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인터뷰] 박시환 "죽을 때까지 가수 하고 싶다"

부산 항만 하역 중장비 정비공에서 가수가 되기까지
타이틀곡 '다만 그대를'로 가수 정식 데뷔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2014-04-15 20:59 송고 | 2014-04-16 10:47 최종수정
가수로 데뷔한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5’' 준우승자 박시환이 15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SC빌딩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4.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죽을 때까지 가수를 하고 싶습니다."
가수를 꿈꾸던 한 남자가 있었다. 집안 형편상 중·고등학교 때는 아버지 사업을 도와야 했고 사업이 접힌 뒤에는 편의점, 음식점, 건설현장, 택배회사 등에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섭렵했다. 계속 노래를 배울 수도, 배울 틈도 없었다. 수시 전형으로 대학교 실용음악과에 합격했지만 대학 등록 여부를 묻는 전화에 "돈이 없어서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노래가 하고 싶었다. 대학에서 밴드를 하는 친구에게 거절당할 걸 알면서도 한번만 무대에 설 수 없겠냐고 물었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오디션도 높기만 한 벽이었다. 2009년 Mnet '슈퍼스타K' 시즌 1부터 2012년 시즌 4까지, 이유도 모른 채 3차 예선을 앞에 두고 떨어졌다. 오기가 들었다. 서울에 살다 부산으로 가 항만 하역 중장비 정비공으로 일하던 2013년 다섯번째로 '슈퍼스타K' 문을 두드렸다.

처음으로 3차 예선에 올랐다. 13㎜ 볼트를 쥐고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를 불렀다. "꿈이 다시 올 수 있는 건지. 이제 오지 않는 건지" 절실한 질문을 담아 노래했다. 그리고, 꿈은 이뤄졌다.
'슈퍼스타K 5' 준우승자 박시환(27)이 마침내 어엿한 음반을 발매한 가수로 데뷔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를 찾은 박시환은 "설레고 아직도 꿈만 같다. '슈퍼스타K 5' 출연진 중 가장 먼저 (정식 가수로) 나와서 책임감이 있다"며 "최대한 나를 아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최대한 많이"라고 첫 미니앨범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발매한 소감을 밝혔다.

"제가 가수가 된 동기를 본 분들은 아무래도 제가 오래오래 노래하게 된다면 제게서 희망을 보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남들과 다른 (가수로서)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가수는 기본적으로 노래를 잘해야 하니까 그런 사연은 저를 설명하는 데만 써야죠. 나머지는 실력이나 노래, 감성으로 보여드릴 겁니다."

"노래를 한곡 한곡 받을 때마다 '이게 내 거야? 진짜? 불러도 돼?'라고 할 정도로 좋았다"던 그의 출사표는 고(故) 김광석의 '사랑했지만' 후렴구를 샘플링한 타이틀곡 '다만 그대를'이다. 그는 '슈퍼스타K 5'에서 이적, 윤종신, 김광진,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며 보여줬던 아날로그 감성을 토대로 이 곡을 소화했다.

"처음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명곡을 샘플링한다는 게 엄청 부담스러웠어요. 나중엔 이런 기회가 언제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냥 좋고 감사했죠. 원작자인 한동준 선생님께서 다행히 저를 믿어주시고 '사랑했지만' 샘플링을 최초로 허락해주셨어요. 감사한 일이에요."
가수로 데뷔한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5’' 준우승자 박시환이 15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SC빌딩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4.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2013년 11월15일 '슈퍼스타K 5'을 마친 박시환은 그해 12월말 톱 10 공연, 지난 2월 '김광석 다시부르기' 부산 공연과 tvN 드라마 '응급남녀' OST를 소화했지만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진 않았다. 톱 10 공연에서 "우리들을 위한 마음 한구석을 비워달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지만 '슈퍼스타K 5'가 이전 시즌에 비해 인기가 덜했기에 공백 기간 중 대중에게 잊히는 것이 두렵진 않았을까.

"중간중간 (온라인) 카페와 갤러리에 몰래 들어가서 팬 분들을 확인하긴 했어요. 그래도 기다려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슈퍼스타K 5'를 보고 실망하신 분들에게 준비 기간을 갖고 다시 활동을 보여드려야겠다고 다짐한 것도 있었구요. 그 분들께 지금의 제가 많이 발전했고 노래가 많이 늘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박시환은 이번 음반을 준비하는 동안 녹음실, 집, 헬스클럽만 오가며 "수도승처럼" 살았다. 데뷔를 앞두고 자신의 의지와 변화를 보여주려 자주 먹던 술도 끊고 살도 10㎏이나 뺐다. 박시환은 덕분에 음반 발매 전부터 달라진 외모의 사진 한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노래는 기본적으로 하되 가수 생활을 유지하는 데 부가적인 게 필요하다면 뭐든지 할 생각이에요. 10㎏ 감량도 직접 (소속사에) 말씀드려서 빼고 상반신 누드 사진도 찍었죠."

다만 태어나서 한번도 연애를 하지 못한 '모태솔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오랫동안 사람을 파악한 뒤 고백하는 탓에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옛날에는 더 소심했어요. 여자들 눈도 못 쳐다봤거든요. 여자인 친구들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별로 없어요. 이별 노래할 때는 고백하다 차인 사례를 생각하면서 불러요. 짝사랑도 계속적인 이별이잖아요. 그래도 연애가 정말 하고 싶긴 해요."
가수로 데뷔한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5’' 준우승자 박시환이 15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SC빌딩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4.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변하지 않은 것이 또 하나 있다. 정비공으로 일하면서 크기를 외우려 들고 다녔던 볼트를 꽉 쥔 그 손이다. "오디션이 끝나고 나니까 (내가) '볼트'가 돼 있었어요. 그렇게 불러주시고 좋아해주시니 제게는 (볼트가) 부적 같은 게 됐죠. 그냥 계속 들고 다니고 있는데 잃어버리지 않는 한 들고 다닐 거에요."

박시환은 오는 8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슈퍼스타K 6' 참가자들을 위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2차 예선에서 떨어지는 슬픔을 알죠. 본인이 내는 지원서 내용과 부르는 노래에 일관성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심사하시는 분들도 지원서와 노래에 더 집중해 한번 더 눈여겨 보실 것 같아요."

오디션 스타를 거쳐 이제 이소라와 이적의 음악색을 좇는 가수로 자리잡으려는 박시환의 목표는 신인상 수상과 대학교 축제 무대에 서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휴대전화에 적어놓을 정도로 "많은 분들을 도와 행복하게 하자"는 다짐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의 뜻에 공감한 팬클럽은 지금까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세이브더칠드런, 노숙자쉼터 등에 기부한 데 이어 이번 신보 발매일에 맞춰 경기 하남시청에 저소득층과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쌀 화환 2톤을 기부했다.

"여유가 있어야 노래를 듣는다고 생각해요. 행복해지면 노래를 듣기 시작할 거고 그러다 제 노래를 들을 기회도 있겠죠? 그런 분들이 많아지면 제 노래를 듣는 사람도 많아질 거고 그러면 평생 제가 노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girin@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