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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잃어버린 9일'…초동대처 실패로 국내 감염자 우후죽순

최초 환자 증상 발현 11일부터 확진 20일까지 아무 대응 없어, 감염자 양산
감염의심자 조치없이 귀가, 출국까지 방치...감염자 관리에도 구멍숭숭
격리자 73명, 출국자 항공기 탑승객, 직장동료...환자 추가 불보듯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5-05-28 14:35 송고 | 2015-05-28 14:37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시 및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 특히 최초 환자가 증상이 발현돼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걸린 9일간의 정부 검역 실패가 국내 전파를 확산기조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메르스 환자 수는 총 7명으로 중동 지역을 제외한 국가 중 가장 많다. 초발 환자의 발견, 격리가 늦어지며 같은 병실이 아닌 사람에게도 전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섯번째 환자의 경우 첫 번째 환자와 같은 병실이 아닌 같은 병동에 있었을 뿐인데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3차 감염의 우려를 낳고 있다. 당국은 감염우려자들이 잠복기여서 3차 감염 가능성을 배제했으나 긴장을 늦추기는 이르다.

게다가 지난 21일 새벽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던 세 번째 환자의 아들인 메르스 의심자가 26일 중국출장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대해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역학조사를 하는 과정 중 환자의 딸에 대해서만 주목하고 아들에 대한 부분을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다"고 구멍을 시인했다.

이에 따라 추가로 환자가 우후죽순 생겨날 가능성이 커졌다. 첫번째 환자가 방문하거나 입원한 병원에서 접촉한 것으로 추정돼 자택 등에 격리된 사람만 73명이다. 당초 메르스 환자 1명이 전염시킬수 있는 인원으로 알려진 0.6~0.7명의 10배에 달하는 전염률이다.

또 격리자중 한 명으로 증상을 가진 채 중국으로 출국한 사람 때문에 더 많은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중국으로 출국한 메르스 의심자에 대해 보건당국은 현지 당국에 조사, 격리를 요청했다. 이 사람이 메르스 확진되면 출국할 때 비행기에 같이 탑승한 180명, 같은 회사 직원 대해서도 역학조사가 불가피하다. 출국한 메르스 의심한자는 세 번째 환자의 아들이다. 이 환자의 딸도 메르스로 확진됐다.


◇ 초발 환자 5월4일 입국, 11일 증상발현, 20일 확진..잃어버린 9일
2차감염으로 6명의 환자를 양산한 최초 확진 환자는 68세 남성으로 지난 4일 카타르를 경유해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 이후 11일 발열과 기침 등 메르스 증상이 발생했고 12~14일 의원급인 A의원을 방문했다. 이후에도 호전되지 않자 15~17일에는 병원급인 B병원 2인실에 입원했다.

17일에는 D병원 응급실을 방문했으나 병상이 없어 의원급인 C의원을 방문해 엑스레이 촬영 등 기본적인 처치를 받았다. 이 환자는 이후 D병원에 18~20일까지 입원했다.

최초 환자는 D병원에 입원 중이던 19일에 가서야 일반 감기로 보기 어려운 이상증상이라는 점이 인식돼 의료진이 국립보건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이 환자는 다음날인 2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초기 환자가 확정되기까지 보건당국이 메르스가 국내에 전파될 가능성에 대비하지 못한채 일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메르스인지 모르는 사이 가족과 다른 입원환자, 의료진이 무방비로 노출됐다. 그결과가 본인을 포함해 7명의 확진 환자와 73명의 자택 격리자다.

보건당국은 초기 환자가 나온 뒤에야 국내 행적을 역추적하며 밀접 접촉자를 찾는 역학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A~D 의료기관 등에서 환자 접촉이 확인된 61명을 자택에서 격리하도록 조치했다. 주요 감염경로인 공항 검역을 강화된 것도 이때 부터다. 

메르스는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 잠복기에는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국내 전파는 최초 환자의 전염력이 강했던 15~17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B병원 2인실을 함께 사용한 63세 부인과 세 번째 환자인 76세 남성, 세 번째 환자를 간병한 40대 딸이 연달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초 환자와 2인실에 같이 있었던 3명 모두가 감염된 것이다.

첫번째 환자에서 파생된 환자는 이후 3명이 추가됐다. C병원에서 최초 환자를 대면 진료했던 50세 남성 의사가 다섯 번째 환자가 됐다. 이어 최초 환자가 입원한 B병원의 같은 병동 입원환자인 71세 남성과 28세 여성 간호사가 확진환자로 28일 추가됐다.  B병원에서만 5명에게 전파된 셈이다.

특히 여섯번째 환자는 최초환자와 같은 병실을 쓰지 않았는데도 발병해 3차감염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여섯번째 환자는 첫번째 환자가 쓴 병실과 10미터 정도 떨어진 1인실을 쓰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서로 다른 화장실을 쓰고 있어서 우리는 상당히 의외의 상황으로 본다"면서도 "잠복기 등을 파악했을 때 3차 감염은 아니다"고 예단했다. 첫번째 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이지 첫번째 환자로부터 감염된 사람에 의해 감염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28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는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br><br>
28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는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 의심자 귀가시키고 출국사실까지 뒤늦게 확인..환자, 감염자 관리에도 구멍 숭숭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확인돼 현재까지 중동과 유럽 등에서 470여명이 숨졌다. 그런데도 왕래가 잦은 중동지역 풍토병의 국내 전파 가능성에 대비하지 못한 것은 안이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지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항공기는 하루 4편, 최대 1600명에 이른다.

초동 대응 실패에다 감염자나 감염의심자 관리도 곳곳서 구멍을 노출했다. 네번째 환자의 경우 지난 20일 밤 세번째 환자인 아버지와 함께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옮겨졌다가 검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별도 조치 없이 귀가시켰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당시 네 번째 환자가 38도 이상의 발열 증상이 없어 검사 및 격리 대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후 추가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뒤늦게 유전자 검사를 시행, 26일 확진 판정을 내렸다. 

게다가 이 세번째 환자의 아들이면서 네 번째 환자 남동생이 B병원 2인실에서 최초 환자와 같이 지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고 26일 중국으로 출국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질본에 따르면 중국으로 간 이 메르스 의심 환자는 19일 발열 증상이 나타나 22일 한 의료기관을 방문했으나 가족 중에 확진 환자가 발생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후 25일 두 번째 진료에서 부인이 동행해 부친이 메르스 환자임을 밝혔다. 이에 의료진이 중국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으나 수용하지 않고 26일 홍콩을 경유해 중국 본토에 입국했다. 이 의심 환자는 부품회사 영업직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진료한 의사 역시 25일 역학조사 필요성은 인지했으면서도 이틀 뒤인 27일에야 보건당국에 관련 사실을 신고, 당국과 공조에 허점을 노출했다.

◇ 의심자 출국 항공기 탑승객 역학조사 불가피..메르스 해외로 수출했다는 오명 가능성도

중국으로 간 의심 환자는 현재 현지 보건당국에서 검사와 처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메르스 의심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26일 출국 당시 같은 비행기에 탄 승객과 승무원 전원으로 광범위한 역학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상이 나타난 상태에서 항공기에 탑승한 것이어서 전염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 의심 환자와 같은 비행기를 탄 인원은 내국인 80명, 외국인 78명, 승무원 8명이다. 의심 환자와 같은 직장을 다니는 180명 중 접촉자가 있는지도 살피고 있다. 

이 의심 환자 감염 여부는 이르면 28일 오후, 늦어도 29일 오전에는 확인될 예정이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메르스를 해외로 수출했다는 비판에도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출국 비행기에 탑승한 사람들 중 추가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보건당국의 격리 조치가 아무런 강제 사항이 없어 언제든 추가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들 협조를 구하는 대대적인 홍보 활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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