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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재판,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변화하나

대법원에 관련 사건 계속 중…하급심 "별거 계속해도 이혼 못해"
"사회 변화 따라 바꿔야" vs "간통죄 폐지됐는데 변화는 안 된다"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2015-03-01 13:39 송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뉴스1 © News1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으로 현재 우리나라 이혼 제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유책주의'의 변화 여부도 관심이다.
 
현행 민법은 재판상 이혼에 있어 이혼할 수 있는 사유를 법률 규정으로 정하고 있다. 허용되는 이혼 사유는 ▲부정한 행위 ▲악의적인 유기 ▲배우자·배우자 직계존속의 부당한 대우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등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같은 법률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혼 제도에 있어  '유책주의(有責主義)'를 채택해 이혼 사유를 '저지른' 배우자는 재판상 이혼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즉 부부 한쪽이 바람을 피우거나 다른 한쪽을 악의적으로 유기해 도저히 결혼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해도 바람을 피운 배우자, 상대방 배우자를 악의적으로 유기한 배우자는 이혼 재판을 청구할 수 없다.
 
법원이 이런 원칙을 처음 내세운 것은 과거 가부장주의가 팽배했던 시절 쉽사리 이뤄졌던 이른바 '축출이혼(逐出離婚)'을 막기 위해서였다.
 
바람을 피운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인을 일방적으로 내쫓지 못하도록 한 것이 당초 유책주의 도입 이유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면서 이미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면 잘못이 있는 배우자라 해도 재판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는 이런 이유에서 '파탄주의(破綻主義)'를 채택하고 있다.
 
여론에 힘입어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는 파탄주의를 채택한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주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재판상 이혼 사유 중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폭넓게 적용해 이혼을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 헌재의 간통죄 폐지 결정으로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깨고 '파탄주의'를 이혼 제도의 근간으로 채택할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헌재가 이번 결정에서 "간통죄 고소로 기존의 가정이 파탄을 맞게 되기 때문에 간통 행위를 처벌해 혼인제도를 보호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통죄가 사라졌기 때문에 유책주의는 오히려 더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정모(54)씨는 "바람을 피운 남편들이 겉으로는 계속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부인에게 평생을 속죄하며 사는 사례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며 "바람을 피운 측에서 이혼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통죄가 없어져서 바람을 피운 배우자를 처벌할 수 없게 됐는데 유책주의마저 사라진다면 억울함은 어디에 호소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현재 대법원에는 유책주의 이혼 사건이 계속 중이다.
 
잦은 외박 등을 한 의사 A씨가 부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으로 현재 A씨 부부는 별거 중이어서 결혼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1, 2심 법원은 "귀가를 거부해 부부 간의 동거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A씨"라며 결혼생활 파탄에 책임이 있는 A씨는 재판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 지역의 한 여성변호사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헌재도 '간통죄 폐지'라는 오래된 문제를 해결했다"며 "이제 대법원도 '유책주의'라는 숙제를 풀어야 할 단계"라고 지적했다.
 
 




abilityk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