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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생활 체육'으로, 중심을 잡아줘요

(서울=뉴스1스포츠) 이창호 기자 | 2014-12-07 12:48 송고 | 2014-12-07 14:40 최종수정

“여자부 인상을 시작합니다. 첫 번째 도전은 인상 20kg~”

아무리 여자 선수라도 엘리트 대회에선 있을 수 없는 중량이다. 키 155cm, 몸무게 45kg의 아담한 체구를 지닌 여성이 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리복 크로스핏 마루에서 열린 제1회 종로구 연합회장배 생활체육 역도대회에 출전해 플랫폼으로 걸어 나와 심판들에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파우더를 잔뜩 묻힌 작은 손으로 어깨 넓이보다 조금 더 넓게 바를 잡았다. ‘으랏차차~’ 단숨에 바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뒤 거뜬히 일어섰다. 심판 판정은 성공.

2차 시기엔 23kg, 3차 시기엔 26kg을 신청해 모두 성공했다. 올해 서른다섯 살로 다섯 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는 프리랜서 번역가 노은아씨의 인상 최고 기록은 26kg. 자신이 세운 목표였던 25kg을 돌파했기에 흐뭇했다.

 

제1회 종로구 연합회장배 생활 체육 역도대회에 출전한 노은아씨가 있는 힘을 다해 역기를 들고 버티고 있다. © News1스포츠 권현진 기자

출산 후 헬스 클럽을 다니다 역도를 알게 됐다는 노은아씨는 “역도는 신체의 균형 감각을 잡아주는데 효과가 있다”며 “순발력도 필요하고,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을 통해 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또 “역도는 아주 과학적이다. 스내치 하는 순간의 재미도 그만이다”며 “헬스가 단순히 몸매를 보여주기 위한 운동에 치중한다면 역도는 신체 중심의 힘을 키워주면서 단단한 몸매를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노은아씨는 최근엔 주 1회, 2시간 정도 밖에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강한 근육을 유지하면서 자연미를 지켜가고 있다. 처음엔 남편이 “여자가 왜 그런 운동을 하느냐”고 했지만 이젠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생활 체육으로 역도를 한 뒤부터 딸을 돌보는 것은 물론 프리랜서 번역가로서의 일도 활기차게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왜 역도가 생활 체육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일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힘을 쓰는 일은 누구나 생활 속에서 경험하기 마련이다. 농경 시대에는 더욱 그랬다. 수확한 곡물을 운반하는 일은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마무리 작업이었다. 오죽하면 동네마다 청장년들의 ‘쌀 가마니 들어올리기’를 놀이로 삼았을까.

개발 시대에는 시멘트로 만든 역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0대 중후반의 혈기왕성한 청년들은 공사장에서 얻어온 모래와 시멘트를 섞어 역기를 만들었다. 나무로 만든 벤치에 올려놓고 틈 날 때마다 힘을 길렀다.

일상 속에서 ‘역도’의 추억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시나브로 헬스 클럽이 생기고, 집 앞의 뜰이 없어지면서 역기는 사라졌다. ‘역도’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때 메달을 따는 순간에만 볼 수 있는 것이 돼 버렸다.

이명수 종로구청 여자 역도 선수단 감독(오른쪽)이 6일 오후 서울 대학로 리복 크로스핏 마루에서 열린 ‘제1회 종로구연합회장배 생활체육 역도대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News1스포츠 권현진 기자


청소년대표, 국가대표를 거쳐 대한역도연맹 순회 코치 등을 역임한 이명수 종로구 여자 역도단 감독은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일반인에게 눈을 돌렸다. 88올림픽 이후 국민생활체육 시설로 활용하고 있는 종로구 생활체육관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역도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이명수 감독은 엘리트 여자 선수들에다 일반인까지 지도하면서 동분서주했고, 생활 체육으로서의 필요성과 가치를 알게 된 동호인들이 연합회를 결성하게 됐다.

전국에서 최초로 열린 생활 체육 역도대회에서 엘리트 선수 이상의 자세와 기록으로 역도인들까지 깜짝 놀라게 한 오민태(29)씨는 “역도는 들어 올리는 재미와 내려 놓을 때의 쾌감이 동시에 존재하는 운동”이라며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기록에 도전했을 때 성취감이 보디빌딩과 다르다”고 말했다.

보디빌딩 코치를 하던 오민태씨는 이날 인상 100kg과 용상 133kg, 합계 233kg으로 최고 기록을 남겼다.

국민생활체육 종로구 역도 연합회가 출범했다. 전국에서 처음이다. 종로구 역도 연합회는 창단을 기념해 6일 오후 서울 대학로 리복 크로스핏 마루에서 ‘제1회 종로구 연합회장배 생활체육 역도대회’를 가졌다. 일반인 참가자들이 선수로서 저마다의 기록 도전에 나섰다. 용상에서 133kg을 정확한 자세로 번쩍 들어올린 뒤 심판들의 최종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 News1스포츠 권현진 기자


부부가 함께 생활 체육으로 역도를 즐기고 있는 다자이너 우정화(34)씨와 프랑스인 알렉시스(40)씨도 아직 초보자다. 지난 7월부터 역도를 시작한 뒤 생활의 활력이 찾았다고 이구동성이다.

우정화씨는 “역도는 신체의 중심을 단단하게 해주는 운동”이라며 “역도를 통해 몸의 중심을 단련하다보니 생활의 중심도 제대로 잡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부부가 함께 같은 운동을 하다 보니 서로 더 관심을 갖고 격려하면서 소통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덧붙었다.



우정화씨와 알렉시스가 6일 오후 서울 대학로 리복 크로스핏 마루에서 열린 ‘제1회 종로구 연합회장배 생활체육 역도대회’를 마친 뒤 환한 표정으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 News1스포츠 권현진 기자


제1회 생활 체육 역도대회에 출전한 일반인들은 즐겨웠다. 박승영씨는 경기에 앞서 플랫폼에 키스를 하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펴고 독특한 세리머니를 하면서 함께 한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기록 도전에 나선 선수들의 경우 때론 역기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일그러진 표정으로 엉덩방아를 찛고 실패의 쓴맛을 보기도 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국민생활체육 종로구 역도 연합회가 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리복 크로스핏 마루에서 제1회 종로구 연합회장배 생활체육 역도대회를 가졌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역도를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 체육으로 확대해 동호인들의 잔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종로구 역도 연합회의 출범과 한병철 초대 회장 취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이종환 종로구 생활체육협의회 회장, 대한역도연맹 허록, 양무신 부회장, 서울시 역도연맹 차용수 부회장과 양철원 심판위원 등이 참석했다.

올림픽 메달과 국제대회 입상을 목표로 하는 엘리트 체육에서 벗어나 역도를 통해 국민들의 체력 증진과 건전한 도전 정신을 고취하겠다는 취지를 공식적으로 알렸다. 

 

전국 최초로 서울 종로구 생활체육회에 역도가 참여하게 됐다. 국민생활체육 종로구 역도연합회가 6일 서울 대학로 리복 크로스핏 마루에서 창단 기념으로 ‘제1회 종로구연합회장배 생활체육 역도대회’를 열었다. 출전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대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News1스포츠 권현진 기자


정세균 의원은 축사를 통해 “역도가 생활 체육으로 확대된다는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즐거움”이라며 “역도가 행복한 생활 체육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대학 시절 역도와 관련한 일화도 짧게 소개했다.

역도가 생활 체육으로 첫 발을 내딛던 날, 엘리트 체육에 앞장섰던 역도연맹 관계자들은 물론 헬스 클럽만을 알고 있던 이들까지 모두가 환한 표정이었다. 비인기 종목이지만 역도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아낼 수 있다’는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