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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찜한 '네 마리 용'…지갑 닫힌 중국 대신 韓에 '저품질 털어내기'

[알리·테무發 경제전쟁]② 中 내수 시장 강화 정책 한계
전 세계 인플레 여파와 맞물려 수출 늘려 경기 부양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2024-04-29 05:20 송고 | 2024-05-06 21:02 최종수정
편집자주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e커머스가 주도하는 '차이나 덤핑'이 한국 경제를 흔들고 있다. 품질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염가 공세에 소비자는 무방비로 노출됐고 소상공인은 생존 위협에 처했다. 산업 전반에 걸쳐 '경제 전쟁'으로 번질 것이란 위기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신속하고 엄중한 대처는 물론 개인의 인식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C커머스의 실태와 문제점, 대응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초저가를 앞세워 전 세계 경제판을 뒤흔들고 있는 중국 e커머스 플랫폼 테무·쉬인·틱톡숍·알리익스프레스를 중국에선 '네 마리의 용'이라 부른다.

네 마리의 용이란 표현은 전 세계 사용자가 급속도로 늘어난 중국 e커머스, 즉 C커머스의 활약에 고무된 중국 내 분위기를 반영한다. 중국 언론은 북미 지역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이들의 활약상을 앞다퉈 보도하고 관련 외신 보도까지 발 빠르게 전하고 있다.
◇中 정부가 육성한 C커머스…내수 주력하며 몸집 키워

네 마리의 용은 중국 정부의 e커머스 산업 육성 정책과 14억 인구의 탄탄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몸집을 키웠다.

특히 2015년 모바일 인터넷,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을 제조업과 융합시켜 e커머스, 인터넷 금융을 발전시킨다는 리커창 중국 총리의 '인터넷 플러스' 정책에 힘입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다만 중국 정부의 비호 아래 해외 유수 기업들과 맞먹을 정도로 몸집을 키웠음에도 해외 시장 진출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2016년 론칭한 뒤 1년도 안 돼 해외로 진출한 틱톡, 2010년대 중반 동남아시아 e커머스 플랫폼을 인수하며 순차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입한 알리바바그룹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e커머스는 중국 내 경영에 주력해 왔다.

지난 6월 청년실업률이 21.3%를 기록한 중국이 8월부터는 전국 청년 및 기타 연령대의 실업률 조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은 한 여성이 베이징의 한 구직 사무실 입구에 서 있는 모습.2023.08.15. © AFP=뉴스1 © News1 권영미 기자
지난 6월 청년실업률이 21.3%를 기록한 중국이 8월부터는 전국 청년 및 기타 연령대의 실업률 조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은 한 여성이 베이징의 한 구직 사무실 입구에 서 있는 모습.2023.08.15. © AFP=뉴스1 © News1 권영미 기자

◇'덤핑' 절실한 中에 찾아온 전 세계 고물가…'초저가' 제대로 먹히다

그러던 C커머스가 핀둬둬의 테무·쉬인의 미국 진출을 필두로 세계를 향한 공습에 돌입한 건 2022년 이후다.

이때는 공교롭게도 수출 주도의 성장 모델을 내수 시장 중심 모델로 전환한다며 중국 정부가 2020년부터 견지해 온 '쌍순환'(雙循環·이중 순환) 전략이 한계를 맞던 시기와 맞물린다.

쌍순환 전략은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생산을 자국에서 해결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산업으로 제조업을 고도화해 중국 경제의 해외 의존도는 낮추면서도 대외 무역의 문은 열어두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강도 봉쇄 정책으로 난항을 겪던 중국 경제는 지난해부터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부동산 시장 불황 여파로 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실업률이 높아졌으며 소비심리가 위축돼 내수 시장이 크게 둔화했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중국을 떠나면서 장기 침체의 길로 접어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

내수 부진에 따른 재고 폭증으로 디플레이션을 겪던 중국으로선 자국 생산품을 헐값에라도 파는 '밀어내기'가 필요했다.

때마침 찾아온 전 세계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C커머스의 초저가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내수 시장 강화 정책의 당위성을 찾아야 하는 중국으로선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폭증한 C커머스를 징검다리 삼아 수출 물량을 무차별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들 업체도 내수 시장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자본력을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쏟아부으며 공세를 강화하는 중이다.

알리바바 베이징 사무실 앞을 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알리바바 베이징 사무실 앞을 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中 정부 "해외 e커머스 발전" 공언…해외 공략 지속될 듯

올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 정부는 '해외 e커머스 사업 발전' 및 '해외물류창고 건설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C커머스를 선봉장으로 내세워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고 중국 주도의 '디지털 실크로드'를 이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알리의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은 3년간 한국 시장에 약 11억 달러(1조 4500억 원)를 투자하고 2억 달러(2632억 원)를 들여 올해 안에 국내에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FC)를 구축할 계획이다. 테무는 전 세계 서비스 지역을 계속 넓히면서 중국에서 생산한 초저가 제품을 보다 광범위하게 보급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 교수는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계속 강조했지만 잘 안됐다"며 "저임 노동력을 바탕으로 저가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상품을 일단 팔아야 하는데 국내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출혈을 감수하면서 일부 품목을 해외에 판매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은 중국 정부의 체제로 볼 때 중국 정부의 비호 없이 힘들다"며 "중국 내부의 어려운 상황에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묵인하에 움직이고 있다고 충분히 볼 수 있다"고 밝혔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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