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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황교안·김기춘 '공안라인 불신'이 항명 배경

특별수사팀, 국정원 수사에 소극적인 '윗선'에 불만
'방패 역할'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로 수사팀 고립
검찰 내부 "오죽하면 그랬겠냐" vs "분명 잘못된 행동"

(서울=뉴스1) 이윤상 기자 | 2013-10-19 04:00 송고 | 2013-10-19 04:02 최종수정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왼쪽)과 이진한 2차장검사./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53)이 항명 사태를 벌인 배경을 놓고 검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국정원 관련 사건 수사를 밀어부친 채동욱 검찰총장(54)이 사퇴한 상황에서 직속상관인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50)-황교안 법무부 장관(56)-홍경식 민정수석(61)-김기춘 비서실장(74)으로 이어지는 공안통 보고라인을 믿지 못해 생긴 특별수사팀의 '작심 결행'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윗선'의 의중을 고려하는 총장 부재의 검찰 수뇌부가 국정원 관련 사건 처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수사팀이 윤 팀장 주도로 단독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팀장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55)에게 트위터에 5만5000여차례에 걸쳐 대선·정치 관련 글을 올린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추가 수사 필요성을 보고했다. 하지만 조 지검장이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자 보고절차를 누락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했다.
이에 반해 이유를 막론하고 윤 팀장이 관련 법규를 어기면서까지 사건을 처리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별수사팀을 총괄 지휘하는 윤 팀장은 지난 16일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국정원 직원 4명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해 발부 받았다.

이들 4명은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대선·정치 관련 게시글을 트위터로 퍼나르고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총 5만5689차례에 걸쳐 이같은 글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윤 팀장은 17일 오전 7시께 이들 4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3명을 체포했다. 이 역시 윤 팀장은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특별수사팀이 신병을 확보한 3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무렵 국정원은 특별수사팀이 국정원 직원을 체포·조사하면서 통보하지 않아 국정원직원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강력 항의했다.

뒤늦게 사태를 보고받은 남재준 국정원장(69)은 격노했고 법률보좌관을 통해 검찰에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오후 6시 10분께 윤 팀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키도록 지시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오후 10시께 석방됐다.

그러나 특별수사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18일 상부 보고를 누락한 채 서울중앙지법 직원이 출근할 때를 기다렸다가 오전 8시 50분께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62)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 등이 트위터 상에서 대선·정치 관련 글을 게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추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날 오전 특별수사팀 소속인 박형철 공공형사수사부장(45)의 보고를 받은 이진한 2차장은 곧바로 조 지검장을 통해 대검찰청에 보고했다.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55)은 오후 3시 30분께 진상조사를 특별지시했다.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내부 검토를 거쳐 윤 팀장 등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수뇌부는 윤 팀장의 '돌출 행동'이 검찰청법과 검찰보고사무규칙 등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역사상 유례없는 이번 사태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는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진행상황이 국정원이나 청와대 등에 유출되는 것에 대해 특별수사팀이 지속적으로 불만을 가져왔고 원 전 원장 등을 사법처리 하는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것인지를 두고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 법무부 등은 이미 마찰을 빚었다.

황교안 장관이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적용에 난색을 표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장관이 사실상 지휘권을 발동해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결국 원 전 원장 등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되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는 선에서 일단락 지어졌다. 하지만 이후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에 놓인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 논란'에 휩싸이면서 일선 검사들이 법무부와 청와대에 갖는 불신은 다시 커졌다.

황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감찰을 지시하자 검찰 내부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검란(檢亂) 직전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검찰 관계자는 "윤 팀장의 돌발 행동은 실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조직 기강을 흩트린다는 점에서 분명 잘못"이라면서도 "현 정권과 정권이 임명한 고위직 인사들이 일선 검사들의 수사를 계속 압박하면서 불만이 커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총장이 공석인데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수사팀의 방패 역할을 못하면서 검찰 내부는 '무정부 상태'와 다름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검사는 "수사 진행 중 긴급한 상황이 있다면 기관통보가 없어도 수사할 수 있다"며 "남재준 국정원장이 타기관 수사에 대해 격노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불쾌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윤 팀장의 행동으로 검찰 전체가 다시 혼란에 빠진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의 한 검사는 "체포영장과 수사가 필요하면 지검장에게 계속해서 이를 요구하고 최종적으로 수사를 할 수 없게 됐을 때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불만을 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ys2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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