기존 가맹점 본사에서 제공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수익을 올리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가맹점 본사 입장에서는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점주들의 피해를 막고 인지도에 따른 이점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주력상품이 아닌 사이드메뉴 한 가지만 겹쳐도 새로 매장을 낼 수 없도록하고 있는 범위는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장기간동안 프랜차이즈업체가 제공하는 기술과 노하우로 영업해온 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경업금지 적용 범위, 어디까지?

가맹사업본부로는 점주에게 레시피 등 노하우를 전수하는 대신 계약상의 경업금지 조항을 통해 유출을 차단하고 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가맹사업본부로는 점주에게 레시피 등 노하우를 전수하는 대신 계약상의 경업금지 조항을 통해 유출을 차단하고 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널리 알려진 것처럼 동일한 장소에서 유사한 업종을 하는 것만이 경업금지 조항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경업금지 조항의 적용범위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다.

예컨대 커피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해온 점주는 재계약이 종료됐을 경우 제과·제빵 프랜차이즈를 할 수 없다. 대부분의 제과·제빵 프랜차이즈가 사이드 메뉴로 커피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판매하지 않더라도 과일주스, 빙수, 베이글 등의 메뉴가 겹치게된다. 전혀 관련이 없는 외식업종으로 바꿀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박 씨의 설명에 따르면 영업의 대상과 소비자들의 구매성향, 판매되는 음료의 종류, 유사성 등을 모두 따져야하는데 겹치는 메뉴가 많은 국내 프랜차이즈 특성상 대다수가 저촉된다.

본사의 지침에 반대하거나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계약을 맺지 못하게 돼 계약서에 명시된 경업금지 조항에 따라 유사한 메뉴(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된다.

관련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대다수의 국내 프랜차이즈업체들은 가맹점주들과 계약을 맺을 때 경업금지 조항을 포함시키고 있다.

통상적으로 프랜차이즈계약은 가맹본부가 가맹 사업자에게 일정 대가를 받고 영업 노하우 및 브랜드 사용을 허가해주는 것을 말한다.

가맹점사업자는 계약에 따라 가맹점 운영상 알게 된 가맹본부의 영업비밀을 계약기간과 종료 이후에도 누설하지 못하게 돼 있다.

본사의 독자적인 기술과 노하우 유출을 막기위해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가맹점주의 발목을 잡는 '양날의 검'이다.

또한 다수의 가맹본부가 불리한 조건에도 재계약을 유지할 수밖에 없도록 협상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가맹본부와의 관계가 끊어진 이들은 기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용과 시간을 들여 타 업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타 업종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 없이 생소한 분야에 뛰어든 이들 중 상당 수가 사업에 실패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일괄 적용대신 예외조항을 둬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본사의 횡포에의해 재계약을 맺지 못한 점주들은 경업금지 조항에 의해 더 큰 어려움과 마주하게 된다"며 "매출액 기준으로 영세하거나 자금사정이 어려운 이들에게 만큼은 업종을 변결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맹 재계약 실패, 프랜차이즈업계서 '낙인'

자료 = 소상공인진흥원 홈페이지, 박주용 숭실대학교수 © News1
자료 = 소상공인진흥원 홈페이지, 박주용 숭실대학교수 © News1


가맹 재계약에 실패한 이들 중 상당 수는 경업금지 조항에 앞서 '입소문'에 시달린다.

대다수의 프랜차이즈 가맹계약본부들의 경우 이전 브랜드 본사와의 마찰을 빚었던 점주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또다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맹계약본부의 판단에 따라 내막을 들어보지도 않고 요청을 거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맹점 가입을 희망하는 이유는 독립점 대비 낮은 실패율과 높은 고객수와 매출액, 순이익 영향이 크다.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IFIS)이 공개한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의 성공과 실패요인'에 따르면 가맹점이 독립점보다 수익성면에서 뛰어나다.

소상공인진흥원의 소상공인실태조사를 보면 고객수가 증가했다고 응답한 가맹점이 22.%인데 반해 독립점은 9.4%에 불과하다.

또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가맹점이 18.8%지만 독립점은 8.2%이며 고객수가 증가햇다고 응답한 가맹점도 15.8%에 미치지 못하는 6.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주들 입장에서는 본부의 우월적 지위남용과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도 눈감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가맹사업자단체를 구성해 협의권을 얻고 분쟁조정협의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전에 차단되는 경우가 많고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최후의 수단으로만 실시되고 있다.

재계약에 실패한 이들은 업종 변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각 가맹사업본부간의 정보공유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될 수 있다. 한 번 문제를 일으킨 이들이 또다시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프랜차이즈업체 가맹본부장은 "본사와 안좋은 감정을 갖은채로 계약이 종료된 점주들의 경우 독립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일종의 일종의 낙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업금지 조항에도 저촉되고 안좋은 소문까지 나있는 경우라면 가맹계약을 맺기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가맹분야 생상협약평가기준을 오는 8월부터 개정할 예정이며 신고나 민원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익명성이 보장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jdm@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