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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구가 지붕?' 환기구 설비기준 '모호'…안전규정은 '전무'

전문가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용 이뤄질 수 있는 점 고려해 설계해야"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2014-10-20 16:12 송고
19일 오후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축제 중 환풍구 추락사고로 16명이 숨진 경기도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광장의 다른 환풍구 주변에 추락위험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뉴스1 © News1 김영진 기자
19일 오후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축제 중 환풍구 추락사고로 16명이 숨진 경기도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광장의 다른 환풍구 주변에 추락위험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뉴스1 © News1 김영진 기자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로 도심 환풍구 시설의 안전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제2의 '판교 사고'를 막을 구체적인 설비기준, 안전점검 규정 등 법적 장치는 허술한 실정이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물의 설비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환기 설비 시스템인 환기구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시행규칙에는 환기구의 안전기준 등에 관한 내용이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축물의 설비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은 설비에 관한 사항을 정한 시행규칙인데 설비 자체를 어떻게 설치해야 한다는 등을 명시하고 있다"며 "안전 기준이라든지 다른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같은 안전장치 미비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20일 해명자료를 통해 국토부 고시 '건축구조기준'에 따라 환기구 설비가 견뎌야 하는 하중 등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를 통해 국토부는 "환기구도 통상 사람이 출입하지 않는 지붕으로 보아 약 1㎡ 당 100㎏의 무게를 견디는 구조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건축정책과 관계자는 "(고시를 통해)하중을 제시하면 환기설비 덮개의 재질이나 강도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건축 기술사 등 전문가들이 판단해서 만들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기구를 지붕으로 봐야 하느냐하는 부분과 이같은 국토부 고시가 건축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번 사고 전에도 통용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20일 통화에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환풍구 관련한 설비나 그런 기준은 따로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건설 관련 협회 한 관계자도 "(국토부 발표 이후)환기구 지지대에 지붕 하중을 적용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실제 통상적인 건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환기구에 대한 안전점검 규정도 전무한 실정이다.

국토부 건축정책과 관계자는 "본질적으로 건물은 안전하게 유지 관리돼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창문, 문이 안전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것처럼 환기구에 대한 안전점검 규정도 따로 없다"며 "건축주가 상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토부 고시 '건축구조기준'에 "돌출형이 아니라 바닥에 설치된 환기구는 공지의 용도에 따라 산책이 가능한 경우에는 1㎡ 당 300㎏, 차량 통행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1㎡ 당 500㎏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그 적용기준 또한 불분명했다.

이번 판교 사고 현장이 광장과 가까워 산책할 수 있는 경우라고 봐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국토부 관계자는 "300㎏ 기준은 보도에 설치된 경우로 국한된 것"이라며 "이번 사고 현장은 하중을 100㎏ 정도만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으면 문제 없지만 그렇게 설계되지 않았으면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그나마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지하철 환기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환기구는 크게 지하철 환기구와 지하주차장 등 내부 공기를 환기하기 위한 환기구로 나뉘는데 판교 사고의 환기구는 후자에 속한다.

서울에는 총 2418개의 지하철 환기구가 있는데 서울시에 따르면 대부분 보도에 설치돼 있어 보행 겸용으로 5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고 정기적으로 안전점검도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 환기구는 보행 겸용으로 설계 시공이 돼 있어 지하철역이 생기기 시작한지 40년이 지났지만 단 한차례도 인명피해가 없었다"며 "한 달에 1~2번, 반기마다 시설물관리 특별법에 따라 안전점검을 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이번 사고로 불안해 하는 만큼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번 판교 사고는 일반적인 환기구 설비 기준으로 봤을 때 다수가 환기구 위에 올라가 뛰고 그럴 수 있다는 상황이 상정되지 못한 것"이라며 "광장이나 이벤트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물이나 시설물의 경우에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 이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거기에 맞는 기대 하중에 구조·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높이를 높게 만들거나 펜스를 치는 등 안전을 고려한 차단시설을 설치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도시 미관을 헤치는 우려 등이 있다면 투명펜스 등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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